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든 데니스 홍의 이야기

▲ 데니스 홍 교수는 “로봇연구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보조공학으로 활용될 수 있는 지를 이야기 하고 싶다.”며 첫 인사를 전했다. ⓒ정두리 기자
▲ 데니스 홍 교수는 “로봇연구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보조공학으로 활용될 수 있는 지를 이야기 하고 싶다.”며 첫 인사를 전했다. ⓒ정두리 기자
“나는 대학교수로 강의실에서 학생을 가르치거나 연구를 했고, 강연을 다니거나 논문을 쓰는 사람이었다. 보조공학 기기를 만드는 사람도, 재활을 하는 사람도 아닌 로봇공학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시각장애인 자동차를 개발하고, 시각장애인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가 주행을 성공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하는 일들이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고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1일 aT센터에서 개막한 ‘2013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의 특설무대에 ‘로봇 분야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데니스 홍 교수가 섰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이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 교수는 2011년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개발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평가했고,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과학자가 됐다.

그런 그가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무대에 섰다.

홍 교수는 “로봇연구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보조공학으로 활용될 수 있는 지를 이야기 하고 싶다.”며 첫 인사를 전했다.

그는 2007년 세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율 주행 자동차 경주대회에 나갔다. 도심에서 무인 자동차가 모든 교통법규를 지켜 교차로를 지나고 주차하는 등 7시간 동안 도심을 돌아오는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홍 교수는 3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에 눈을 떴다.

이러한 무인 자동차 대회가 알려지자 미국의 시각장애인연맹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동차를 개발한다면 더 큰 규모와 상금을 건 대회를 하겠다’는 소식이 각 학교와 연구소로 전달됐다.

홍 교수는 “무인자동차가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만 타면 된다는 간단한 생각으로 대회에 지원했다. 그러나 지원자는 단 한 명, 시각장애인이 단순히 타는 것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직접 판단하고 운전하는 자동차를 만들어야 했던 것.”이라며 “지원했으니 포기를 할 수도, 잘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도 크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무인 자동차를 만들던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세 가지 반응이 돌아왔다. ‘시각장애인은 불가능 하다’와 ‘돈이 안 된다’는 이야기, 그리고 ‘시각장애인은 불쌍한 사람으로 우리랑 다르다’는 답변도 있었다.

▲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 교수는 2011년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개발했다.  ⓒ정두리 기자
▲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 교수는 2011년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개발했다. ⓒ정두리 기자
홍 교수는 ‘불가능’이라는 말에 오기가 생겼고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학부학생 12인으로 팀을 꾸리고 기술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에 대해 무지했던 홍 교수에게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

안대를 끼고 시각장애인 체험을 해보기도 했지만 3분도 안 되는 시간에 지쳐버렸다. 그 길로 홍 교수는 연구팀을 데리고 시각장애인연맹 본부를 찾아가 2박 3일간 그들과 함께 생활하기로 했다.

홍 교수는 “식당에 함께 가던 날 와인 잔을 놓고 너무 자연스럽게 피해 후추 통을 놓는 시각장애인들의 모습에 놀라웠고, 자연스럽게 돈을 계산해 내는 모습에 신기했다. 그리고 옷 색깔까지 맞춰 멋지게 차려입은 모습에 신기했다. 그렇게 질문을 하고 대화하며 그는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주 단순하고 당연한 진리 ‘시각장애인도 결국 똑같은 사람이고, 앞만 보지 못할 뿐 꿈을 꾸고 행복을 누려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

홍 교수는 시각장애인을 이해하면서부터 아이디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9년 첫 주행이 시작됐다. 제한된 주차장에서 아주 작은 자동차에 시각장애가 있는 운전자가 탑승했고, 시동이 걸렸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삐뚤삐뚤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정보를 분석하고 있던 홍 교수의 컴퓨터 화면에 자동차가 도착지를 통과했다는 불이 들어왔다.

홍 교수는 “그 순간 내가 본 것은 태어나서 본 미소 중에 가장 행복한 미소였다. 봄날의 태양보다 더 환한 운전자의 미소를 보았다.”고 표현하며 “이 기술이 성공한다면 전 세계 시각장애인에게 행복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내 인생은 바뀌었고, 인생 목표는 시각장애인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를 성공시켜 상용화하는 것이 됐다.”고 말했다.

언론들에 의해 유명세를 타며 연구비가 지원됐다. 운전하는 사람을 대신해 자동차가 길과 장애물을 봐야했고, 위치와 거리를 파악해 정보가 만들어졌다. 해당 정보를 지시화해 시각장애인 운전자에게 전달 정보장치가 탄생해 인터페이스(interface)가 완성됐다.

1년 반 후, 진짜 길에서 다닐 수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동차가 탄생했다.

2011년 1월 29일, 미국 플로리다 주 데이토나 국제 자동차 경기장에서 시각장애인이 운전하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이 직접 운전대를 잡았고, 장애물도 여유롭게 피했다. 앞에서 달리는 자동차 추월도 어렵지 않았다.

큰 환호 속에 역사적인 첫 주행은 성공적이었다.

홍 교수는 “나는 대학교수로 강의실에서 학생을 가르치거나 연구를 했고, 강연을 다니거나 논문을 쓰는 사람이었다. 더욱이 보조공학 기기를 만드는 사람도, 재활을 하는 사람도 아닌 로봇공학을 하는 사람이었다.”며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가 완성된 날, 내가 하는 일들이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고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당시의 감정을 되새겼다.

그의 자동차가 성공하자 홍 교수에게 엄청난 전자우편과 편지가 쏟아졌다. ‘우리에게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큰 꿈과 희망을 주었는지 모른다.’는 감사의 말이 쌓여갔다.

반면, 홍 교수는 “항상 새로운 기술이 나오지만 사회는 받아들일 자세가 덜 된 경우가 있다.”며 “처음 모바일폰이 나오던 당시에도 그러했고, 손목시계가 처음 나왔을 때 역시 사람들은 광장의 시계탑을 바라보며 손목시계를 욕했다.”고 말했다.

홍 교수의 남은 과제는 자신이 개발한 로봇공학 기술이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더 많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 그는 기술개발 속도에 걸맞는 인식의 변화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은 분명히 준비될 것이라고 믿는다. 단지 그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며 “기술의 생각만큼이나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가 우려하는 제약은 ‘생각’에서 더 나아가 사회·제도적 문제도 만만치 않다. 시각장애인 자동차가 상용화 된다면 보험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운전면허는 어떻게 발급할지 등 기술적 개발만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

홍 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것은 단순한 자동차 개발 또는 운전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가 아니었다.”며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시각장애인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가라는 인터페이스(interface)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불가능’이라 말했던 시각장애인의 운전이 성공했고, 시각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앞으로 우리의 연구가 다양한 분야에 응용돼 시각장애인들이 더 많은 꿈을 꾸고 행복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편 홍 교수와 연구팀이 개발한 시각장애인 자동차는 처음 연구를 제안했던 미국 시각장애인연맹에 기증돼 전국을 돌아다니며 계몽 활동을 하고 새로운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미국 볼티모어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운전학교가 세워질 계획으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사회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또 다른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 1일 aT센터에서 개막한 ‘2013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의 특설무대에 ‘로봇 분야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데니스 홍 교수가 섰다. ⓒ정두리 기자
▲ 1일 aT센터에서 개막한 ‘2013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의 특설무대에 ‘로봇 분야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데니스 홍 교수가 섰다. ⓒ정두리 기자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