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이모 씨는 최근 갑자기 귀가 울리고 난청 증세를 보여 이비인후과를 찾았다가 ‘돌발성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가만히 있어도 상태가 호전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증세는 점차 심해졌다.

이 씨는 “갑자기 주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병원을 찾게 됐다.”며 “처음엔 난청이라는 질환을 잘 알지 못해 별거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청력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 씨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바로 보청기를 마련할 비용이 없다는 것.

돌발성 난청의 경우 골도 보청기라고 일컫는 특수 보청기 부착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청기 비용만 회사마다 최소 200만 원~최대 7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수술을 받기 위해 국민건강보험 지원 대상을 알아봤더니 연령은 5~18세, 양측성 선천성 이기형환자로 제한된 상황이었다.”며 “수술비가 한두 푼도 아니고 어떻게 비용을 마련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 ⓒSK증권
▲ ⓒSK증권이 발표한 논문 '의료기기시장 중 보청기시장 성장가능성'

난청이 최근 노인 뿐 아니라 젊은층까지 빠르게 번지면서 난청 인구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SK증권이 지난 2012년 7월 발표한 ‘의료기기시장 중 보청기 시장 성장가능성’ 논문을 보면  국내 70세 이상 인구 중 54%가 난청이며, ▲60~69세 37% ▲50~59세 25% ▲40~49세 6%의 난청 비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난청은 △소음에 노출된 뒤 생기는 소음성 난청 △스트레스가 주 요인인 돌발성 난청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청력이 떨어지는 노화성 난청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모든 경우 방치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어려워 제때 치료를 받고 자신의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보청기 이외 난청의 청각 재활 방법으로는 약물 치료, 주사 치료, 골도보청기(BAHA), 중이 임플란트, 하이브리드 임플란트, 인공와우이식술 등이 있다.

소리이비인후과 신중욱 전문의는 “난청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난청 정도가 심해져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는 ‘보청기를 껴도 못 알아듣는다’고 말씀하시는 일이 많다.”며 “난청은 최대한 조기에 발견해 빨리 치료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SK증권
▲ ⓒSK증권이 발표한 논문 '의료기기시장 중 보청기시장 성장가능성'

이처럼 난청에 효과적인 대안은 바로 ‘보청기 착용’이 꼽히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난청인구의 7%만이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25% 이상의 보청기 착용률을 나타낸 것과 대조를 보이는 것.

조사 담당자는 “국내 보청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제품들이 대부분 100만 원 이상의 고가인데, 유통구조의 문제가 있어 보청기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국내 보청기 시장규모는 약 2,254억 원 규모로 예상되는데 시장점유율에 있어 외국계 기업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유는 아직 국내 보청기 기술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

국내 보청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외국계 제품들은 약 100만 원 대 이상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중간 도매상과 소매상이 중간 이윤을 챙기면서 가격 부풀림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내 보청기 회사 일부가 유통비용을 없애고 직영 체제를 통해 가격 거품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소수의 기업에 그치고 있는 상태다.

건강보험 지원 금액 턱없이 낮아… 보청기 보급에 ‘걸림돌’

빠르게 늘어가는 난청 인구 속에, 현재 보청기 구매자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장애 6급 이상의 판정을 받아야 한다. 이 때 건강보험에서 지원되는 금액은 34만 원에 불과하다.

청력장애 판정은 순음청력검사를 3회 시행해 가장 좋은 결과를 기준으로 하고, 2급 또는 3급을 판정하기 위해서는 유발반응청력검사가 추가로 필요하다.

그런데 장애등급을 산정하는 데에는 최소 40만 원이 드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게다가 보청기의 내구 연한은 5년으로 정해져 있어 보청기를 자주 바꿔 줘야 하는 성장기 청소년과 청력이 점점 떨어지는 노인은 혜택이 무의미하다.

스타키코리아 심상돈 대표는 보청기의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고, 보청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또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현재 보청기 구입 시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금액은 선진국의 지원 규모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낮다. 보청기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정부 지원금 현실화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눈이 나쁘면 안경을 끼는 것처럼 보청기 또한 단지 청력이 나쁜 사람에게 보조적인 역할을 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 보청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외국 업체에 잠식된 국내 보청기 회사를 살리고, 청각 재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보청기 대중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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