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콜택시 요금에 세 배… 차량 대기시간 30분 이상은 기본

“제가 전화를 했을 때 차량이 대기하고 있을 경우에는 30분 안에 복지콜을 이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1시간 이상 걸릴 때가 허다합니다. 한 번은 3시간이 지나서야 탑승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 뒤로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왔죠.

요금도 부담이 돼요. 시각장애인의 경우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저 역시 현재 아무런 직장을 갖고 있지 않아요……. 한 번은 의정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데 요금이 1만8,000원이 나오더군요. 너무 많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각장애인 정정자 씨-

서울시에서 시각장애인과 신장장애인에게 제공하는 지원차량인 이른바 ‘복지콜’이 긴 탑승 대기시간과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에서 정하는 특별교통수단에 해당되지 않아 서울 장애계 단체와 시각장애인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외출, 복지콜 없이는 ‘전쟁터’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에 거주하고 있는 정정자 씨(시각장애 1급)는 외출을 할 때 마다 대부분 구체적인 장소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복지콜을 이용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지부에서 운영하는 서울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차량인 이른바 복지콜 차량은 1·2·3급 시각장애인과 1·2급 신장장애인을 대상으로 총 140대 운영되고 있다.

▲ 복지콜 이용자 정정자 씨는 비싼 요금과 긴 대기시간으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호소했다.
▲ 복지콜 이용자 정정자 씨는 비싼 요금과 긴 대기시간으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호소했다.

정 씨가 복지콜이 아닌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두 교통수단을 이용할 시에는 ‘생사의 기로’와 맞닿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된다.

정 씨는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은 월계역으로, 10분이면 역에 도착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사람 소리, 자동차 소리에 정신을 못 차리고 걷다가 지나가는 사람이나 주변 장애물에 지팡이를 손상 또는 다치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에서는 위치를 알려주는 점자블록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고, 스크린도어 역시 미설치된 곳이 많다는 증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에는 덕정역에서 아는 동료(시각장애인)와 승차 입구를 찾다가 아래로 떨어져 크게 다칠 뻔한 사고가 발생하는 등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김 씨는 “지하철 안에 타도 사람들이 많을 경우, 손잡이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아 허우적거리다가 모르는 사람의 얼굴을 만진 적도 있다.”며 “그럴 때마다 수치심을 느끼며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이것이 내 한계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 씨는 기사가 직접 집 앞에서 목적지까지의 안전한 이동을 돕는 복지콜을 선호하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적은 차량 수와 같은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보다 비싼 요금이 바로 그 이유다.

같은 특별교통수단, 왜 복지콜은 장애인콜택시보다 비싼가

시각장애인의 주 이동수단인 복지콜은 시각장애인과 신장장애인들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이다. 하지만 같은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와 차량 수와 요금에 있어서 확연히 ‘차별’을 받고 있다.

이러한 차별을 받는 이유로는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마련된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에서 찾을 수 있다.

해당 법에서는 특별교통 수단의 정의를 ‘이동에 심한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휠체어 탑승설비 등을 장착한 차량’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별도의 탑승설비가 장착되지 않은 복지콜은 법에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다.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지부에서 운영하는 서울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차량 ‘복지콜’.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지부에서 운영하는 서울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차량 ‘복지콜’.

요금에서의 차이는 서울시 조례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2008년 서울시에서 제정한 서울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 조례에 특별교통수단의 요금을 도시철도 요금의 3배를 초과할 수 없다고 해 특별교통수단의 범주에 포함되는 장애인콜택시는 이에 해당하는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콜택시는 기본요금 5Km까지 1,500원으로 추가요금은 5Km에서 10Km까지 1Km 당 300원, 10Km 이상 1Km당 35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특별교통수단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복지콜의 경우에는 기본요금 5Km 2,000원에서 추가요금은 1Km당 200원, 100초당 100원씩이 가산하고 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장애인콜택시의 3~5배의 요금을 지불하게 되는 것.

이에 대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남산 서울특별시지부장은 “아무리 복지콜이 장애인콜택시처럼 법적으로 특별교통수단에 포함되지 못했더라도, 상식적으로 복지콜은 시각장애인과 신장장애인들의 특별교통수단이 맞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정의를 내렸고, 요금으로 이들을 차별하는지 이해할 수 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시각장애인 9,700여 명, 복지콜 택시 달랑 ‘140대’

요금 문제와 더불어 차량 배차수 역시 서울시 시각장애인들의 이동권을 가로막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에 거주하는 복지콜 이용 대상자는 1·2·3급 시각장애인 9,768인, 1·2급 신장장애인 1만 477인 등 총 2만245인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운행 차량이 140대 밖에 되지 않아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남산 서울특별시지부장.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남산 서울특별시지부장.

남 지부장은 “통계상으로 특별교통수단에는 30분 이내에 탑승해야 한다.”며 “하지만 복지콜의 경우 30분 이내 탑승할 확률이 53%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인콜택시는 30분 이내 탑승 확률이 80%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장애인 콜택시의 차량수가 460대를 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며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이 차별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남 지부장은 이러한 탑승 대기시간을 축소하기 위해서 여러 단체와 논의한 결과, 100대의 복지콜 증차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남 지부장은 “지난 2011년부터 증차 문제와 관련해서 목소리를 높여왔다. 차량 증차에 대해서는 이미 2010년~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 170대 증차를 약속한 바 있다.”며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2011년도 이후 차량 증차에 대한 지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공약에 비해서도 30대가 부족하고 여러 단체가 연구한 결과 100대 증차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와 지난해부터 100대 증차를 요구, 최근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시각장애인 400여 명이 서울시청에 모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시각장애인 이동권 보장 투쟁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시각장애인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동권 보장 결의대회를 개최했고, 이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 약속을 받아 낸 바 있다.

이동권 확보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경제활동 도와야

한편,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은 경제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복지콜의 확대 및 요금 인하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경제활동의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전국의 시각장애인 29만여 명 중 직업을 가진 이는 30~40%에 불과한데, 이 중 직업은 안마, 지압사가 가장 많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 안마사에 대한 독점권이 ‘합헌’이라고 결정되며 시각장애인의 결제활동의 활성화를 기대했으나, 최근 ‘불법안마시술소’ 등에 대한 경찰들의 과잉 단속으로 생계를 위협받아 오히려 시각장애인의 경제활동이 축소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남 지부장은 시각장애인의 직업이 축소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동권 마저 확보가 되지 않으면 시각장애인의 사회활동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남 지부장은 “현재 시각장애인이 안마사에 대한 직업 연결이 축소돼 경제활동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동이 편리하다면 어떻게든 나와서 사회에 적응하고 사회통합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동에 대해서 보장이 안 된다면, 이러한 경제적 자립조차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서울시에 있는 시각장애인부터 복지콜이 증차되고 요금이 인하된다면 사회생활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며 “이렇게 된다면 현재 시각장애인의 삶이 획기적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확신 한다.”고 주장해 시각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계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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