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2주년 기자회견’ 광화문서 열려

“노숙하던 K 씨. 일하다가 한쪽 팔을 다친 뒤, 고시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폐지를 주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수급 받기위해 가족간의 단절 사유서를 써서 수급 받았지만, 원래 나와야 하는 급여보다 깎여서 나왔다. 이유는 이혼한 전처와 함께있는 큰딸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100만 원 남짓의 소득이 생겼고, 자신의 간접부양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본인도 먹고살기 힘들어 양육비를 못주는 상황에서 딸에게 미안함이 들었고, 더구나 자신이 받던 수급비도 깎여 스트레스를 받던 중 자살에 이른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의 굴레에 갇혀 지금도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1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2주년을 맞이해 지난 투쟁의 시간을 돌아보고, 농성에 함께 했던 각계각층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공동행동은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박근혜정부 VS 광화문 공동행동 비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지난 2012년 8월 21일부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2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광화문은 어느덧 장애인들의 권리 사수를 위한 터가 됐다. 아직도 광화문광장 지하보도에서는 무기한 천막농성을 진행중이다.

이날 참석한 홈리스 활동가 박사라 씨는 “소통·불통·박통의 정부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더 이상 슬퍼할 수만은 없었고,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해 싸울 수 밖에 없었다.”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이어 “장애등급과 부양의무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거나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며 “장애인들이 더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도록 강요하는 제도를 없애버리고자, 지난 2년 동안 농성장을 지켜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활동가 노랑사 씨는 “정부는 언론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한다고 하지만, 진도항에서 한 번 만난 것 외에는 만났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정부는 앞에서는 말을 잘하지만 뒤돌아서면 까먹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지금 폐지되지 않은 것이 그 증거.”라고 비판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2주년 기자회견에 정부관계자의 참석을 요청하기 위해 보냈던 공문을 설명하고 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2주년 기자회견에 정부관계자의 참석을 요청하기 위해 보냈던 공문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은 활동보조인 부재 및 화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故 송국현 씨를 떠올렸다.

최 씨는 “어젯밤 꿈에 故 송국현 씨가 책망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 봤다. 우리는 동지들의 죽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임을, 장애인도 국민임을 정부에게 보여주자.”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원하는 복지서비스를 받고, 당당하게 장애인의 권리와 안전을 요구해, 행복한 삶을 꿈꾸는 내일로 만들자.”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은 어쩌면 어제 죽은 동지들의 그토록 바란던 내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장애계는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전하며, 빠른 시일에 함께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민중 아티스트 야마가타트윅스터 씨의 축하공연으로 ‘나쁘잖아’라는 노래가 이어지기도 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