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계가 코레일 정정래 영업처장과 대화하고 있다.
▲ 장애계가 코레일 정정래 영업처장과 대화하고 있다.
지난 9월 20일 용산역 선로에서 추락한 시각장애인 최 씨가 32주의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용산역을 관리하는 코레일 측은 일말의 보상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추후 사고방지를 위한 안전대책 역시 일언반구 없는 상황.

이에 용산역장애인추락사고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9일 용산역에서 최 씨에 대한 피해 보상과 코레일의 공식사과를 촉구하는 ‘용산역 장애인추락사고 코레일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용산역 역장 “소리 쳤으면 발견했을 것”… 상식 이하 발언

지난 9월 20일 시각장애 1급인 최모 씨는 용산 가족공원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용산역에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최 씨는 용산역 승강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계단을 찾던 중 오전 10시 45분경 목적지의 맞은 편 승강장인 4번 승강장 5-1지점에서 추락했다.

최 씨는 선로에 떨어진 상태로 2분 40초가량 방치됐고, 그 사이 용산역에 도착하는 급행 전동차에 치여 골절 및 뇌출혈 등 전치 32주의 중상을 입었다. 현재까지 병원 치료비로만 2,600만 원이 나온 상태.

이에 최 씨의 어머니는 “며칠 전에 용산역장과 면담했는데 용산역장은 아무런 사고와 대책은 하지 않고, 오히려 ‘소리라도 질렀으면 우리가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시각장애인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상황에서 어떻게 소리를 지를 수가 있느냐.”고 규탄했다.

이어 “용산역 안에 CCTV가 178대가 있으면 뭐하느냐. 약 3분이나 긴시간 동안 아무도 우리 아들을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역장은 이에 대해 아무런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이제 내일이면 사고 100일 째다. 건강상태는 더 악화되고 있다. 현재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공대위는 ▲이번 추락사고에 대한 코레일과 용산역의 공식사과 및 피해보상 ▲재발방지 대책 ▲코레일 사장과의 면담을 통한 공식 사죄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코레일 “법적으로 문제 없다” 일관, 떨어지면 당사자 잘못?

▲ 용산역 4번 승강장에는 스크린도어가 없다. 안전울타리만 설치돼 있어 시각장애인의 선로 추락사고를 예방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 용산역 4번 승강장에는 스크린도어가 없다. 안전울타리만 설치돼 있어 시각장애인의 선로 추락사고를 예방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 대해 코레일 측은 법적인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며, 어떠한 사과나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

현행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시행규칙 2조 1항 ‘이동편의 시설의 구조 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에 따르면 승강장에는 스크린도어 또는 안전울타리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스크린도어와 안전울타리 중 하나만 설치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해당 사고의 경찰 수사에서도 철도공사 측의 과실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현재 지하철 1호선 용산역 4번 승강장에는 스크린도어가 아닌 안전울타리만 설치된 상태다. 시각장애인들의 추락 위험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으나, 이를 개선할 수있는 법적 근거가 명시되지 않은 것.

스크린도어 설치가 예산 등의 문제로 당장 이루기 어렵다고 해도, 이를 대신할 안전요원 배치나 CCTV 점검 강화 등으로 충분히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코레일은 이러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오히려 ‘안전 규칙을 지켰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선로에서 떨어지는 것은 오롯이 당사자의 책임이라며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고구간인 4번 승강장에서 시각장애인 당사자와 부모 등 30여 명이 사고 당시의 상황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코레일 정정래 영업처장과 말다툼이 벌어졌다.

시각장애인 부모들의 “이번 사고에 대해 잘못이 있느냐 없느냐.”는 질문에 정 영업처장은 “현재 용산역은 이동편의증진법에 부합해 안전울타리를 설치한 상황.”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영업처장은 “현재 용산역의 안전장치 등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해 시각장애 부모들의 공분을 샀다.

전국특수학교부모협의회 김남련 회장은 “지금 코레일은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코레일은 이번 사고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고, 오직 최 씨만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어떻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한편, 시각장애인, 부모 등 30여 명은 오후 3시 가량부터 현재까지 지하철 1호선 용산역 4번 승강장을 점거 농성을 벌이며 경찰 및 용산역 관계자와 대치 중인 상황이다.

▲ 시각장애인, 부모 등 30여 명은 오후 3시 가량부터 현재까지 지하철 1호선 용산역 4번 승강장을 점거 농성을 벌이며 경찰 및 용산역 관계자와 대치 중인 상황이다.
▲ 시각장애인, 부모 등 30여 명은 오후 3시 가량부터 현재까지 지하철 1호선 용산역 4번 승강장을 점거 농성을 벌이며 경찰 및 용산역 관계자와 대치 중인 상황이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