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영 감독 “열악한 현실에서도 ‘좋아서’라는 말로 훈련 이어온 선수들의 ‘근성’을 믿는다”

▲ 파워리프팅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조직위원회
▲ 파워리프팅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조직위원회
미리 공부하는 2015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역도 종목은 스쿼트·벤치프레스·데드리프트 세 가지 자세로 바벨을 들어 성공한 무게의 총합을 겨루는 파워리프팅(Powerlifting) 경기 방식으로 진행된다.

비장애인 역도의 웨이트리프팅(Weightlifting,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방식, 인상과 용상으로 구분) 또는 벤치프레스 방식만 채택하는 장애인올림픽과는 다른 방식이다.

스쿼트 종목에서 선수는 심봉이 목 뒤쪽에서 어깨를 가로지르도록 바벨을 든 뒤 고관절 부위의 다리 상단 표면이 무릎의 상단보다 더 낮아질 때까지 앉았다가 일어나야 한다. 충분히 무릎을 구부리고 신체를 낮추지 못하거나, 일어설 때 더블 바운스(한 번에 올라오지 못하고 두 번 이상 회복 시도를 하는 경우)를 하면 해당 무게는 실패로 판정된다. 자세를 마친 뒤에도 심판의 지시 전에는 바벨을 바닥에 내동댕이쳐서는 안 된다.

벤치프레스에서는 벤치에 누운 상태에서 바벨을 들어 올린다. 머리·어깨·엉덩이는 벤치에, 발은 바닥에 밀착해야 한다. 심판의 신호를 받은 뒤 바벨을 가슴이나 복부까지 내렸다가 팔을 곧게 뻗어 바벨을 들어 올려야 한다. 이 때 팔을 균등하게 펼치지 못하거나 팔꿈치가 고정되지 않으면 실패로 간주한다.

데드리프트는 허리를 굽혀 발 앞에 놓인 바벨을 잡았다가 직립자세를 취하면서 들어 올리는 종목이다. 일단 리프트가 시작되면 곧게 서서 무릎이 고정될 때까지 바벨이 내려가서는 안 된다. 허벅지로 바벨을 지탱하거나, 어깨나 무릎을 곧게 펴지 못할 때에는 실격 처리된다.

각 종목당 세 번씩의 기회가 주어지며, 그중 가장 무거운 중량을 최종 성적에 합산한다. 남자는 10체급, 여자는 9체급으로 나뉘며, 체급별로 동점자가 생기면 체중이 적은 선수를 승자로 한다.

역도 종목에서 시각장애인 선수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몸무게의 두세 배, 혹은 그 이상 중량을 들어 올리려면 정확한 균형을 갖춰야 하지만 자세가 어떤지, 쓰고 있는 근육의 형태가 어떤지 스스로 보지 못하니 그만큼 무게중심을 잡기 어렵다. 전적으로 느낌에 의존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

“객관적 기량은 5위권, 하지만 우리는 ‘이변’을 준비한다”

대회에 출전하는 시각장애인 역도 국가대표 팀은 ‘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박근영 감독(한국대학역도연맹 전무이사)의 객관적 평가는 5위권이지만, 대표팀 주력 선수들이 그동안의 노력을 잘 발휘해 준다면 가능하리라는 기대다.

▲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는 박근영 감독(왼쪽)ⓒ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조직위원회
▲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는 박근영 감독(왼쪽)ⓒ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조직위원회

“객관적인 기량은 높지 않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내심 대표팀 주력 안동수 선수(강원장애인역도연맹)를 주축으로 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안동수 선수는 원래 75kg급 선수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체급을 한 단계 낮춰 67.5kg급에 출전할 계획이다. 현재 체중조절과 더불어 메달권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 스스로 목표의식이 확고하기에,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만하다는 생각이다.”

비장애인 역도지도자로 이미 잔뼈가 굵었던 박 감독은 2013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역도선수권대회 때 처음으로 장애인역도지도자로 나섰고,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를 맞아 처음으로 구성된 시각장애인 역도국가대표팀의 감독을 맡았다.

“시각장애인 역도가 국제대회를 위해 국가대표팀을 꾸린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다.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이 아니라서 그런지, 지원이 미비했다. 사실 우리 대표팀에는 역도경력 20년씩 된 선수들이 많고, 국내에서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15~16연패씩 해온 선수들이다. 하지만 국제대회는 이번이 첫 출전이다. 기량은 사실 입상권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유럽 쪽에 러시아, 터키, 우크라이나가 강세인데, 이들 나라에서는 장애인올림픽과 상관없이 매년 대회를 열고 선수들이 계속 기량을 겨로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면 우리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나갈 여력이 없다. 매번 4~500만 원씩 들여 자비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다섯 명의 시각장애인 역도 국가대표선수들은 현재 이천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합숙훈련에 매진하며,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3~4회 훈련을 소화한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이 꾸려졌기에 그나마 사정이 좀 나아진 것이지, 평소 때 이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 운동하기도 벅차다. 바로 먹고사는 문제, 생업 때문이다.

생업을 유지하며 새벽에 잠깐 또는 낮에 잠깐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시각장애인 역도 선수들의 현실이다. 그래도 그들은 ‘좋아서’라는 말로 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박 감독은 이 선수들의 ‘열정’과 ‘근성’에 믿음을 둔다.

“우리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응원해주는 목소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항상 시합에 나가보면 경기장엔 선수와 심판 뿐, 우리들만의 경기일 때가 많다. 이번 대회는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서 열리는 첫 시각장애인종합국제대회다. 큰 의미가 있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든다. 우리 선수들을 위하는 길은 그들에게 동정과 연민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근성과 투혼에 박수를 보내는 일이다.”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역도 종목은 오는 11일~13일까지 사흘간, 서울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 올림픽역도경기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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