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경제독립, 삶의질 향상 위해 노동은 중요 요소
비장애인 중심 노동시장 변화 위해 장애인들의 활발한 사회 움직임 필요

▲ 한국직업재활학회는 ‘장애인의 일과 복지이슈에서 고용이 진정한 대안인가?’는 주제로 2016년 직업재활 국제학술대회를 가졌다.
▲ 한국직업재활학회는 ‘장애인의 일과 복지이슈에서 고용이 진정한 대안인가?’는 주제로 2016년 직업재활 국제학술대회를 가졌다.

장애인의 복지측면에서 고용은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은 늘 배제됐다. 이에 장애인은 그동안 왜 배제돼 왔는지, 장애인의 삶에 있어서 고용이 진정한 대안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직업재활학회는 3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의 일과 복지이슈에서 고용이 진정한 대안인가?’는 주제로 2016년 직업재활 국제학술대회를 가졌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영국의 더럼대학교(Durham University)의 인문지리학부 존 워렌(Jon Warren)교수는 장애인이 노동시장에서 배제돼 온 역사를 설명하며, ‘고용이 장애인의 삶에 진정한 대안인가.’란 물음에 답을 설명했다.

18세기 산업화… 장애인을 노동시장으로부터 배제시켜

▲ 영국의 더럼대학교(Durham University)의 인문지리학부 존 워렌(Jon Warren)교수.
▲ 영국의 더럼대학교(Durham University)의 인문지리학부 존 워렌(Jon Warren)교수.

워렌 교수에 의하면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급격한 산업화는 노동시장 전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산업화 전 농경사회에서는 유연한 노동현장과 직무의 다양성 등이 존재했다. 이에 그 시대 ‘일’은 가사노동, 자원봉사, 취미활동, 유급근로 등 모든 것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경제가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로 변화하면서 ‘일’의 정의는 빠르게 변화했다. 일은 오로지 유급 근로만을 통한 노동으로 정의된다는 것. 즉, 유급근로만이 가치있는 노동형태로 여겨 장애인의 노동은 가치가 없게 됐다고 워렌교수는 설명했다.

또한 워렌 교수는 산업화의 중요 부분인 공장구조가 장애인을 노동시장과 분리시켰다고 주장했다.

워렌 교수에 의하면 산업화시기 공장구조는 상당히 고정화 됐다. 기계에 의해 천편일률적인 작업만을 하기 때문에 인간 역시 ‘보편화’된 모습을 선호한다. 즉, 근로자들이 지정한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앉았다. 일어났다. 밥 먹는다. 움직인다.’는 일련의 과정들이 획일화돼야, 그 흐름에 따라 공장의 기계가 오류 없이 좀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이는 인간도 일하는 기계가 돼야 한다는 것과 같다.

워렌 교수는 “획일화된 생산공정 때문에 ‘보편화되지 않은’ 장애인들은 노동시장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었다.”며 “따라서 산업화 이후 장애인들은 노동과 멀어지고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가족체계가 바뀌기 시작하면서 장애인들은 생계를 가족에게 의존할 수도 없게 된다.”고 당시 장애인들의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에 대해 설명했다.

‘노동을 할 수도 없고, 가족에게 의지할 수도 없는 사람.’ 워렌 교수는 산업화 시대 장애인이 겪었던 어려움이 오늘날 장애인을 대하는 편견과 차별을 야기 시켰다고 꼬집었다.

장애인의 사회 움직임이 고용 형태 변화시킬 수 있어

그러나 워렌 교수는 근로형태가 장애인의 배제와 장애를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의 노동 참여 접근을 막는 요인들을 줄여나가는 작업이 사회의 근로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워렌 교수는 “근로와 고용은 사회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따라서 장애인들의 사회 움직임 확산이 된다면 분명 고용 형태는 바뀐다. 장애인들의 고용에 대한 의지, 요구들이 이 사회 근로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믿음으로 장애인들은 산업화 이후 독립, 고용을 위한 투쟁을 이어 왔고, 정부도 고용과 고용접근성이라는 것이 차별을 없애는데 중요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영국은 작업장의 차별 폐지를 비롯해 고용주들이 장애인들을 고용하고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는 법을 만드는데 힘을 기울였다.

워렌 교수는 “영국은 지난 20년 동안 차별 폐지 정책을 많이 만들었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다.”며 “수치로만 보면 장애인 유급근로자수가 46.3%로 양호하지만, 고용의 질과 작업환경 등은 여전히 많은 부분 개선 돼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고용유지 측면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단기간 취업-실업-취업-실업을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꾸준히 일을 하는 것과 그에 따른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장애인의 일과 복지이슈에서 고용이 진정한 대안인가’란 물음에 “아마도(maybe)”라고 답하며 “장애인에게 고용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다. 고용은 장애인들에게 경제독립과 더 높은 삷의 질을 가져올 수 있다. 독립성과 고용 선택권이 부여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제는 장애인도 이러한 것들을 누려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의 변화 ▲고용주 지원 ▲일자리 유지를 위한 방안 마련 ▲근로 서비스 향상 ▲작업장 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안으로서의 노동, 장애 정도 고려돼야

▲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조성열 교수.
▲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조성열 교수.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조성열 교수는 워렌 교수의 ‘아마도(maybe)’란 답에 공감하면서 또다른 답을 내렸다.

조 교수는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생산현장에서 능력을 발휘 하는게 가능할 수 있지만, 장애가 심한 사람은 노동을 하는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증 장애로 생산 현장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작업활동, 간단한 취미활동도 고용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장애가 심해서 생산 현장에 참여 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생산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의 노동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이들의 일도 고용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애인을 과거에 ‘무력·수동적·의존적 시민’이라는 인식에서 ‘능동적·시민적 권리를 갖는 역량 있는 시민’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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