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는 예비범죄자? 강제입원 강화하는 경찰청장 대책에 당사자 분노

▲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정신장애인연합 등은 경찰청 앞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의 정신장애인 마녀사냥대책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정신장애인연합 등은 경찰청 앞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의 정신장애인 마녀사냥대책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근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강신명 경찰청장이 ‘정신질환자에 의한 우발적 범죄’로 결론 지으면서 장애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정신질환 당사자 수십명이 강 청장에게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정신장애인연합 등은 31일 경찰청 앞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의 정신장애인 마녀사냥대책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계 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강신명 경찰청장의 사과와 입장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당사자들은 ‘강남역 살인사건’을 ‘정신질환자의 우발적 범죄’로 결론 짓고, 사건 예방 대책으로 ▲정신질환자 판단하는 점검표 완성과 전수조사 실시 ▲경찰의 행정입원 요청 가능 등을 내놓은 강신명 경찰청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기자회견을 통해 한 목소리로 혐오에서 비롯된 범죄를 정확한 프로파일링과 정신과전문의 진단 없이 무조건 정신질환자의 일방적 잘못으로 몰고가면서 정신질환자를 사회에서 더 배제시키고 격리시키려 한다고 토로했다.

▲ 강제입원강화 대책 즉각 철회하라! 구호를 외치는 당사자들.
▲ 강제입원강화 대책 즉각 철회하라! 구호를 외치는 당사자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는 “15년 동안 정신질환이 있었지만, 그동안 나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정신질환의 특성이 사람의 기본적인 특성을 넘어서지는 않는다.”며 “한국에는 50만 명의 정신질환자가 살고 있다. 경찰의 논리라면  나와 우리 동료는 모두 전과자가 돼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무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당사자들은 점검표를 통해 정신질환자를 판단한다는 경찰의 대책이 터무니 없는 방법이라며 결국 정신질환자를 지역사회에서 격리시키고 병원에 가두려는 수작이라고 지적했다.

송수헌 전 한아름 방송국장은 “경찰은 점검표로 정신질환자를 점검해 내겠다고 한다. 간단한 심리테스트도 몇 시간이 걸리는데 점검표가 무엇인가.”라며 “표시를 잘못하면 모두 입원 될 수 있다. 이게 무슨 대책인가. 심지어 경찰이 입원을 신청하겠다고 한다. 우리의 입원 신청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우리를 왜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는가.”고 호소했다.

아울러 당사자들은 정신질환자가 위험한 존재가 아닌,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며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 신석철 팀장 “대부분 정신질환자는 격리해야 할 위험한 존재가 아니다.”며 “치료와 상담을 통해 충분히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체 무조건 격리시키고 배제하려 한다.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받으며 지역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복지서비스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장 대책 발표… 각계각층 한목소리로 문제 지적

이날 기자회견에는 법조계·장애계·당사자 가족 등이 참여해 당사자들 발언에 힘을 실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는 경찰의 요청만으로 인신을 구속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신체자유의 권리를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실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경우 인신을 구속하려면 구속영장과 실질심사, 구속적부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범죄자도 3번의 안전장치를 통해서 구속을 하는데, 정신질환자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경찰 요청에 의해 인신이 구속될 수 있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장애계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신질환자를 범죄자로 추측하는 경찰의 무책임함을 지적했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윤상오 소장은 “이런끔찍한 사건이 날때마다 대한민국 경찰은 정신장애인을 혐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특히 이번 사건이 여성 안전문제로 부각되면 안전을 소홀히 한 경찰의 책임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본인한테 책임이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정신질환자의 소행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당사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경찰청 민원실에 ‘강신명 경찰청장의 대책 철회 요구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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