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활동지원 24시간 이용자 불시 심야 점검… “부정수급 방지 위해 불가피”

“외출했다가 밤 10시경 집에 돌아와 쉬려는데, 낯선 사람이 문을 쿵쾅쿵쾅 두드렸다. 그때  활동보조인이 나를 휠체어에서 바닥으로 옮기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문을 열어주지 못했다.

몸을 옮기고, 문을 열어주니 나에게 ‘왜이렇게 문을 늦게 열었느냐’, ‘뭐했느냐’ 물어봤다.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가 한명 들어와서 대뜸 그렇게 물어보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러더니 우리집을 이리저리 살피더라. 마치 내가 죄를 지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괜히 무서웠고,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그는 활동보조인과 나의 신분증을 검사했다. 신분증사진과 나를 대조해보면서 ‘본인이 맞냐’, ‘활동지원 하고 있었느냐’는 둥 이런 저런 것을 물어봤다. 꼭 취조 받는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불쾌했다.”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는 최모 씨는 최근 불쾌한 일을 겪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갑자기 찾아온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불시 점검 때문.

서울시가 지난 4일 활동지원 24시간을 받는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대상으로 불시 심야점검을 실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점검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활동지원제도의 운영 실태를 확인하고 부정수급 등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심야점검은 7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서울시 보건 담당 공무원 90여 명이 2인 1조로 실시했다.

하지만 이번 점검에 대해 활동보조인과 이용자를 비롯한 장애계는 ‘사생활침해’, ‘인권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전고지 없이 심야시간에 이용자의 집에 찾아가 활동지원 이용 여부를 점검하면서 마치 ‘범죄자가 된 듯’ 한 취조를 받았다는 것이 실제 점검대상자의 말이다.

불시 점검을 받았던 이용자 최 씨와 활동보조인은 “우리가 마치 범죄를 지은 사람 같았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주눅들고, 기분이 나빴다.”고 불쾌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러한 점검 사실이 알려지자 장애계가 서울시에 항의하고 나섰다.

활동지원제도의 운영이 제대로 되는지를 살피는 조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심야 점검은 다른 문제라는 것.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밤 10시는 하루일과를 마무리하고 편안하게 쉬거나, 잠잘 준비를 할 시간.”이라며 “그 시간에 낯선 사람이 갑자기 문을 두드리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갑자기 집에 들어와 수색하듯이 집을 살피면,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이라고 당사자들의 마음을 대신 전했다.

이어 “정책을 점검하는 것을 떠나 이것은 사생활의 문제다. 서울시가 24시간 활동보조인을 지원 해준다고 해서, 이용자의 사생활까지 침해할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활동지원 서비스의 부정수급을 점검하기 위한 문제 해결 방법이 꼭 ‘불시 점검’으로 불쾌감을 줘야 하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부정수급 방지를 위한 불시 점검은 ‘불가피’… 인권침해 논란 계속될 전망

한편 이러한 문제점이 제기되자 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지원과 관계자는 “이용자, 활동보조인을 대상으로 한 불시 점검이 24시간 활동지원제도 운영 실태 조사를 위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2015년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하고 있는 서울시는 처음 제도를 도입한 만큼, 부정수급, 예산 문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올해에만 두 개의 자치구에서 각각 2,200만 원, 1억1,900만 원의 부정수급 사례가 발견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정수급 방지를 위한 불시 점검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4일 불시 점검을 통해 의심사례가 발견됐고, 조사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늦은 밤 찾아온 활동지원 서비스 불시 점검.

부정수급 ‘착출’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이야기 하는 지자체와, 인권과 사생활 침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장애계의 의견이 맞서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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