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장애계를 반겼다. 바로 서울판 ‘도가니’라 불리던 송전원 시설이 2016년 12월 3일 밤 11시 59분에 폐쇄된 것.

송전원은 지난 2014년 설립된 인강재단 산하 장애인거주시설로, 지난 2014년 4월 시설 거주인 간의 성폭력, 노동착취, 자유로운 외출 금지 등 인권유린이 벌어진 곳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같은해 1월 해당 종사자 징계 등을 비롯해 시설 거주인들에 대한 탈시설과 전원 조치 등을 권고했지만, 지난해 8월 서울시와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 등이 실시한 인권 실태조사에서 송전원은 시설 거주인에 대한 인권유린이 다시 한번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서울시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시설거주인들에 대한 상습적인 욕설과 폭행·통제라는 명목의 학대 등이 자행됐다.

또한 송전원 내 한 여성 거주인이 연인관계인 다른 거주인과 성관계 뒤 2개월 동안 생리를 하지 않자, 의사의 처방 없이 당사자에게 사후피임약을 강제로 먹게 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도봉구는 지난 10월 2일 송전원에 시설 폐쇄 통보를 내렸으나 거주인들에 대한 지원계획 부재 등으로 집행이 지지부진했고, 결국 지난 1월 거주인을 대상으로 한 직원의 폭력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거듭되는 송전원 시설 거주인에 대한 폭행·학대 등의 인권유린으로 인강재단 공익이사회는 지난 1월 22일 더 이상 시설의 정상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 송전원 시설 폐쇄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후 새로 선임된 김재원 원장은 거주인들에 대한 탈시설-자립계획을 수립·추진하기 시작했고, 지난 3일 드디어 송전원이 폐쇄됐다.

송전원 시설 거주인 47인 중 16인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고 있고,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한 3인은 타기관에 전원됐고, 28인은 인강원재단에서 탈시설을 준비중에 있다.

어려웠던 탈시설-자립계획, 종지부를 찍다

▲ 하탈시설-자립을 통해 지역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송전원 폐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탈시설-자립을 통해 지역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송전원 폐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송전원 시설 거주인의 자립계획을 추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당장 페쇄하는게 맞을까. 지금 당장 시설거주인이 지역사회에 나온다고 해도, 척박한 자립생활 환경속에서 자립생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그럴때마다 한가지만 생각했다. 자립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선택과 결정권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그것보다 위에 있는 가장 중요한 인권을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시설은 시설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거주인이 하루라도 더 빨리 지역사회에 살아갈 수 있도록 탈시설을 수립하고 추진했다. 그리고 드디어 끝이 났다.”


송전원 김재원 원장

장애계가 탈시설에 대해 갖고 있는 의지와 열정만큼, 시설거주인의 탈시설-자립계획 수립·추진은 그리 쉽지 않았다.

시설거주인이 지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고려돼야 할 요건들이 너무나 많지만, 지역사회 환경은 열악하기만 했고, 자립생활에 대한 개념 또한 장애계와 너무나 달랐다.

“흔히 자립생활을 이야기 할 때 당사자의 선택과 결정권만 이야기 한다.  자립주택 입주 선정기준이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냐없냐’가 가장 우선적인 기준이 되더라. 송전원 시설 거주인 대부분이 지적장애가 있어서, 자기의 선택과 결정권에 대한 표현이 자유롭게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이야기한 잣대를 보면 장애인은 다 시설에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중증 장애인들이 지역으로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다.

탈시설 계획을 수립할 때 장애인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지 말고, 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를 고민해 달라.”

김 원장을 비롯한 장애계는 9개월간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드디어 송전원을 폐쇄시켰다. 송전원 폐쇄는 탈시설을 끊임없이 주장해온 장애계에 큰 의미를 남겼다. 거주인들에 대한 탈시설-자립생활계획이 수립·실행된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송전원 폐쇄가 그동안 인권침해와 비리를 저지르고도 운영되던 사회복지법인과 시설,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또 다른 시설로 전원했던 정부와 지자체의 낡은 관행에 대해 변화를 이끄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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