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없이는 운영되기 힘든 ‘특수학교’?
‘부모’ 없이는 운영되기 힘든 ‘특수학교’?
  • 이명하 기자
  • 승인 2017.09.2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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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연대 “특수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교육부 차원 지침마련, 관리·감독 이뤄져야
▲ 감담회
▲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특수학교 장애학생 인권침해 대책 수립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특수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부모들은 특수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자녀들이 제대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특수학교 내 장애학생의 교육 현실을 고발했다.

지난 27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특수학교 장애학생 인권침해 대책 수립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교육부 관계자, 관련 전문가 등과 함께 보다 나은 특수학교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한 대책을 강구했다.

부모연대는 ▲식사시간 보조인력 미제공 ▲통학버스 부족으로 장시간 통학 문제 발생 및 학부모 통학 부담 가중 ▲개별화교육지원팀 운영과정에서 학부모 참여 배제 또는 제한 ▲교외체험학습 참가 횟수 제한 및 차량지원 미제공 ▲무상교육 대상자라는 이유로 전공과 재학 장애학생 차별 등을 특수학교 장애학생의 교육권 침해사례로 꼽았다.

부모에게 책임 전가하는 특수학교…교육권 침해받는 학생들

특수학교에서 점심시간은 수업시간으로 분류된다. 학생들에겐 섭식행위도 훈련의 하나가 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보조인력이 학생들의 식사를 도와야 한다.

그러나 부모연대에 따르면 특정 특수학교는 보조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에 보조인력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식사보조의 책임이 학부모에게 떠맡겨지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부모연대의 부모회의가 진행되던 가운데 점심시간이 되자 특정학교의 부모들이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식사보조를 하러 갔다.”며 “학교에서는 부모가 무조건 식사보조를 해야 한다며, 맞벌이 부부라면 활동보조인이라도 보내야 한다고 했다. 부모들은 대부분 별수 없이 학교에 상주하며 자녀의 식사보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특수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통학버스의 전체 대수가 부족해 통학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한 대의 버스가 장거리 운행되고 있어 몇몇의 학생들은 최대 1시간 30분이 넘도록 통학버스에 타고 있어야만 한다. 더욱이 통학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학생의 학부모들에게는 통학 부담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리프트가 설치된 버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수학교의 특성상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리프트가 설치된 버스가 부족해 학생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증언이다.

학부모들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각급학교의 장은 특수교육대상자의 취학 편의를 위해 통학차량 지원, 통학비 지원, 통학 보조인력의 지원 등 통학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리프트가 설치된 버스가 부족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이 통학버스를 타지 못하고 있어 몇몇의 부모들은 장애인콜택시나 자가용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통학과정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의료조치를 할 수 있는 인솔자와 장비가 부족한 것도 문제로 꼽혔다.

학부모들은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학생의 학부모가 특수학교 측에 등교과정에서 가래흡입을 요청했지만 해당 장비가 마련된 버스가 없을뿐더러, 인력이 부족해 조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는 가래흡인이 필요한 학생은 학교에 오지 말라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 윤종술 대표
▲ 부모연대 윤종술 대표가 특수학교 학생들이 좋지 않은 교육환경에 놓여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부모연대 윤종술 대표는 “장비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등·하교 하는 장시간 동안 학생을 돌볼 사람이 버스에 단 한명 뿐인 것은 굉장한 위험.”이라며 “또한, 버스인솔자가 위급상황에서 학생에게 어떠한 응급조치를 해야 하는지 제대로 교육받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통학과정의 응급처지와 관련한 내용이 거론되자 학부모들은 교내 의료조치에 대해 학교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특수학교의 특성상 의료조치가 필요한 학생이 많다. 하지만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은 현재 법령으로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학교 내 의료조치 등 지원에 관한 내용이 없다. 이렇다 보니 특수학교 내 의료조치에 대해 교육부, 교육청, 학교장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학부모들은 지적한다.

지난 2013년, 한 특수학교에서 학생의 기도에 삽입된 튜브가 빠지는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해당 학생은 담임교사가 가래흡인을 해왔지만 응급상황이 발생하자 학교장이 가래흡인을 중단시켰다. 이에 해당 학생의 학부모는 매일 2~3회 학교에 방문해 가래흡인 조치를 취해야 했다.

이에 부모연대는 학교가 원활한 학습활동을 위해 필요한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장애인 차별로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지난 7월 31일 해당 학교장과 교육부장관에게 의료조치 현의 지원과 장애학생 지원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별반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학부모들은 “인권위 권고에 따라 해당 학부모가 학교에 의료조치 지원을 이야기 하자 학교장은 권고이기 때문에 가래흡인 조치를 지원하지 않아도 위법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서 응급처치 등 의료조치와 같은 위험부담이 높은 행위만 하지 않을 뿐 학교는 철저하게 학생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부모보다 보건자격증이 있는 보건교사가 가래흡인 조치를 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특수학교에서는 학생에게 의료조치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 의료조치는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사항이지만 교육청은 해당 특수학교의 의료조치 책임 회피와 관련해 ‘학교가 의료조치를 할 수 있으나 강제할 수 없다’고 답해, 학생들은 응급상황에 아무런 대비 없이 학부모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특수학교별 교육 차이 잇따라’ 중앙 정부의 개입이 답

특히 어느 특수학교를 다니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에서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개별화교육지원에도 학교, 지역, 장애유형 간 차이가 심해 평등한 교육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특수교육법 제22조에 따라 ‘각급학교의 장은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보호자, 특수교육교원, 일반교육교원, 진로·직업교육 담당 교원,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담당 인력 등으로 개별화교육지원팀을 구성해야’ 한다.

학생마다 다른 학습욕구와 능력에 맞춘 교육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별로 다른 방법을 활용해 다른 내용을 수준에 맞게 지도해야 하지만, 현재 특정 특수학교에서 개별화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통합학교 내 특수학급을 다니다가 특수학교로 전학하게 됐다. 아이가 영어공부에 욕심이 있어서 개별화교육으로 영어수업을 요청했더니 학교에서는 기본교육과정만 제공할 뿐이라고 답했고, 현재 아이는 학교에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수교육법에 따라 개별화교육지원팀이 매 학기 마다 개별화교육계획을 세우는 데 학부모의 참여가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부모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학부모들은 특수학교가 학생들의 안전을 이유로 교외체험학습 참가 횟수를 제한거나 교외체험학습 차량을 제공하지 않고, 무상교육 대상인 전공과 학생을 차별하는 등 특수학교 내 장애학생의 교육권 침해 사례를 짚었다.

부모연대 윤종술 대표는 “개별화교육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육환경이 특수학교 내 장애유형별 차이, 특수학교 차이, 지역 차이 등이 발생하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부모연대는 △보조인력의 책무 재확인 및 교육·연수 강화 등 교육부 차원의 지도·감독 필요 △다양한 형태의 통학 차량 확충, 통학보조인력 배치 등 통학 지원 대책 마련 △교육부 차원의 개별화교육 활성화 방안 수립·실시 △특수교육대상 학생 교외체험학습 참여 횟수 제한 금지, 학교차원의 편의제공 지원 등 실습·체험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 대책 마련 △전공과 재학 유무 관계없이 모든 특수교육대상 학생에게 보조인력, 통학지원, 치료지원 등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등 차별 없이 제공 등을 제안했다.

▲ 정은영 연구원
▲ 정은영 연구원이 장애학생인권침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하고 있다.

더불어 부모연대는 “구체화된 지침이 없는 것이 문제다. 교육부 차원의 기본 지침을 만들어 각 학교의 차이를 메워야 한다.”며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의 재량으로 넘기고, 시·도교육청은 학교장의 재량으로 넘기는 등 특수학교와 관련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사항이 많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학부모들의 지적에 정부 관계자는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추가적인 논의를 약속했다.

교육부 정은영 연구관은 “장애학생인권침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얼만큼 지원을 강화해야하는 지 고민할 것.”이라며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관리·감독을 지원·강화하고 교육여건 개선 등의 내용을 제5차 교육 5개년 계획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조치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의논해 검토하고, 학부모들이 전해준 피해사례의 배경이 된 특수학교에 대해서는 서울시교육청과 이야기해 권고조치를 하겠다.”며 “빠른 개선을 위해 시·도교육청 관계자, 교육부, 학부모가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