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포럼

[성명] 오랫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와 한국 장애인이 드디어 만났다

한국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가입한지 14년만에 마침내 선택의정서 가입에 성공했다. 한국 장애계는 오랫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선택의정서가 드디어 비준된 것을 자축하고 환영하는 바이다.

당사국의 협약 위반 사실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통보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개인통보제도와 직권조사 제도를 담고 있어, 협약 이행을 절차적으로 강화하는 핵심적 규범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14년동안이나 미뤄왔다. 국내외 장애계는 14년동안 정부와 국회의 문을 두드리며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해왔지만, 유엔장애인권리협약 2, 3차 심의를 앞둔 2019년에서야 선택의정서 비준을 뒤늦게 결정한 정부에 이어, 사회적 소수자 의제에 대한 낮은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선택의정서 비준 동의안이 상정 1년이 다 되도록 계류해온 국회의 안일함으로 인해 애를 태워야 했다.

그러나 2022년 12월 8일, 제400회 국회 본회의에서 선택의정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선택의정서 비준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국내 장애인들의 오랜 염원이 드디어 이뤄진 역사적 순간이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사회에서 무가치한 존재, 열등한 존재, 효용성 없는 존재로 여겨져 온 장애인 당사자들이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며 차별에 투쟁한 역사의 기록이다. 장애인의 동등한 존엄을 선포하고, 시혜의 영역이었던 자유로운 삶,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이 다름아닌 장애인의 권리임을 각인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그 자체로 전 세계 장애인의 투쟁의 결실이자 새로운 역사의 시작점이다.

선택의정서는 바로 이러한 역사적 협약이 국가의 ‘인권 장신구’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규범이다. 선택의정서를 통해 전 세계 수 많은 장애인이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차별과 인권침해를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되었고, 국가에서 벌어지는 중대하고 체계적인 장애인 권리침해를 바로잡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마침내, 국내 장애계가 애타게 기다려온 선택의정서를 드디어 마주하게 되었다.

한국 사회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주요 규정들뿐만 아니라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직접 권고한 내용들, 즉, 의료적 관점이 아닌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에 따른 서비스 제공 체계 구축, 교통, 건물, 정보 및 서비스에 대한 장애인의 완전한 접근 보장, 장애인의 완전하고 의미 있는 지역사회 참여 보장, 통합이 원칙인 교육 체계 구축, 모든 장애인의 의사결정 능력 존중에 기반한 의사결정지원제도 등이 권고 10여 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그 이행이 요원한 곳이다. 장애인권리협약 가입 15년이 흘렀어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제도가 여전히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선택의정서는 존엄과 평등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이 늦었지만, 정부와 국회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제 말로만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는 기만의 시대는 끝났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담긴 장애인 권리 투쟁의 역사가 면면이 이어지도록, 한국 사회가 다시 차별과 배제의 역사로 돌아가지 않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지켜보고 바로잡을 것이다.

2022년 12월 8일

한국장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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