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와 면담 성사… 서울시장 대화 등 요청
전장연, 공사 측의 ‘냉각기’ 제안 수용… “20년 넘는 우리의 외침에 답해 달라”
오세훈 서울시장, SNS 통해 “전장연,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밝혀

4일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와 면담을 진행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4일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와 면담을 진행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오는 19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멈추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간까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4일 오후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와 면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냉각기를 갖자는 서울교통공사의 제안을 수용했다. 오는 19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하고, 오 시장과의 면담 요청에 대해 답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해당 기간 전장연은 지하철에 탑승하고 내리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고,  혜화역에서 장애인 이동권과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해 알리는 출근길 선전전만 진행한다. 다만, 오 시장이 면담을 거부할 경우, 오는 20일부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할 예정이다.

한편, 이러한 전장연 측의 입장에 대해 오 시장은 같은날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전장연,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답변을 했다.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 맞불 놓은 서울교통공사

앞서 지난 2일 전장연은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반영과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지하철 행동’을 재개했다.

이날 서울시는 오 시장의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와 경찰들은 지하철을 탑승하려는 활동가들을 막아섰고, 13대에 달하는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어 지난 3일 전장연은 ‘2023 지하철 선전전 방향’을 발표하고,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260일을 4호선에 한정해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대통령실에서 가장 가까운 삼각지역을 지나는 4호선에서 매일 선전전을 펼치겠다. 마찰을 피하기 위해 장소는 당일 오전 8시에 공지하겠다.”고 말하며 기습 시위에 돌입했다.

지난 2일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진행된 ‘장애인권리예산·입법쟁취 1박 2일 1차 지하철 행동’ 현장.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의 지하철 승차 시위를 막아섰다.
지난 2일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진행된 ‘장애인권리예산·입법쟁취 1박 2일 1차 지하철 행동’ 현장.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의 지하철 승차 시위를 막아섰다.

같은 날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강제 조정안에 대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며 맞불을 놨다.

지난 2021년 11월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에 대해 형사고소 2건, 민사소송 1건을 제기했다. 이 중 민사소송 1건에 대해 재판부는 서울교통공사와 전장연 측에 강제 조정안을 보내왔다.

조정안에 따르면, 서울공사에는 내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도록 했다. 전장연 측에는 출입문 개폐 등을 방해하는 방식 등으로 열차 운행을 5분 이상 지연시킬 경우, 1회당 500만 원을 서울교통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해당 조정안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조정안 수용 시 법적으로 불허하는 전동차 운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등 지하철의 중요한 가치인 정시성을 훼손하게 된다.”며 불수용 의사를 전했다.

대화 나선 서울교통공사… 전장연 “간절한 호소 응답해 달라”

4일 역시 전장연은 혜화역에서 지하철 행동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와의 면담이 성사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면담에 나선 전장연은 조정안 수용 여부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하는 한편, 오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전장연 측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강제 조정안 수용은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제는 오 시장이 판단할 문제로, 추후 면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오는 19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멈추고, 혜화역 승강장에서 선전전만 펼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면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일부터 오이도 리프트 추락사고 22주기를 맞아 지하철 행동을 재개할 방침이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서울교통공사 측에서 냉각기를 갖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했고, 추후 답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조정안에 대한 오해가 있었을 수 있다. 공사 측에서는 조정안이 받아들여지면 5분 이하 열차 지연에 대해선 제지할 수 없다고 했는데, 우리가 해당 시간을 시위 시간으로 확보해 사용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5분이라는 시간은 공사 측과 현장에서 이야기해서 나온 부분이다. 우리에게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행위는 시민들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저항한 것인데, 이를 5분으로 규정한 것도 억울하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정안을 받아들였다.”며 “서로의 오해가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만나서 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 면담에 따른 입장 브리핑에 나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교통공사 면담에 따른 입장 브리핑에 나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특히 간절한 호소가 닿지 않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오랜 시간 투쟁을 이어갔으나, 여전히 당사자의 권리는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

박 상임공동대표는 “우리가 외치고 있는 탈시설, 교육권, 노동권 등에 대한 문제를 왜 지하철에서 외치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오랜 시간 다양한 곳에 시위를 이어왔다. 하지만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며 “지하철에 오지 않는 다른 방식을 요구하는데, 그게 통했다면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와 서울시장에게도 물어봐줬으면 한다. 그래야 미래에는 권리를 향한, 약자들과 살아갈 수 있는 진정한 동행이 되지 않겠는가.”라며 “이러한 것이 없다면 약자와의 동행은 동정에 불과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많이 알려져야 나라의 권력자들이 주권자인 시민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21년간 외쳤던 외침이 이제 22년을 향해 간다. 오랜 시간 우리 사회가, 시민으로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던 현실을 인식해주길 바란다.”며 “더 이상의 토끼몰이는 멈춰 달라.”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요청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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