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참사 22주기 맞아 행동 재개
오세훈 시장 등에 면담 재요청… “장애인 권리 보장 위해 나서달라”

20일 오이도역에서 ‘펼쳐진 휠체어 리프트 추락 참사 22주기’ 지하철 행동 현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0일 오이도역에서 ‘펼쳐진 휠체어 리프트 추락 참사 22주기’ 지하철 행동 현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지하철 탑승 시위 중단 16일 만에 ‘지하철 행동’을 재개했다.

20일 전장연은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 추락 참사 22주기’를 맞아 지하철 행동에 나섰다.

이날 지하철 행동은 오이도역과 서울역, 신용산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지하철 탑승을 막으려는 경찰의 제지로 대치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오전 8시경 시작된 오이도역 지하철 행동의 경우, 기자회견 이후 지하철에 탑승하려 했으나 한국철도공사와 경찰이 막아섰다. 이후 한국철도공사는 탑승 조건으로 앰프 사용금지와 승·하차 금지 등을 요구했으며, 전장연은 이를 수용해 오전 11시 27분이 돼서야 지하철에 탑승할 수 있었다.

전장연은 “오이도역 참사 이후에도 22년간 끊임없이 참사가 발생했다. 여전히 장애인은 지하철과 버스, 택시, 비행기 등 교통수단을 안전하고 동등하게 이용하지 못한다.”며 “장애인이 교육받고 노동하고, 거주시설에서 탈시설 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 시민권인 이동권은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이동권 보장 등을 촉구한다.”며 “권리를 향한 지하철 행동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경찰들이 전장연 활동가들의 지하철 탑승을 막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찰들이 전장연 활동가들의 지하철 탑승을 막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오이도역 리프트 참사로 시작된 ‘투쟁의 역사’

지난 2001년 1월 22일, 오이도역에서 수직형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 노부부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장애계는 이동권과 권리 보장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

이를 계기로 전장연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예산으로 반영할 것을 요구해 왔다. 지난 2021년 12월 3일부터는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하며, 관련 정책 마련의 필요성 등을 알려 왔다.

올해도 전장연은 다시금 지하철 행동에 나섰으나, 서울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후 지난 4일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와 면담을 갖고, 냉각기를 갖자는 공사 측 제안을 받아들이며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 논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서울시는 다른 장애인단체와의 ‘합동 면담’을 고수했고, ‘단독 면담’을 요구한 전장연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용산역에서 지하철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용산역에서 지하철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2년 지나도 바뀌지 않은 현실… 대화를 통해 길 찾아가자”

이날 전장연은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2주기를 맞아,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한지 16일 만에 다시 행동에 돌입했다.

서울시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은 “아직도 장애인은 이동에서 배제되고, 지역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권리마저 외면당하고 있다.”며 “우리가 목소리를 외치는 것은 한 가지다. 대한민국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2년을 외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규탄한다. 그 마음으로 다시 지하철 행동에 나선다.”며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 장애인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 시장에게 시민들과 함께하는 면담 자리를 함께 제안하는 한편, 국가가 책임성 있는 움직임에 나서달라는 뜻을 전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오 시장에 다시 제안한다. 시민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기회를 열고자 공개적인 토론과 대화를 통해, 장애인 시민권 보장과 지하철 출근길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한 길을 함께 만들어갈 것을 제안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그 자리는 의견이 다른 다수의 시민들과 함께 참여해 대화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무관용이라는 기본적인 인권마저도 무시하는 관치 폭력을 내려놓고 함께 대화로 길을 찾아가자.”고 시민참여 면담을 제안했다.

아울러 “오랜 시간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기획재정부에도 대화를 요청한다.”며 “22년을 외쳐도 법에 명시된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침묵을 규탄한다. 추경호 장관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위한 면담 자리에 직접 나서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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