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탑승 선전전 재개… 서울시의 활동지원 점검 등 ‘표적조사’ 지적
“일제 조사·점검이라는 이름의 공격 멈춰야”… 대화의 장 마련 요청

서울시청역에 부착된 스티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유엔 탈시설 가이드라인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시청역에 부착된 스티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유엔 탈시설 가이드라인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서울시를 상대로 한 지하철 1호선 탑승 선전전을 재개했다.

다만,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지하철 4호선 탑승 행동은 장애인의 날인 다음달 20일까지 유보한다.

23일 전장연은 서울시청역에서 ‘제19회 전국장애인대회 및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식’을 열었다.

이날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장연을 상대로 하는 표적조사를 중단하길 바란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선전전을 지속할 것.”이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통해 최중증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지원체계를 강화하길 요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활동가들과 함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활동가들과 함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연이은 서울시와의 충돌… 장애인활동지원 점검 등으로 대립각 세워

앞서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탈시설 등을 주장하며 지하철 행동을 지속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와의 충돌이 이어졌고, 오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관계자와 면담을 이어갔으나 합의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추가 활동지원추가급여(서울형) 대상자 전원에 대한 일제 점검, 탈시설 장애인 전수조사, 권리중심일자리 수행기관 현장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장연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서울시는 추가 장애인활동지원급여 대상자 약 2,600명을 대상으로 일제 점검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조사 결과에 따라 시간을 삭감하거나, 탈락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연금공단이 종합조사와 갱신 관리조사를 통해 3년마다 수급자격을 조사하는 만큼 서울시 추가조사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서울시는 지하철 행동에 참여하는 단체를 대상으로, 최근 4년간 권리중심일자리 수행기관에 대해 현장조사를 받으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이에 그치지 않고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추진하는 등 표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지난 22일 전장연은 서울시 실무진과 면담을 통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장애인권리보장에 대한 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한편,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실태조사가 전장연 죽이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전장연에서 추가적인 지하철 승차 시위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할 경우에는 더 이상의 대화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지하철 탑승을 막아서 경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지하철 탑승을 막아서 경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 “서울시는 표적조사 멈춰야”…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요청

이날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1호선을 중심으로 지하철 행동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서울시가 조사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우리도 투명한 예산 집행을 바란다.”며 “하지만 예산을 확대하지 않고,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장애인 당사자를 단순히 시설로만 몰아넣는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일제 조사, 점검이라는 이름으로 공격하지 말라.”며 “그 전에 중증 장애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비극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는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대화의 의지를 밝힌다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선전전을 멈추도록 하겠다.”고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지하철 탑승 선전전에 동참한 활동가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탑승 선전전에 동참한 활동가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와 함께 다음달 20일까지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하는 지하철 행동은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상임공동대표는 “최근까지 정치권과 종교계 관계자들을 만나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당연히 필요하다는 입장, 그리고 시민들의 많은 공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렇지만 지하철 탑승 선전전을 하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이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국무총리 면담도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20일 전까지 국무총리를 만나 현 정부가 중증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이동권 문제부터 시작해서 풀어줄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날 전장연은 1박 2일간의 결의대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활동가들이 서울시청역에서 투쟁 선포에 나선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서울시청역에서 투쟁 선포에 나선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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