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61일차 보고대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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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61일차 보고대회’가 열리고 있다. ⓒ안서연 기자
장애계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며 광화문역사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한 지 61일 째인 지난 20일, 지금까지의 과정과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는 같은 곳에 있지만 다른 곳을 바라본다는 의미를 가진 ‘시선, 머물다’라는 주제를 내걸고,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광화문 농성 보고대회’를 진행했다.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대회에서는 농성 보고에 앞서 공동행동이 ‘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지에 대한 설명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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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홍구 집행위원장. ⓒ안서연 기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홍구 집행위원장은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의 몸을 의료적인 기준으로 의사가 판단해 등급을 나눠 놓는 것이다. 이를테면 휠체어를 타면 1급, 목발을 짚으면 2급, 목발은 안 짚는데 걷는데 불편하면 3급 이런 식.”이라고 설명하며 “문제는 필요한 사회적인 서비스를 의사가 나눠 놓은 등급에 따라 준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을 할 수 없거나 소득이 없는 장애인에게는 장애인연금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등급’에 얽매여 제대로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의료적 기준이 아닌 사회적인 개별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부양의무제에 따른 문제점도 지적됐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은 “우리나라에 최저생계비 미만 혹은 그 근처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파악되는 사람이 전 인구의 7~8%로 추산되는 데에 비해서 현재 수급자들은 3%가 채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 많은 사람들이 수급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본인의 소득이나 재산이 없더라도 1촌 내의 혈족 또는 배우자에게 재산, 소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빈곤자를 가족에게 떠맡겨 버리는 ‘부양의무제’ 때문.”이라고 질책했다.

이어 “실제로 부양을 받지 못해 빈곤 사각지대가 해마다 넓어지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며 “모든 국민들의 최저생계를 법으로써, 권리로써 보장하겠다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부양의무제’는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가진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공동행동은 지난 8월 21일부터 광화문역사서 농성에 돌입, 지금까지의 경과와 성과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가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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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안서연 기자
박 상임대표는 “농성을 처음 시작하던 날, 동화면세점에서부터 광화문역 입구까지 경찰들이 새까많게 막고 서 있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투쟁은 11시간 동안 계속됐으며, 자정이 다 돼서야 역사 안에 들어가 농성장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면서 “농성 61일 째, 지금은 민주통합당도, 새누리당도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두 당 모두 근복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제는 ‘어떻게 폐지할 것인가’, ‘대안이 뭔가’라는 것들이 논쟁으로 남아 있다.”고 보고했다.

부양의무제에 관련해서는 “민주통합당은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며, 안철수 후보 측은 구체적인 정책적 과정은 아직 언급하지 않았으나 근본적인 방향까지는 이야기 한 상태다. 하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아직도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며 “박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맞춤형 복지가 부디 재벌들의 눈치에만 맞춘 복지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박 집행위원장은 “처음 농성을 시작할 때는 너무 막막해서 이거 10년 동안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각 정당에서 반응을 보이고, 시민들까지 관심을 가져주니 처음보단 희망이 보이는 듯 하다. 무엇보다 농성을 위해 지방에서까지 올라오는 동지들을 보면 힘이 많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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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 ⓒ안서연 기자
김 조직국장은 “빈곤사회연대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 투쟁을 하면서 사실 이런 투쟁을 갖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행동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주장을 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농성을 한면서 우리는 제도를 개선시키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 많은 사람들이 고루고루 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우리는 분명하고 단호하게 싸우고 있는 중.”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앞으로의 농성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박 상임대표는 “우리의 투쟁은 장애인운동에 있어 혁명의 시작과도 같은 일이 될 것이다. 문제로 정의된 사람들이 그 문제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혁명은 시작된다고 했다. 이제 시혜적 복지의 한계를 넘어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권리를 실현할 법제정이 필요하다. 동정받는 대상이 아닌 떳떳한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자. 그것은 우리가 투쟁을 통해서 만들어 낼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농성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보고대회에서는 해방촌 빈집 중심으로 모인 ‘어쩌다 마주친 밴드’의 공연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제로 한 ‘장애인 극단 난다’의 연극공연 등이 펼쳐졌으며, 4대강복원대책위원회 이항진 위원장과 진보신당 심재옥 부대표의 발언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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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시 낭송.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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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시 낭송.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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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제로 한 장애인 극단 난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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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제로 한 장애인 극단 난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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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촌 빈집 중심으로 모인 '어쩌다 마주친 밴드'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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