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비해 교육장 및 출연 통로 열악
장애인 출연 프로그램 한정적·일시적 *10년전에는 TV에 장애인이 등장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5년전 쯤부터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모습을 연기하기 시작했고, 근래에 와서는 장애인 방송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방송인으로서 당당하게 비장애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접하기 시작하면서, 방송인을 꿈꾸는 장애인들이 늘어나고 장애인 연예인을 배출하기 위한 교육과정과 기획사도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이 방송 활동하기 위한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눈물겹다. *◇“방송의 매력에 푹 빠졌다”
“몸은 많이 힘들어요.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내 목소리로 인해 나를 모르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황홀한 매력 때문에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방송 경험이 한번이라도 있는 장애인들이라면 방송을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을 쉽게 떨쳐버릴수가 없다고 한다.
김동희(43·지체1급) 씨는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라디오 출연을 통해서는 사람들이 나에게 장애가 있는지 모른다. 목소리에 자신이 있어 리포터를 하고 싶다”고 한다.
“어느날인가 갑자기 잡힌 방송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출연을 알리지 않고 나갔는데 어느새 친구들은 다 알고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줬다”며 이런 일이 생길때마다 자신감은 물론이고 방송의 매력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하석미(여·30·지체1급) 씨는 “처음 방송에 출연했을 때만해도 동정과 시혜의 대상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식도 많이 바뀌어서 방송 출연으로 자신감도 얻고 도전의식도 넘쳐 이제는 능력이 되는 한 많은 기회를 접하고 나를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별을 따고 싶다, 하지만…
‘기획사 1개, 방송아카데미 4개, 450만 장애인 중 방송인을 꿈꾸는 사람들은 무한대’.
지난 1일부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에서는 제 2기 장애인 방송아카데미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 1기에는 160명 지원에 100명 수강, 84명이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인방송아카데미 1기생들의 모습 장총 한정재 대외협력팀장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방송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만큼, 장애인들의 문의가 지속적으로 오고 있다”며 “방송인에 대한 장애인들의 욕구가 높아졌다. 일반 방송아카데미를 가고 싶어하지만 비용과 이동에 대한 문제로 몇 개 안되는 장애인아카데미로 몰리는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현재 EBS희망풍경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박준영(여·23·지체3급) 씨는 “방송에 나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몇 있지 않은 장애인 방송아카데미를 통해 출연섭외를 기다리는 게 전부다. 막상 출연 제의를 받고 방송에 나가면 비장애인에 비해 경험이나 준비가 부족한게 사실”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동희(43·지체1급) 씨는 “방송국 공채 시험은 연령이나 학력제한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 상황은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하고자 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포기하지 않도록 특수한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장애인 방송인을 배출하는 가나기획사 김은경 대표이사는 “연예사업에서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장애인 관련 사업은 상업성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현재 가나기획사에서는 진행하는 장애인 연예사업도 공익사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방송인으로 우뚝 서겠다
박준영(여·23·지체3급) 씨는 “장애인이 연예인이 되기위한 지원이나 체계가 많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것을 탓하고만 있으면 나나 세상 모두가 변하지 않는다”며 “방송인이 되기위해 노력하면서 기회가 있다면 그 기회를 잡아서 내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방송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비장애인 방송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며 장애인들에게도 따끔한 충고를 한다.
 
가나기획사 김 대표는 “장애인관련 방송사업이 잘못 준비되면 오히려 상업적으로 장애인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말로 이들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전한다.
 
장애인들은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출연 할 수 있는 방송이 제 3라디오나 장애인의 날 특집방송 뿐이고 보여지는 모습 또한 여전히 동정과 시혜의 대상일뿐”이라며 이렇다면 장애인 방송인에 대한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먼 미래의 얘기일수도 있지만 장애인연기자협회를 만들어서 장애인방송인에 대한 지원과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세계장애인연극영화제 같은 큰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며 최고의 방송인, 배우로 우뚝설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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