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가락동 수근이네 집.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아빠 정(모모) 씨, 양재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실 선생님인 엄마 아무개 씨, 손님이 계신데 조금만 까불라고 동생을 타이르는 중학생 큰 아들 수근이, 야채를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의 둘째 수민이, 빵을 좋아해서 빵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인상파 막내 수안이. 집안 방 마다 벽을 장식한 사진 속에는 행복한 미소가 활짝 핀 식구들의 모습이 가득하다.

그냥 보기엔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둘째 수민이가 한 가족이 된 것은 지난 2001년이다. 여동생을 너무나 간절히 원했던 큰 아들 수근이를 위해 정 씨와 아무개 씨가 수민이를 입양한 것이다.
첫째 수근이가 돌 무렵 지나가는 말로 꺼냈던 입양에 대한 생각이 계속 마음속에 자리잡고있었지만 막상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 후 몇 년 뒤 TV에서 입양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방영되고 평소 다니던 교회 목사님도 성도들에게 입양을 권하자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입양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한 식구가 된 수민이가 처음 아무개 씨 집에 왔을 때 다른 집 앞에만 가면 하염없이 우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또 자기를 떼어 놓을까봐 두려워서인 지 울음을 멈추지 않더란다. 대변을 보고 나면 혼날까봐 구석에 가서 숨곤 하던 소극적이고 얌전한 수민이가 어느새 초등학생으로 자라 이제는 어찌나 활동적인 아이가 되었는지 손님이라도 집에 오면 평소보다 더 까불고 야단법석이다.

“수근이가 정말 기다렸던 동생이어서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가족들 모두 무척 기뻐했구요, 직접 입양을 해보니까 마음 가는 게 진짜 똑같더라구요. 아이를 낳고 안 낳고 차이가 전혀 없던걸요”

아이의 존재만으로도 너무 큰 기쁨을 느낀다고 하는 아무개 씨. 입양부모들이 한결 같이 입양의 맛을 보고나면 또 하고 싶고 또 하고 싶고 할 정도로 키우는 행복이 커서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마치 산모가 첫아이 낳고 다시는 아이를 안 낳겠다고 말하고선 몇 년이 지나 둘째, 셋째를 낳는 것처럼.

아무개 씨도 수민이가 사춘기 때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로 인해 겪을 갈등이 우려돼 지난해 막내 수안이를 또 입양했다. 자신과 똑 같은 입장의 동생이 있다면 조금 낫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수민이 때는 생각지 못하다가 수안이 입양한 직후 정 씨 회사에 출산비 신청을 했을 때 입양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우리나라가 아직도 멀었구나 싶어 분통이 터지더라 말하는 아무개 씨. 입양도 배 아파 낳은 출산과 똑같은데 말이다.

우리나라 국내 입양률은 49%, 1990년대 30%에 못미치던 것에 비해 크게 상승했지만 아무개 씨 부부처럼 아이를 입양하고 싶어도 비용부담 때문에 망설이는 부모들이 많다. 특히 장애아동의 경우는 지난 2001년 이후 2만 명 가까운 입양아동 중 단지 27명만이 국내입양 됐다. 장애아에 대한 사회시설 기반ㆍ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국외입양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장애아 입양의 현실이다. 정부가 최근 향후 5년 안에 해외입양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장애아동의 국내입양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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