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 밑 대한안마사협회 경기지부회원들의 고공투쟁 현장 사진제공/ 복지TV ⓒ2006 welfarenews
▲ 마포대교 밑 대한안마사협회 경기지부회원들의 고공투쟁 현장 사진제공/ 복지TV ⓒ2006 welfarenews

최근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만 안마사자격을 인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자 이에 불복한 대한안마사협회 회원들은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벌이고, 한강에 뛰어드는 등 목숨을 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03년 송기택 씨 외 6명이 안마사에관한규칙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에 대해 송인권 재판관 등 7명이 위헌결정을, 1명이 합헌결정을 내린 결과다.

송 씨 등 청구인이 헌법심판을 제기한 부분은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 제1항에 안마사의 자격을 ‘초ㆍ중등교육법 규정에 의한 특수학교 중 고등학교에 준한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물리적 시술(제2조의 규정)에 관한 교육과정을 마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과 ‘중학교 과정 이상의 교육을 받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안마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의 안마수련과정을 마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등 시각장애인으로 한정해 놓은 것이다.

청구인들이 지난 2003년 스포츠마사지교육을 수강하며 안마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시에 안마사자격인정을 신청하였다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제한한 규정 때문에 반려됐다. 이에 일반인의 안마사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안마사 자격을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만으로 한정한 규칙은 시각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하여금 안마사 자격을 원천적으로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기준”이라고 밝혔다.

또 “시각장애인을 보호하고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공익차원으로써 입법목적이 분명하더라도 다른 공익과 비교할 때 ‘월등하게’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기 어렵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해 등록시각장애인구 18만4965명 중 안마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약 6~7000여명에 불과, 비맹제외기준(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만으로 정한 기준)이 제거되더라도 시각장애인 전체의 복지에 명백하고 확실한 위험이 발생하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마사협회 회원들은 이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없는 사람에게 선택의 자유라는 잣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논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마치 사과 10개 가진 사람이 사과 1개 가진 사람보고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반대의견을 펼친 김효종 재판관도 “시각장애인은 다른 장애인들과 달리 안마사업 외에 다른 직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 비시각장애인은 안마업 외에도 다른 직업을 선택할 기회와 능력이 충분히 있고 굳이 안마, 지압, 마사지 등과 관련된 분야에서 종사하고 싶다면 물리치료사 등의 직종에 종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일반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에 위헌판결이 난 규칙은 지난 2003년 현 헌법재판소장의 재임기간 중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한안마사협회 측은 “헌법재판소법 제39조에 의하면 ‘헌법재판소는 이미 심판을 거친 동일한 사건에 대해 다시 심판할 수 없다’는 조항을 위배했다”고 지적했으며 “당시 정부가 시각장애인만을 위해 생계대책으로 일부러 만든 제도를 뒤집어 놓은 처사”라고 반박했다.

또한 안마사에관한규칙은 상위법에 명시돼지 않은 채 보건복지부령에 규정된 것으로 ‘국회가 아닌 행정기관 등이 명령, 규칙을 제정할 때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규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위임입법하는 것을 금한다’는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돼, 앞으로 안마사자격에관한규칙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안마사의 현실속으로...

“안마를 할 수 없다면 맹학교 다니는 후배들은 어찌 살겠어요, 나 같이 나이 든 사람은 다 살았지만… 내 한목숨 던져서라도 후배들 살길을 찾아주고 싶었어요. 정말 죽고 싶었는데…”

지난 31일 온 국민들의 관심이 지방자치단체 새일꾼 선출에 집중돼 있을 시각, 구리시에 사는 엄순희(시각장애ㆍ57세) 씨는 수면제와 소주를 같이 음용한 채 한강물로 뛰어들었다. 구조대의 구조조차 거부하려고 해 2시간여 동안 의식을 잃었던 엄 씨가 밝힌 심경은 처절함 그 자체였다.

현재 우리나라 등록시각장애인구는 18만4965명 이중 안마자격증을 소지한 인구는 1만5000여명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안마사협회에 등록한 안마업 종사자수는 6~7000여명이다.

안마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의료법 제61조에 명기한 기관(고등학교에 준하는 시각장애특수학교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안마수련기관 등)에서 2년에서 3년 동안 총 2000여 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만 한다.

이들이 교육기관에서 배우는 과정은 해부생리학, 병리학, 한방, 침구, 보건학 등 전문 의학 지식에 버금가는 과목들이다.

원효로 ㄹ안마시술소에서 근무하는 문동인 씨도 “맹학교에서 3년의 수련과정을 거쳐 수련원에서 2년 동안 재활과정을 밟아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됐다”며 교육과정 가운데 손의 힘을 단련하기 위해 손끝이 갈라지고 붓기도 하며 피가 나는 등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더구나 지난 1995년 중도 실명한 그로서는 점자 교육을 받고 점자로 의학적인 내용을 교습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안마자격을 취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안마사로서 일을 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문 씨를 포함한 안마사들은 대부분 소속된 안마시술소에서 합숙생활을 하며 24시간 대기상태다. 언제 고객이 찾아올 지 알 수 없기에 밤낮 구분도 없고 고객이 없는 사이 틈틈이 조각 잠을 자야하기 때문에 늘 피로감이 떠나질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외출이 가능하고 보름에 한 번 꼴로 집에 갈 수 있어서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고 자녀들이나 친지들을 축하해줄 때에도 함께 할 수 없다는 점이 힘들다고 한다.

문 씨는 “시력을 잃은 것만으로도 큰 좌절이었는데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또 한번 절망감에 휩싸이게 됐다”며 “시각장애인들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직업은 안마 밖에 없는데 비장애인과 경쟁을 하게 된다면 사회 인식 자체로서도 밀릴 수밖에 없어 난감하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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