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 입장에서 산재장해등급을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정이 나와 관심을 끌었다. 국민고충위원회(이하 고충위)는 오른쪽 손의 3, 4지가 절단되는 장해를 입은 김모(39ㆍ청각언어장애 2급) 씨가 부당한 장해등급을 받았다는 민원제기에 대해 그 부당성을 인정하며 장애인의 입장에서 등급을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청각ㆍ언어장애인의 손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일반적 손의 기능뿐 아니라 수화사용 등 언어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으므로 ‘말하는 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은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모 씨는 3살 때 고막을 다쳐 장애인이 된 이후 17세 때부터 수화를 익혀 20여년간 사용해왔다. 그의 손은 입을 대신하는 소통의 창구였던 것이다.

하지만 김 씨는 지난 2002년 광주소재 회사에서 근무 중 프레스기계에 우측 손 전체가 압궤돼 오른쪽 손 세 번째, 네 번째 손가락이 절단되는 불운을 겪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사는 치료종결 후 장해등급결정 시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손가락 두 개가 절단된 것만으로 판단, 제10급제7호의 장해등급을 결정했다. 제10급제7호는 ‘한 손의 둘째손가락을 잃은 사람 또는 엄지손가락과 둘째손가락의 두 개의 손가락을 잃은 사람’에 해당하는 장해등급으로 김 씨의 손이 가진 언어기능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 씨는 이에 불복, 지난 2003년 9월 심사청구를 했으나 기각됐고 지난 6월 고충위에 고충민원을 신청했다. 이에 고충위는 김 씨의 민원신청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의 시정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고충위는 근로복지공단의 등급판단에 대해 “김 씨의 손이 비장애인의 입에 해당하는 말하는 기능의 역할이 컸던 점을 도외시한 판단”이라며 “제6급제2호에 해당하는 장해상태를 준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6급제2호는 ‘말하는 기능 또는 음식물을 씹는 기능에 뚜렷한 자앵가 남은 사람’에 해당하는 장해등급이다.

고충위는 이 사건을 계기로 산재제도와 관련, 장애인근로자가 장애인인권의 입장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장해등급결정 등에 대한 제도개선을 준비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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