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입 당시에 이미 유전적인 질병이 진행되고 있었다면 국민연금법에서 정한 장애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국민연금법 제58조는 장애연금의 수급권자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제1항은 ‘(국민연금의)가입 중에 발생한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그 완치 후에도 신체 또는 정신상의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 장애가 존속하는 동안 장애정도에 따라 장애연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여 장애연금을 받으려면 그 장애가 국민연금 가입 중에 발생하여야 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 가입 전에 이미 질병이 진행되고 있었다면 비록 그 질병이 경미한 상태였다 하더라도, 즉 장애로 볼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장애연금을 받을 수 없다고 볼 것인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위 규정에 충실한 해석을 하면 장애의 원인이 된 질병 또는 부상이 국민연금의 가입 중에 발생하는 것이 장애연금 수급권의 요건이 되고, 따라서 장애의 원인이 된 질병 또는 부상이 국민연금의 가입 중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비록 장애가 국민연금 가입 중에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장애연금의 수급권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위 국민연금법 제58조 제1항 소정의 ‘가입 중에 발생한’ 질병 또는 부상의 의미는 장애의 원인이 된 질병 또는 부상이 의학적ㆍ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에 발생하여야 한다는 뜻으로 보아야 하고, 이와 달리 신체적ㆍ정신적인 고통이나 기능의 저하로 인하여 일상생활을 방해받을 정도로 그 장애가 구체화된 경우로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A씨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질환을 앓게 되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장애연금을 신청하였는데,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는 A씨가 국민연금 가입 전에 이미 위 질병을 앓고 있었다는 이유로 장애연금 지급을 거부하였다.

그런데 A씨는 군 입대 무렵에는 시력이 양쪽 눈 모두 0.7 정도였고, 군 복무를 마친 후 원동기장치 자전거 운전면허를 취득할 정도로 평소 시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었으며, 운전면허 취득 2년 후 취업을 하여 국민연금에 가입하였는데 그 당시 망막색소변성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지만 정상적인 활동에 지장이 없을 정도여서 그 증세가 국민연금법이 규정한 질병의 단계까지 이르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단되었다(참고로 망막색소 변성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보통 10세 전후에 야맹증이 있고,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주변시야의 손실이 생겨 그 증세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면 시력의 저하를 동반하며, 결국 중심시력마저 상실됨으로써 실명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질병으로 인하여 시력이 저하되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상태라면, 유전적인 증세인 망막색소변성증 자체를 위 국민연금법 규정에서 정한 질병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A씨의 장애는 국민연금 가입 중의 질병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함으로써 A씨에게 장애연금 지급 청구권이 있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법원은 망막색소변성증을 갖고 있던 사람이 국민연금 가입 당시에 망막색소변성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그후 시력이 급격히 저하됨을 느끼기 시작한 시기에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것이다(2006. 7. 28. 선고 2005두16918판결 참조).

변호사 金 成 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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