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의 풍경. 버스 문은 열렸지만 새로운 손님들은 그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2006 welfarenews
▲ 버스정류장의 풍경. 버스 문은 열렸지만 새로운 손님들은 그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2006 welfarenews

지난 13일 아침 양재역 버스정류장은 새로운 손님들로 북적댔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을 찾은 것.

얼마나 지났을까. 장애인마크가 붙은 마을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리프트를 내려 달라는 장애인들의 요구에 버스 기사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리프트 작동법을 모릅니다. 제가 업어서 올려드리겠습니다.”

이에 버스를 기다렸던 장애여성들은 “어떻게 업어서 태울 생각을 하느냐”고 볼멘 소리를 냈고, 다른 장애인들은 “버스 회사에 전화해서라도 리프트를 내려 태워 달라”고 말했다.

우물쭈물하며 회사에 전화를 걸던 버스기사는 황급히 버스를 몰고 자리를 뜨고 말았다. 커다랗게 붙은 장애인마크가 무색한 순간이다. 결국 30분이 지나도 새로운 손님들은 버스정류장을 떠날 줄 몰랐다. 탈 수 있는 버스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대로 돌아가는 장애인마크가 붙은 버스 ⓒ2006 welfarenews
▲ 그대로 돌아가는 장애인마크가 붙은 버스 ⓒ2006 welfarenews
이날 버스정류장을 찾은 장애인들은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회원들. 서초센터는 12일 서초구에 리프트장착 무료셔틀버스 등 특별교통수단 도입을 통한 이동권 확보를 서초구에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버스타기 운동을 전개했다. 이들은 가장 기본적 교통수단인 버스조차 탈 수 없는 현실을 비판하며, 서초구에 리프트장착 무료셔틀버스 등 특별교통수단 도입을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서초센터 최광훈 소장은 “리프트가 달려 있어도 사용할 줄도 모르고, 관심이 없기 때문에 현실이 바뀌지 않는 것”이라며 “서초구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특별교통수단을 도입해 장애인이 구민으로서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초구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기존 버스 개선과 특별교통수단 도입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장애인들의 버스타기 운동 현장을 찾은 서초구청 교통행정과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먼저 시행방침을 내려야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버스노선 조율은 전체 시에서 총괄하는 문제다. 시에서 먼저 구체적 방침을 내려야 구가 따를 수 있는 문제”라고 전했다.

하염없이 버스만 기다리고 있는 장애인들 ⓒ2006 welfarenews
▲ 하염없이 버스만 기다리고 있는 장애인들 ⓒ2006 welfarenews

이에 대해 최광훈 소장은 구에서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예산을 편성해 바꿀 수 있다며 서울시의 문제라는 것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시 보조금 없이 자체적으로 서초구에서 시행하는 사업이 많다. 학교에 잔디깔기 등 자체 예산 편성으로 하는 일이 많은데 서울시 방침에 따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합당한 답변이 있을 때까지 수요일 버스타기 행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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