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포스터<길버트 그레이프> ⓒ2007 welfarenews
▲ 영화포스터<길버트 그레이프> ⓒ2007 welfarenews

가족이란 무엇인가? 태어나서 가장 처음으로 소속되는 곳, 바로 ‘가족’이라는 집단이다. 가족은 선택의 여지없이 혈연으로 맺어진 운명적 관계다.
스크린 속의 가족은 대부분 고비를 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가족은 따뜻한 안식처 같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들여다보면 당장이라도 뛰쳐나오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가족에 대한 판타지와 현실, 그 사이에 ‘길버트 그레이프’가 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자살. 죽은 아버지의 존재감은 유령처럼 어머니를 괴롭힌다. 어머니는 그로 인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비대해진다. 서른 살이 넘은 미혼의 누나 에이미, 사춘기 여동생 엘렌, 정신지체를 가진 남동생 어니, 이들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장남 길버트다.

길버트는 막상 자신을 돌볼 여유는 없다. 가족만큼 자신에게 존재감을 주는 집단도 없지만, 가족만큼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집단도 없다. ‘가족이니까’라는 말은 개인에게 많은 것을 강요한다.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부당하게 주어진 일도 감수해야 한다.

비대해진 어머니는 가족 모두에게 움직일 수 없는 ‘족쇄’가 되고, 어니는 길버트에게 ‘또 다른 장애’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길버트는 캠핑족 벡키를 만난다. 벡키는 할머니와 함께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생활한다. 길버트는 그런 벡키의 세상을 갈망하게 된다.

작은 식료품점에서 일하는 길버트, 대형마트가 들어서자 식료품점은 위기를 맞는다.
어니의 18번째 생일 하루 전, 에이미가 만든 케이크를 어니가 망쳐버린다. 길버트는 주인에게 “전 절대 대형마트에 가지 않을 거에요”라고 말했지만, 케이크를 구하기 위해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긴다.
온갖 물품이 진열되어 있는 대형마트에서, 길버트는 또 한 번 넓은 세상과 마주친다. 그리고 식료품점 주인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어니의 생일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비대한 어머니의 몸뚱이를 밖으로 옮기게 되면, 남들의 웃음거리가 될까봐 두려워하는 형제들. 결국, 어머니를 집과 함께 화장시켜버린다.
비로소 그들은 ‘족쇄’에서 풀려난다. 그리고 그 다음 해, 길버트와 어니는 벡키의 캠핑카를 타고 떠난다.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장애로 인해, 성장하지 못한 개인을 보여준다.
이는 집단에 소속된 개인이 받는 억압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길버트 그레이프’는, 나아가 사회가 개인을 얼마나 구속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