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좋아하세요?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하지만 밖에서 움직이고 있는 경우에는 말이 틀려진다. 우산과 가방을 양손에 들고,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달려드는 비를 막아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비 오는 날의 불편함’을 말하라면, 수도권 지역의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같을 것이다.
그러나 기자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여름이 되자,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실정이 제일 먼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장애인의 성’을 주제로 기획할 때였다. 장애인푸른아우성센터 기획홍보팀장 구자윤씨와 인터뷰를 하기로 한 날, 비가 내렸다. 구자윤씨는 휠체어를 덮는 우비를 입고 있었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우비를 스스로 입고 벗기 어려워 도움이 필요했다.

어디 이런 불편함 뿐이겠는가?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된다. 이 말 한마디에 가슴이 덜컥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도권 밖에 사는 사람들이다.
소방방재청 및 각 기관들이 홍수를 대비해 예방법, 대처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자는 몸이 건강한 사람들이다. 비장애인조차 학교를 비롯한 각 지역기관으로 생필품을 챙겨 옮겨 다니는데 큰 불편함을 겪는다. 장애인 및 노인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몸이 불편해 제때 대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면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몸이 불편한 이웃을 돕지 못하는 것은 물론, 누가 자신의 옆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이 많다는 한국도 세상살이가 각박해지면서,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도 야박해졌다.
“나도 먹고살기 힘든데, 남의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어딨냐”는 말에 동감한다. 하지만, 자신이 힘들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다.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설 때, 서로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것이다.

충북, 여주, 안성, 춘천 등 인명피해우려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701개 지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은 39개 지역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분명 누군가가 당신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고비를 함께 넘긴 후 돈독해진 정으로 올 한 해를 풍성하게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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