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모차르트와 고래'의 포스터 ⓒ2007 welfarenews
▲ 영화'모차르트와 고래'의 포스터 ⓒ2007 welfarenews

“그래, 알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래!”

세상의 어떤 사이좋은 연인들도, 가끔은 서로를 미워하며 싸우고 또 싸운다.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들을 겨냥한 수많은 연애지침서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연애지침서를 밤새도록 보고 외워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손님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택시 운전을 하던 도널드는 접촉사고를 낸다. 하지만 도널드는 내려서 자신의 짐을 들고 그냥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주인공 도널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발달장애의 하나로 자폐증과 비슷해 사회생활이나 의사소통이 어려우며, 자극이나 환경에 대한 과민반응을 보인다. 특정한 주제에 흥미가 생기면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특정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과 같이 조금 별난 사람들을 모아 신경정신과 클리닉의 모임을 만들었다. 어느 날 모임에 새로운 참가자가 생겼다. 이름은 이자벨. 신경외과 의사에게 추천을 받아 왔다는 그녀는 모임의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자 화를 낸다. 하지만 도널드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흥미를 갖고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모두들 가면을 쓰니까, 우리를 알아보지 못할 거야”

열정적인 창조정신을 가진 이자벨과 숫자에 재능을 보이는 도널드는 할로윈을 맞이해 코스튬을 입는다. 이자벨은 모차르트의상을, 도널드는 고래의상을, 그리하여 ‘모차르트와 고래’가 된다.
천재를 넘어 미치광이가 된 모차르트와 고주파로 대화하는 고래. 이 둘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세상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늘 하루는 미쳐보자!’는 심정으로 모두들 가면을 쓴다. 이날만큼은 이자벨과 도널드의 별난 행동이 문제되지 않는다.
할로윈이 지나고 코스튬을 벗으면 사람들은 다시 ‘완벽해보이기 위한’ 연기를 한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기 싫어 덧붙이고 꾸며댄다. 이자벨과 도널드의 아스퍼거 증후군은 우리가 숨기려하는 인간의 내면을 나타낸다.
이 둘의 행동을 지켜볼 때 느껴지는 불안함은, 우리가 들키기 싫어하는 추악함이 무방비한 상태로 여기저기 나타나기 때문이다.

영화 ‘모차르트와 고래’는 1995년 10월 LA신문에 난 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 남자가 자신이 자폐증임을 깨달으면서 겪는 과정과 ‘이자벨’의 영감이 된 부인과의 사랑이 토대가 됐다. 그는 실제로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폐증 지역 모임을 지원, 전 지역에 걸쳐 모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스퍼거 증후군 사람들 또한 모였고, 그들은 자신들만의 소통을 시작했다.

이 영화는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모습, 소통과 사랑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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