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빈 역을 맡은 '리차드 판스워드(Richard Farnsworth)'와 로즈 역을 맡은 '씨씨 스페이식(Sissy Spacek)' 
 ⓒ2007 welfarenews
▲ 엘빈 역을 맡은 '리차드 판스워드(Richard Farnsworth)'와 로즈 역을 맡은 '씨씨 스페이식(Sissy Spacek)' ⓒ2007 welfarenews

하얀 머리카락, 늘어진 피부, 깊고 퀭한 두 눈의 노인이 덜컥거리는 트랙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이름은 엘빈 스트레이트, 그는 형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73살의 엘빈은 황소고집이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 엘빈은 이웃의 도움도, 보행기를 착용해야 한다는 의사의 조언도 마다한다. 그는 어떤 일이든 꼭 자신의 힘으로 일어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스크루지처럼 고약한 인상을 하고 있을 것 같지만, 그의 눈동자는 ‘맑음’으로 촉촉하게 젖어있다.

엘빈은 언어장애인 딸 로즈와 단 둘이 시골의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다.
남편한테 바보 취급을 받고 두 자식마저 빼앗긴 채 쫓겨난 로즈, 엘빈에게는 한 없이 착한 딸이다.
영화는 엘빈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나타내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그가 살고 있는 배경과 그의 눈을 보면 결코 평탄한 삶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래전 형과의 오해로 연락을 끊고 지낸 엘빈은 형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는 형을 만나러 위스콘신을 향해 떠난다.

일흔 셋의 노인 엘빈은 몸 상태도 좋지 않을뿐더러 운전면허도 없다. 그는 또 자신만의 힘으로 형에게 간다.
30년이 넘은 존 디어 잔디깎기기계를 개조해 집채가 있는 트랙터를 만든다. 그는 이 낡고 이상한 트랙터에 소시지와 장작을 가득 싣고 시속 5마일로 6주간의 여행을 시작한다.

엘빈의 부지런함을 비웃듯 여행은 그의 남은 삶을 다 태우고도 남을 만큼 느리게 진행된다.
여행 도중 만난 사람들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그는 형에 대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트레이트’는 1999년 깐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노미네이트, 2000년 아카데미 영화제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 됐다. 데뷔작 ‘엘리펀트맨’으로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한 내면을 드러내기로 유명한 데이빗 린치가 감독을 맡았다.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엘빈 역을 맡은 배우 리차드 판스워스의 인생과도 닮았다.
60년 연기 생활 중 첫 주연을 했다는 리차드는 최고령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지만 상은 받지 못했다.
그는 영화 촬영 당시 암 말기 진단을 받아 투병 중이었고, 이듬해 10월 자택에서 권총으로 자살한 채 발견됐다. 리차드는 긴 세월동안 ‘영화’ 라는 길을 달렸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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