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먹을 것만 달라고 하고 마트에 가자고 아이처럼 조르는 김 할머니. 방금 갈아 채운 기저귀에 또 용변을 봤다며 속상해하는 며느리는 씁쓸한 웃음을 보낸다. 컴퓨터 숙제를 할머니 때문에 다 망쳤다며 속상해하는 손자와 자신을 못 알아본다고 서운해 하면서도 떠맡으려고 하지 않는 둘째아들 내외, 딸과 사위는 안타까운 한숨만을 내쉰다.
치매노인과 그 가족의 갈등을 다룬 연극. 이 연극은 단순한 연극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치매노인과 가족의 애환을 그렸다.

겪는 본인과 그 가족들까지도 힘들게 하는 치매. 치매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치매란, 정신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 뇌에 발생한 각종 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조차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사소한 일들을 깜빡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뭔가 잊어버리는 일은 더 잦아드는데 이것을 양성노인성건망증이라 한다. 그러나 치매는 이러한 건망증과는 큰 차이가 있다. 건망증은 사건의 세세한 부분만 잊어버리는 반면, 치매는 사건 자체를 잊게 된다.

또 건망증은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메모 등으로 기억력을 보안하려고 애쓰는 반면 치매는 본인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단순한 기억장애도 치매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건망증이 갈수록 심해지거나 판단력이 떨어졌다면 치매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

치매가 의심될 때 나타나는 증상은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거나 말하기와 글 읽기가 힘들어 진다. 또 방향감각이 떨어지고 계산하기가 힘들어져 성격이 달라지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게 된다.
치매 증상이 심해질 때 나타나는 증상은 ▲누군가 자기 자신의 물건을 훔쳐갔다거나 배우자가 바람을 핀다는 망상이 있을 수 있다 ▲우울증을 보인다 ▲혼자 있으면 안절부절 못하고 보호자와 떨어지면 굉장히 화를 내며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 있게 되면 초조해 하는 경우가 있다 ▲때리거나 욕설을 하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밤에 잠을 잘 잘 수가 없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금새 기분이 좋아졌더라도 나빠지는 등 잘 토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충동적인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성적인 행동을 조절하지 못해서 남을 만지거나 안으려 하는 경우도 있고 배우자에게 성관계를 더 많이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집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반복적으로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거나 장롱이나 서랍에 있는 모든 옷을 꺼내 다 개어서 다시 넣었다가 다시 꺼내서 또 정리하는 반복적인 행동을 보인다 ▲하루 종일 누워서 잠만 자려고 하거나 얼굴표정이 멍하고 좀처럼 말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경우가 있다
▲목욕이나 세수를 하지 않아서 보호자가 하라고 해야지만 하는데, 심한 경우 목욕을 도와주려고 하면 보호자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밥을 먹은 것을 기억하지 못해서 계속해서 밥을 먹고자 하는 증상을 나타낸다.

치매의 두 종류-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치매

알츠하이머병-알츠하이머병은 건강하던 뇌세포들이 죽어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감소돼 기억력, 언어기능, 판단력이 상실되고 성격이 변화돼 결국에는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능력이 상실되는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걸릴 위험성이 커진다. 즉 65세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10명 중 1명이 병에 걸리지만 85세 이상에서는 10명 중 4명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중·장년 층에서도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치매관련협회 정지향 박사는 “아직까지는 치매를 확진할 수 있는 임상병리검사는 없다. 치매에 숙련된 의사가 진찰과 여러 검사과정을 통해 치료가 가능한 질환에 의한 치매인지, 알츠하이머성 치매인지를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이어 “또 검사에는 혈액검사, 뇨검사, 흉부방사선검사, 심전도 뇌파검사 및 자기 공명검사(MRI)등이 있다. 최근에는 이 검사 외에도 유전자 검사와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술(PET)을 이용해 초기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확진은 환자가 사망한 사후부검을 통한 뇌조직 검사에 의해서만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알츠하이머병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호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첫 번째로 인지기능과 연관해서 병의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진행을 둔화시키는 약물들이 최근 개발됐다.
이 약들은 아세틸콜린의 농도를 높여주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병의 초기 사용 시 병의 진행을 감소시키는 것이 입증됐다.

두 번째는 환자가 갖고 있는 문제가 되는 행동증상을 밝혀내 약물치료로 완화시키는 것이다.

혈관성 치매- 혈관성 치매란 뇌혈관질환에 의한 뇌손상이 누적돼 나타나는 치매다. 위험인자로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 흡연, 비만을 가진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고혈압이 가장 무서운 위험요소이다. 정상적인 혈관벽은 말랑말랑하고 투명한데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혈관벽의 근육층이 두꺼워진다. 이러한 근육층은 혈관안쪽으로 발달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혈관이 좁아진다. 큰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반신불수, 언어장애 등 금방 눈에 보이는 장애가 나타나고 뇌경색이 반복될 경우 다발성 뇌경색성 치매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반해 작은 혈관이 손상되면 손상되는 뇌세포의 양이 매우 소량이기 때문에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이런 변화가 누적되면 결국 소혈관성 치매에 이르게 된다.

알츠하이머병보다 혈관성 치매를 더 시사하는 증상들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치매나 인지장애가 갑자기 발생했다 ▲치매나 인지장애가 때에 따라 변동 한다 ▲발음장애가 있다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 사래가 자주 들린다 ▲얼굴이 비뚤어진 적이 있다 ▲한쪽 팔, 다리에 마비가 있다 ▲과거에 뇌졸중을 앓은 적이 있다 ▲걸을 때 보폭이 작다 ▲자세가 앞으로 구부정하다 ▲걸을 때 다리가 질질 끌린다 ▲얼굴표정이 감소됐다 ▲말을 걸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고 말수가 줄었다 ▲하루 종일 누워서 잠만 자려고 한다.

보호자들은 자신의 부모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으로 고생하면서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이상해졌다고 생각되면 부모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경우가 있다.

진찰 결과 여러 증상들이 관찰돼 혈관성 치매를 의심하고 각종 검사를 시행 후 확진에 이르게 된다. 안타까운 것은 노인의 대다수가 경미하게 뇌졸중이 왔던 적이 있었음에도 별다른 뇌졸중에 대한 예방책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치매는 조기에 진단 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심지어는 호전돼 거의 정상화되기도 한다. 때문에 조기진단과 치료는 혈관성 치매가 치매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서울강북성심병원 이용구 박사는 “혈관성 치매로 진단되면 대부분의 경우 항혈소판제(아스피린)를 투여받게 된다.

이는 좁아진 혈관이 더욱 좁아지거나 완전히 막히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된다”며 “심장에 이상이 있거나 중요 뇌동맥의 심한 협착이 있는 경우는 항응고제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고혈압을 잘 조절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식사와 운동을 하면서 필요한 경우 당뇨약이나 인슐린을 사용하면서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금연을 해야 한다 ▲심장병이 있으면 치료를 해야 한다. 심장병이 때문에 생긴 혈전이 이동해 뇌혈관을 막아 혈관성 치매를 유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지혈증을 조절해야 한다 고지혈증 자체가 동맥경화를 촉진시켜 뇌혈관질환을 일으키고 나아가 치매를 촉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지혈증에 대한 약제가 직접적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만을 치료해야 하며 걷기와 같은 적절한 운동을 한다 ▲과음은 졸대 금물이다 ▲머리를 많이 쓰고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 ▲폐경기 후 여성호르몬 투여를 고려한다 ▲기억장애, 언어장애가 있을 때 빨리 검사를 받아야 한다 ▲노화를 방지하는 식사를 한다. 식사를 과도하게 할 경우 지방물질이나 노화물질이 축적돼 뇌 노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나이가 들면 뇌가 노화하기 쉬우나 취미생활 등의 광범위한 부분에 흥미를 갖고 좀 더 창조적인 일을 하면 치매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즉 일상생활을 의욕적으로 해나가면서 점은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하면 뇌를 사용하게 돼 치매를 예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집에만 있게 되면 무관심해지고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게 되므로 심신이 노화되고 뇌도 빨리 늙게 된다 ▲손을 자주 움직인다 ▲계획성 있게 생활하면서 지나간 일을 정리하는 일기쓰기 등을 하면 도움이 된다.

세란병원 신경과 박지현 과장은 “고스톱이나 알까기 등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게임들도 많지만, 하루에 한 시간 이상씩 독서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매 예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많이 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뇌세포의 노화를 막으려면 뇌를 자극해줘야 하는데, 뇌는 우리가 음식을 씹는 동안에 규칙적으로 자극을 받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주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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