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중증장애인 고용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대두되면서 보건복지부와 노동부가 장애판정 기준을 새로 마련하는 등의 여러 개편작업이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장애인판정 및 등록체계의 개편 방향을 제시하면서, 현행 의학적 판단에 기초한 장애인 판정등록체계를 의학적 판단 외에 근로능력판단과 사회적 생활능력판단을 포함하는 장애인 판정등록체계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에서는 새로운 장애인 판정등록체계를 바탕으로 개인별 복지수요를 파악하고 소득·의료보장, 고용, 교육·직업재활, 이동보장, 활동지원서비스 등 적합한 사회적 서비스를 연계할 계획이다.
노동부에서도 의학적·기능적·환경적·직업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직업적 장애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등 다각적 개편안 마련을 위해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실효성을 담보한 장애판정기준을 개편하여 2010년에는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을 세우면서 노동부가 연구를 의뢰한 <장애인의무고용제 적용대상 조정방안연구>가 노동부에 최근 보고됐다. 강동욱(국립한국재활복지대), 이석원(서울대), 이선우(인제대) 교수 등이 공동연구를 통해 노동부에 보고한 이 연구보고서는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원하는 중증장애인이 장애인의무고용제의 적용대상이 되도록 여러 방안을 제시함으로서 현재 개편을 진행 중인 노동부와 보건복지부에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 연구보고서는 먼저 현행 장애등급제의 중증장애기준이 장애인의무고용제에 적용되면 왜 타당하지 않은지, 그리고 새로운 판정기준 도입의 필요성과 정책적 함의는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다음으로, 새로운 의무고용제 적용대상 판정기준의 도입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들을 다른 장애복지정책과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부가 연구를 의뢰한 이 연구보고서를 살펴봄으로써 정부가 개편을 준비 중인 의무고용제 적용대상 판정기준의 윤곽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증 81.5%, 중증장애인 18.5%인 고용현실, 의무고용제 적용대상 조정 불가피
이 보고서는 “최근 의무고용사업체에 근무하는 장애인의 장애등급별 분포 현황을 보면, 경증장애인(4~6급)의 비율이 30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에는 84.7%, 30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에는 77.1%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자료는 현재의 의무고용제도가 노동시장 내 가장 취약한 계층의 보호라는 원래의 목적과 달리 시행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향후 의무고용제 적용대상 조정이 불가피함을 말해준다”고 중증장애인의 고용기회 위축을 지적하고 있다. 즉 장애등급 1~6급 장애인 모두가 장애인의무고용제의 대상이기 때문에 고용주들은 가능한 한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등급 5~6급의 경증장애인을 주로 채용해 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장애인의무고용제는 실제로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보다는 장애인의무고용제가 없어도 취업할 수 있는 경증장애인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경증장애인이 주로 혜택을 받아왔다. 보고서는 “중증장애인은 1990년 장애인의무고용제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경증장애인도 장애인의무고용제가 시행되기 전에 이미 취업이 되어 있었거나 장애인의무고용제가 없었어도 취업이 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장애인의무고용제의 시행으로 취업이 된 경우는 매우 제한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장애인의무고용제가 장애인을 위한 취업지원제도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애인고용의무 사업주들이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과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이점에서 보고서는 현행 중증장애인 기준의 타당성이 결여된 데에서 찾고 새로운 의무고용제 적용대상 판정기준 도입방안을 제시했다.

의학적 상태 판정에 더해 근로 및 직업 능력을 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
보고서는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중증장애인’을 판정하는 판정기준 도입 방안으로 판정기준, 판정절차 및 연계경로, 판정 주체, 관리 시스템, 외국의 사례가 망라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보고서가 제시하고 있는 방안 중 중증장애인 및 준중증장애인으로 의무고용대상자를 정하는 ‘제 2안’은 의학적 장애판정체계의 한계를 고용을 고려하는 ‘준증증장애인’ 개념을 통해 보완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이를 “다른 나라에 비해 의사의 권위가 상대적으로 강한 우리나라 실정을 고려할 때 새로운 의무고용제 대상선정과정의 혼란이 최소화되고, 심사 또는 선정결과에 대한 재심사나 이의신청도 비교적 적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 ‘제3안 직업적 중증장애인의 의무고용대상 장애판정기준과 절차’를 보면, 의무고용대상을 직업적중증장애인으로 한정하고, 의학적 상태뿐만 아니라 근로 및 직업능력, 개인특성 및 기타 상황, 평가자의 재량점수까지 판정기준에 포함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안들을 제시하게 된 도입 근거를 들고, 장점과 단점까지를 열거함으로써 정책적으로 선택과 수용의 길을 열어 놓고 있다. 또 의무고용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이 적용 대상으로 삼는 장애의 판정기준을 소개하고 있다. 보고서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은 모든 장애인을 의무고용대상으로 정하지 않고 의학적 장애나 근로능력상실 정도가 일정수준 이상인 장애인들만 의무고용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와 일본은 의무고용대상자를 의학적 장애기준에 따라 정하고 있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의무고용률도 3~5%로 상향조정 필요
한편 보고서는 의무고용률 상향조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재 법정 의무고용률 2%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13년간 변함없이 유지되어 오고 있어 급속한 장애인구의 증가 및 경제활동참여 장애인의 증가 등 상황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장애인구 증가추세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장애인구는 2015년에 약 470만명(총인구대비 9.5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주장하고, 의무고용률이 높은 국가들일수록 실제 고용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 국가별 비교분석표를 싣고 있다. 보고서는 의무고용률의 상향조정이 장애인 실제 고용율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3~5% 수준의 고용률 상향조정은 타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행을 눈앞에 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향후 중증장애인을 중심으로한 장애인의무고용제 중복에 대한 문제다. 보고서는 “의무고용제만을 시행하는 경우 비장애인과 경쟁을 할 자격을 갖춘 장애인, 특히 경증장애인을 정당한 이유 없이 채용을 거부하거나 근로조건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규제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하면 비장애인과 동등한 능력을 가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장애인의무고용제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증장애인의 고용은 장애인이라는 차별만 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서 이 경우가 바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절대 필요한 경우이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만을 시행하는 경우, 비장애인과 동등한 고용기회를 갖기 어려워 의무고용제는 비장애인과 경쟁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여기서 차별을 받을지도 모를 경증장애인 위해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