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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25번 버스가 도착합니다!”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수원농생명과학고교 앞 버스 정류장, 네모진 버스 도착 안내 표지판 아래 시각장애인 이승구씨(61)가 하얀 지팡이를 들고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 그는 안산, 용인, 오산 등 먼 지역부터 연무동에 위치한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까지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그는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버스도착안내 음성서비스가 그렇게 편하고 고마울 수가 없다”고 말한다. 저시력자로 약간의 시력이 남아있는 그는 흐릿하게 사물의 형태 정도는 볼 수 있지만, 버스 옆에 큼지막하게 적힌 버스번호를 보기는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한번 버스를 타려면 버스가 올 때마다 버스 옆에 다가가 한동안 흐릿하게 보이는 숫자를 보려고 애써야 했다. 버스에 타려는 사람이 있을 경우는 번호를 볼 시간이 있었지만, 버스정류장에 혼자 있을 때는 그냥 지나가 버리는 버스를 쳐다만 보고 있어야 했다.

지난해 말 수원시가 새로 도입한 버스도착안내 음성서비스는 버스가 도착하기 전 “잠시 후 ○○번 버스가 도착합니다”라고 음성으로 안내해주기 때문에 이씨와 같은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부쩍 대중교통 이용이 편해졌다는 그는 과거 같은 직장을 다니던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기도 하고, 간단한 일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도 있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원 세류4거리에 거주하고 있는 정용복씨(63)도 20번이나 25번 버스를 타고 연무동에 위치한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을 다닌다. 그는 “버스를 한번 타려면, 버스가 올 때마다 가까이 다가가 크게 쓰여진 버스 번호를 들여다봐야 했었다”며 “대충 두글자만 보이면 그 버스를 타고 복지관에 가곤 했다”고 말했다.

평소 버스를 타고 새로운 길을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시각장애인 김승택씨(49)도 “요즘 버스는 탑승 후에도 안내방송을 잘 해줘 일단 버스만 타면 큰 불편없이 도착지에 내릴 수 있다”며 “음성서비스로 전보다 편하게 버스를 타고 5년째 집에서 영통 8단지까지 안마사 일을 다니기도 하고, 11년째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점자도 가르치고 컴퓨터도 배운다”고 말했다.

저시력으로 버스 한번 타기도 어려웠던 그는 이 서비스 덕분에 버스를 즐겨 타게 됐다. 새로운 길도 익힐 겸, 새로운 버스를 탈만큼 여유도 생겼다.

현재 수원에만 시각장애인 3,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씨는 “평소 불편함에 버스를 이용하지 않던 시각장애인들도 버스도착안내 음성서비스 시작 이후 조금씩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며 “수원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시 도로교통과 교통정보팀 우석철 팀장은 “지난해말부터 수원시내 190여곳 주요 버스정류장에서 음성안내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며 “가끔 인근 상가에서 음성서비스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오지만 비교적 큰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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