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사제도 합헌을 위한 결의대회에 참석한 많은 시각장애인들과 협회 관계자들이 안마를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직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8 welfarenews
▲ 안마사제도 합헌을 위한 결의대회에 참석한 많은 시각장애인들과 협회 관계자들이 안마를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직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8 welfarenews

우리나라에서 안마사제도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지난 1914년부터 국가가 보호하고 있는 우수한 장애인유보직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법률적인 보장 가운데서도 최근 비시각장애인들이 불법으로 자행하는 스포츠마사지나 발 관리 등으로 인해 시각장애인의 생존권 자체가 위협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오후,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도록 한 의료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 2006년 ‘시각장애인 안마사 위헌사태’ 이후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안마사의 자격을 일정 요건을 갖춘 시각장애인으로 제한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이 아니면서 마사지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업주들은 의료법 개정안이 위헌이라며 위헌 청구를 냈다. 의료법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청구인측의 대리인으로 박태원 변호사가 참석했고, 대한안마사협회측의 대리인으로 김효종 변호사가,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장관 대리인으로 손계룡 변호사가 참석했다. 공개변론에서 대립됐던 두 가지 쟁점은 바로 시각장애인의 생존권과 일반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충돌이었다.

안마사제도 합헌을 위한 결의대회에 참석한 많은 시각장애인들과 협회 관계자들이 안마를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직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8 welfarenews
▲ 안마사제도 합헌을 위한 결의대회에 참석한 많은 시각장애인들과 협회 관계자들이 안마를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직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8 welfarenews

박태원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시각장애인들은 안마사를 제외한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속기사나 전화교환원, 피아노 조율사, 회계원 등의 직업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안마사만이 유일한 직업이라는 것은 거짓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또 “실제로 안마업에 종사하는 시각장애인은 3.68%밖에 되지 않는다”며 “직업에 종사하는 시각장애인 대부분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퇴폐업을 한다는 오명을 쓰고 있어 전체 장애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정부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시각장애인들의 직업을 안마사로만 한정되게 만들었다. 이는 오히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도입 초기에는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조항이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 모두의 직업 선택권을 막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결론적으로 청구인측은 안마사만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일한 지원책이 아님을 주장하며 의료법의 조항이 합리적이 못함을 주장했다.

복지부 “안마업 개방은 국가가 책임을 포기하는 것”

이에 반면 김효종 변호사는 헌법 제34조 5항에 ‘신체장애인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돼있음을 설명하며 “이번 사건은 생존권과 직업선택권이라는 두 기본권이 충돌한 것인데, 법의 형량 원칙에 따라 생존권이 우선권을 가지므로 지극이 합헌”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시각장애인의 3.68%만이 안마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한 수치상의 논리”라고 반론하며 “1~2급 중증시각장애인 중 취업이 가능한 대상은 1만명이다. 그런데 현재 1~2급 시각장애인 안마사 수는 7,000여명이다. 이는 중증시각장애인의 3분의 2이상이 안마업에 의존해 있다는 얘기가 된다”고 전하며 절대다수의 유일한 생존방안임에 이견이 있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시각장애학생이 안마업권 보장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8 welfarenews
▲ 결의대회에 참석한 시각장애학생이 안마업권 보장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8 welfarenews

김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70만명에 이르는 비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업을 허용한다면 시각장애인들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안마능력이 아닌 영업력과 광고능력 등의 요인으로 자유로운 경재도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결국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손계룡 변호사는 “청구인들은 시각장애인들이 다른 직업에 진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속기 등의 새로운 직종을 지원하려고 해도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경쟁과정에서 시각장애인들이 도태되기 때문”이라며 “교육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충분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또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지는 못할지언정 100년의 역사를 가지는 안마업 마저 차단한다면 국가가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많은 국가가 시각장애인의 독립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지금껏 위헌 논란이 된 적은 없었다”며 시각장애인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한편 이번 공개변론 중 이동흡 주심 재판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복지정책과 관련해 검토 중이거나 검토할 예정이 있는 것들이 있는지 손 변호사에게 물었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다른 복지정책에 주력하는 것이 없다는 변호사의 답변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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