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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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시설비리, 돌파구는 있으나 마나

시설비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족벌구조에 있다. 비리시설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시설운영진들이 친인척 관계이거나 시설장의 측근들로 구성돼 있다.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한 이러한 구조 때문에 시설 내에서 비리가 저질러져도 잘 알려지지 않는다.
공익이사제 도입 및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에바다 농아원은 7년 만에 청정시설이 됐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에바다 농아원측으로부터 똥물 세례를 받는 등 그 긴 시간동안 장애인단체는 장애인의 인권을 찾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에바다 농아원은 현재 공익이사진들로 구성,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는 사회복지법인의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비리시설의 폐쇄적인 구조를 깰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담당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다. 그러나 담당기관의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점 또한 문제다.

성람재단과 석암재단 사건의 경우, 서울시는 재판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대책마련을 미루기 일쑤다. 특히 성람재단 사건은 한참을 고군분투한 끝에야 종로구청이 특별감사에 나섰다. 그렇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집회 및 농성을 하면 달래는 식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이 오지만, 정작 구체적인 사건을 들고 가면 소관이 아니라고 한다. 시설비리가 발생할 때마다 각 기관들은 ‘핑퐁’을 한다. 복지부는 지방정부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 중앙정부는 복지부로 책임을 돌린다.

공무원들은 “우리는 법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인데,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우리가 어떻게 하겠냐?”고 말하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죄질은 나쁘지만, 장애인 인권은 그 정도면 괜찮은 거다?

예전에는 비리시설 운영진들의 판결에 있어서 ‘헌신적으로 봉사하다가 조금 실수한 것’이라고 치부했지만, 요즘에는 사회복지사업을 빌미삼아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그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다.
언론도, 시사프로그램도, 시민들도 ‘정말 나쁘다’라고 반응하는 것을 보면 조금은 위로가 된다. 그러나 막상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의식수준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시설이 밥 잘나오고 추울 때 따뜻하게 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서 어떻게 살래?”하고 묻기까지 한다.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의식이 낮은 것은 각 기관도 마찬가지다. 석암재단의 경우 시설장애인이 외출할 시 외출부를 기록하게끔 하고 있다. 시설장애인의 안전을 위해서 외출부를 적게 하는 것은 좋다. 문제는 외출하는 목적을 적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석암재단측은 현재 비대위로 활동하고 있는 시설장애인에게 ‘비대위를 탈퇴하지 않으면 강제퇴소 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비대위로 활동하는 시설장애인이 외출하는 목적을 적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 보듯 뻔하다.

양천구청이나 서울시는 이에 대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시설장애인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여러 명이 생활하니까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경찰서에 신고 및 고발하는 사람의 익명성을 보장하나?

또한 인권침해만 없으면 시설은 살기 좋은 곳이니 탈시설은 필요 없다고 한다.
탈시설을 반대하는 입장의 한 교수는 “장애인들이 시설에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같은 장애인끼리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에 친구도 쉽게 사귈 수 있고,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피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 장애인은 탈시설을 한 뒤 ‘이제야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빠듯한 장애수당과 얼마 되지 않는 활동보조시간으로 생활에 어려움은 있지만,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판단하고 생활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내 일거수일투족이 시설장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해봐라. 정말 살기 좋다고 말할 수 있는가?

또 다른 장애인은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늙고 최중증장애인이 되면 어차피 시설로 가야하기 때문에 지금 시설을 바꿔놔야 된다고.

‘문 밖에 나서자마자 차별’이라고, 장애인이 밖으로 나오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것들과 싸우면서 사회를 바꿔나가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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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더 센 거’를 원하지만, 시설장은 바보가 아니다!

성폭력, 폭력, 살인, 감금 등 언론에서는 보다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시설비리는 좀처럼 언론에 거론되지 않는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시설장이 바보가 아닌 이상 남의 눈에 띄게 시설장애인을 때리거나 하지 않는다. 물론 아직도 성폭력 및 폭력 등이 시설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발전하는 만큼 시설장의 범죄적 두뇌도 나날이 발달하고 있다.

꼭 성폭력하고 때리는 것만이 인권침해가 아니다.
시설장이 시설장애인이 타고 있는 전동휠체어를 가리키며 “이거 네 거 아니지? 자꾸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뺏는다”고 말하는 것도 인권침해다. 시설장애인은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위축돼 자신의 의견조차 당당히 펴낼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시설운영진들은 시설 내 규정을 가지고 치밀하게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있다. 석암재단은 저녁식사 시간인 오후 4시 30분 이후에 들어온 시설장애인에게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오후 6시가 되면 시설정문을 잠그는 등 규정을 빌미삼아 반인권적인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위와 같은 상황 때문에 한 장애인은 탈시설하기 전까지 시설비리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기관에서 감사 전날 시설로 연락을 하면, 일주일에 한 번 시설장애인을 목욕시키던 시설측은 시설장애인들을 깨끗이 씻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힌다.
시설장애인들은 시설측의 위협 때문에 말하지 못하고, 기관은 감사 당일 시설장애인의 겉모습이 양호하니 시설비리는 은폐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상황 때문에 비정기 불시 검문이 필요하다.

비합법적인 행동을 할 때까지 정부는 뭘 했나?

구속된 경험이 있다. 판사가 ‘충분히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왜 비합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나’라고 물었다. 나는 ‘합법적으로 안 한 게 뭐가 있나’라고 되묻고 싶었다.

장애인단체들은 민원부터 진정, 고발, 기자회견, 탄원, 집회 및 농성까지, 비리시설을 척결하고 장애인의 인권을 찾고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합법적으로 하면 기관은 언제나 무관심하다. 비합법적으로 해야 그나마 답변이 오고 면담요청을 승낙한다. 현재 우리는 벌금 및 민사소송과 재판이 걸린 건이 많다.

성람재단 담당기관인 종로구청은 우리가 기물을 파손했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장애인이 고생하고 죽은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종로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게 맞다.

장애인단체의 종로구청 진입을 막기 위해 종로구청 직원 200여명이 동원됐다. 종로구청 진입을 막고 있던 직원들을 하루에 한 명씩 시설에 보내 관리·감독한다면, 적어도 반년은 시설비리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소외된 그 이름 ‘장애인’

군인이 위암으로 숨져 언론이 뜨거웠던 적이 있다. 낙후된 군 의료시스템이 문제시 됐고, 이후 군부대의 의료시설 등이 개선됐다.
그러나 비리시설에서 죽어간 장애인들은 언론에 비춰지는 경우가 드물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시설 내 장애인 사망한 원인을 조사한 결과, 폐결핵이 가장 많았다. 현대사회에서 폐결핵으로 숨지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폐결핵은 ‘후진국 병’이라고도 불린다. 어째서 장애인이 이런 병으로 사망한다고 생각하는가?

원인은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이다. 언론은 자극적이고 이슈가 될 만한 소재를 찾을 뿐, 정작 국가는 장애인을 소외시키고 있다. 장애인의 인권이 실현되는 그날까지, 장애인단체들은 싸우고 또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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