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투쟁단은 경찰의 저지 속에서 ‘석암재단 이사진 전원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008 welfarenews
▲ 공동투쟁단은 경찰의 저지 속에서 ‘석암재단 이사진 전원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008 welfarenews

“언제까지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우리가 외치고 알려줘야 하는가? 이제는 석암재단만을 가지고 싸울 게 아니라, 양천구청 직원들이 과연 그 자리에 앉아있을 자격이 있는지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이하 공동투쟁단)은 석암재단 이사진 전원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9일 서울 양천구청 정문 앞에서 진행했다.

양천구청은 지난 5월 28일 석암재단 제복만 이사장과 홍정환 시설장에 대해 해임 및 교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양천구청은 석암재단측에 사전 고지 및 이의진술 기간을 부여했고, 이에 석암재단 제복만과 홍정환은 자신들의 죄가 법원에서 확정판결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양천구청은 해임 및 교체명령 등에 대해 별다른 진행사항이 없는 상태다.

지난 1일 공동투쟁단은 양천구청장과의 면담을 통해, 양천구청이 이행하기로 약속한 부분과 추가적인 요구사항을 제출했다.

양천구청과의 사전 합의 내용으로는 ▲제복만 이사장 해임 및 시설장 교체 명령 ▲현 이사진 전원 해임 명령 ▲시설장애인을 상대로 반인권적 행위를 한 자 해임·교체·해고 명령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와 협의해 직원들에 대한 인권교육 실시 ▲공개채용 및 공개평가 등을 통한 시설장 선발과 이사진 100%를 민주이사로 구성할 것 등이었으며 ▲석암재단 시설장애인에게 반인권적인 행위를 하는 직원들에 대한 징계 및 해고 ▲석암재단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중지 등을 추가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양천구청은 지난 5월 29일 석암베데스다요양원을 방문하기만 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공동투쟁단은 양천구청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탄하고자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이사회를 최대 9명의 이사진으로 구성할 수 있다. 석암재단 이사진은 본래 2명이었으나, 제복만 이사장이 지난 4월 이사진을 추가해 총 7명으로 이사회를 만들었다.

공동투쟁단은 “제복만 이사장이 나간다고 하지만, 그가 세워놓은 대리운영체제 때문에 비리는 또 다시 저질러질 게 당연하다”며 “제복만의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석암재단 박현숙 사무국장 또한 해임돼야 한다”고 이사진 전원 해임 촉구에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투쟁단에 따르면, 석암재단 박현숙 사무국장은 “이부일(석암재단 전 이사장) 회장님이 나이 들어 감옥에서 고생하고 안됐다. 내가 사무국장 해보니까 왜 그렇게 비리가 있었는지 이해가 된다. 강제로 쓰라는 건 아니지만 이부일 회장과 제복만 이사장의 탄원서를 써줬으면 좋겠다”며 직원들이 탄원서를 적고 신분증 사본을 첨부하도록 강요했다.

한편, 인권위는 석암재단이 석암재단생활인 인권쟁취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활동을 하는 시설장애인에게 비대위 활동을 중단하지 않을시 강제퇴소 시키겠다고 위협한 사건과 관련해, 석암재단으로부터 ‘특정인에게 강제퇴소 요구 및 그와 유사한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그 후 비대위에서 요청한 긴급구제 건은 각하처리하고, 이사회의 결정사항에 대하 차별진정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석암재단은 인권위에 각하했으니 차별행위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여전히 개별적인 퇴소요구 등을 하고 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집행위원장이 석암재단 제복만 이사장이 보낸 내용증명서를 들고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공동투쟁단 ⓒ2008 welfarenews
▲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집행위원장이 석암재단 제복만 이사장이 보낸 내용증명서를 들고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공동투쟁단 ⓒ2008 welfarenews

양천구청 오냐오냐 하니, 석암재단 많이 컸다!

사회복지사업법상 자격이 박탈될 제복만 이사장은 박현숙 사무국장을 앞세워 자신의 대리운영체제를 세우고 있고, 양천구청은 ‘시간끌기’로 이를 눈감아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
석암재단 안에서 시설장애인과 직원들에 대한 반인권적 행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양천구청은 이 사태를 본질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비리주범을 해임하면 될 것 아니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석암재단과 양천구청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석암재단 이사회 회의록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는 관리·감독기관인 양천구청이 석암재단을 감싸고 있는 꼴이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부터 공동투쟁단과 양천구청간의 마찰이 빚어졌다.
공동투쟁단이 스피커를 양천구청 건물 내에 들여놓으려 하자, 양천구청 직원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신고한 장소 내에서만 하라”며 “장애인이라고 해서 과장된 행동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망발을 덧붙이기도 했다.

양천구청은 출입문에 ‘고장’이라는 안내문을 부착한 뒤 모든 진입로를 폐쇄했고, 경찰들이 동원돼 양천구청의 진입로를 통제했다.

공동투쟁단은 기자회견에서 ‘제복만 OUT’, ‘박현숙 OUT’, ‘석암비리재단 이사회 OUT’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양천구청 건물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제공/ 공동투쟁단 ⓒ2008 welfarenews
▲ 공동투쟁단은 기자회견에서 ‘제복만 OUT’, ‘박현숙 OUT’, ‘석암비리재단 이사회 OUT’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양천구청 건물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제공/ 공동투쟁단 ⓒ2008 welfarenews

양천구청의 방임 속에서 석암재단의 인권침해는 더욱 치밀해지고 있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여는 발언에서 자신이 받은 두 통의 편지를 소개했다. 한 통은 시각장애인안마 합법 촉구 결의대회와 관련된 경찰서 출소 요구서였으며, 다른 한 통은 석암재단 제복만 이사장이 보낸 내용증명서였다.

박 집행위원장은 “제복만 이사장은 석암재단의 한 시설장애인이 베이징장애인올림픽 서포터스 교육을 받기위해 1박 2일 외출한 것을 ‘무단외출’로 간주, 외출한 시설장애인의 가족에게 연락해 ‘더 이상 우리가 보호할 수 없으니 데리고 가라’라고 말했다”며 황당함을 표했다.

양천구청은 석암재단 감사로 홍순자씨를 지정했다. 그러나 홍씨는 석암재단 이부일 전 이사장의 부인으로, 석암재단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을 리가 없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는 “양천구청은 늘 ‘공동투쟁단과 같은 마음이지만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라고 하는데, 법대로라면 양천구청은 홍씨에게 감사를 시켰으면 안됐다”고 비판했다.

석암재단은 현재 저녁식사 시간인 오후 4시 30분 이후에 돌아오는 시설장애인에게는 저녁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공동투쟁단은 양천구청에게 석암재단이 시설장애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양천구청은 이를 받아들여 석암재단에 연락했지만, 석암재단은 관리·감독기관인 양천구청의 말을 무시하고 끝내 식사제공을 거부했다.
결국 양천구청은 ‘호랑이 새끼를 키운 격’이 돼버린 것.

공동투쟁단은 양천구청이 석암재단 이사진 전원 해임을 다할 때까지 싸울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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