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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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버스정류장에서 눈싸움을 할 만큼 행복해 보이는 가족.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세련된 차림의 여자.

딸 영림과 아들 동수를 돌보고 있는 광부. 생활은 넉넉지 않지만 순진무구한 아들 동수와 야무진 딸 영림이를 바라보며 희망을 품고 산다.

그러나 어느 날, 폐광과 함께 카지노가 들어서게 되면서 이들의 행복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광부에게 남은 것이라곤 실직자라는 이름표와 진폐증, 그리고 최종퇴거명령서와 함께 집 바깥벽에 생긴 ‘철거호’라는 글씨 뿐.

광부의 희망 찬 눈빛은 점점 술로 인해 흐려져만 간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시작한 일은 난항에 부딪치고, 열한 살이지만 지적능력과 언어능력이 세 살밖에 되지 않는 동수를 돌보는 일에 한계를 느낀다.

탄광촌이라는 폐쇄적인 공간, 생존을 위한 일터를 잃어버린 사람들, 시린 겨울, 이들을 바라보는 아이들.
누군가는 폐광이 된 마을을 버리고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났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X-ray에서 보이는 광부의 폐처럼 점점 하얘져만 간다. ‘철거호’라는 글씨는 소외되고 스러져간 이들의 피로 쓴 듯 더 붉어져 있다.

영림의 행동은 어느덧 폐광이 된 마을과 너무 닮아버렸다. 먹기 위해서 도둑질을 하고, 살기 위해서 오빠인 동수를 버리고, 아빠의 고통을 끝내주기 위해 쥐약을 라면에 섞는다.

영림이 동수를 시설에 보내는 날, 영림이는 버스 안에서 눈싸움을 지켜보던 여자와 마주친다.
영림이의 마음은 무겁고,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러움과 갈망이 섞여있다. 그러나 여자는 영림이와 동수를 보며 그저 ‘예쁜 미소’를 짓는다.

여자는 다름 아닌 우리의 시선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상처를 알지 못하는 미소, 소외된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눈.

폐광과 함께 일자리를 잃어버린 주민들이 식당에서 부르는 ‘그들만의 아리랑’은 소외된 이들의 삶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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