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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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로 영상을 담는 농인독립영상제작단 ‘데프미디어(www.deafmedia.net)’는 비장애인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다른, 청각장애인의 삶에 대한 모습과 문화 등을 보여준다.

데프미디어에는 박재현(27·청각장애 2급) 감독이 있다.
그의 영화에는 소리가 없다. 박 감독은 처음에 수화가 들어간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소리 없는 영화’를 제작·상영했다.
그러던 중 그의 영화는 청각장애인에게는 소리가 없다는 의미를 이해시키고, 수화를 전혀 모르는 비장애인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그 후 박 감독은 청각장애인의 현실과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데프미디어는 지난해 5월경 창립 1주년과 더불어 9번째 농영화 ‘길거리 천사’를 상영했고, 계속해서 꾸준히 농영화를 제작·상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6월 5일부터 7일가지 ‘DEAF A.I’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데프미디어는 6개월에 한 번씩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외국영화에는 한글자막이 있지만, 우리나라영화에는 없죠. 한글자막을 넣는 작업은 인기영화 몇 편에서 이벤트성처럼 이뤄졌다가 그치는 게 다에요. 한글자막이 송출되는 과정 또한 매끄럽지 않아 많은 문제점이 있기도 하고요.”

박 감독은 한글자막·화면해설 등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영화상영이 점차 좋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미디어는 드물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감독의 영화에는 그가 겪었던 차별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중 하나로 교육법을 꼬집었다. 박 감독은 수화를 제1의 언어로 가르친 다음에 언어치료교육을 받아야 소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구화를 가르치고, 나중에 수화를 배우라고 하면 소통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는 것.

“실제로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을 만나보면, 구화교육만을 받은 친구와는 대화가 불가능해요. 청각장애인 10명에게 구화를 가르치면 그 중 1명만이 구화를 하게 됩니다. 이를 보고 구화교육이 성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청각장애인의 특성 및 문화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박 감독은 한국장애인재단 및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받는 제작비로 출연료를 나누고, 개인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해 번 수입으로 장비를 마련하고 있다.
장비를 보관할 곳도, 편집할 공간도, 조명기구나 장비를 운반할 자동차도 없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뜻을 담아 카메라를 움직이는 데 보람을 느낀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미디어센터를 세우는 것이 꿈이에요. 청각장애인들도 캠코더를 들고 농영화를 제작하고 편집하면서 자신을 발견해나갔으면 합니다. 나아가 청각장애인의 문화를 알리고, 사회와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해요.”

그는 더불어 청각장애인이 ‘반짝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극단이나 영상계에 고정돼 몸담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오는 12월 아시아농영화제를 위해 테이프 교환작업, 자막작업 및 13번째 농영화 작품을 구상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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