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12월 ‘장애인의 문화 예술 활동지원’을 주제로 발의된 문화예술진흥법이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장애인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법이 만들어진지 1여년이 되도록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장애인문화예술계의 현실이다.

장애인의 문화예술 실태와 그 문제점을 살펴보고,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차법) 및 장차법 시행령의 ‘문화예술 차별금지’ 조항을 분석해 차별 없는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접근방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는 지난 21일 서울시 서대문장로교회 비전홀에서 ‘장차법시행령과 장애인문화예술활동 활성화를 위한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좌장으로 서울복지재단 이성규 대표이사, 발제자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오혜경 교수, 토론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 예술정책과 권수진 사무관, 한국장애인미술협회(이하 장미협) 김충현 회장,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이하 편의연대) 김남진 기획실장, 장애인정보문화누리(이하 장애누리) 김철환 상임활동가가 참여해 토론을 진행했다.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오혜경 교수는 먼저 “문화는 정신적인 측면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와 더불어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역할을 한다”며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현재 문화예술진흥법은 제3장 제12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화복지 증진을 위해 문화시설 및 프로그램에 개발, 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 제14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들이 지역, 계층, 신분, 연령 및 장애여부에 차별받지 않고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창조해 자신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해당되는 각종 여건을 조성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 교수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등이 문화복지정책에서 소외된 원인으로 ▲전문인력의 부족 ▲예산의 부족 ▲문화예술활동 공간 및 프로그램의 부족을 꼽았다.

오 교수는 “사회복지사는 직업특성상 자신도 문화적 소외계층에 포함되기 때문에, 장애인에게 문화를 전하기에는 문화적 감수성이 낮다. 또 문화를 잘 아는 사람은 사회복지에 무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가칭 ‘문화사회복지사’와 같은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미협 김충현 회장은 장애인문화예술활동을 위한 기초적인 것들은 마련돼 있으나 관련부처와의 연계성 및 추진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각 시·도에 비장애인을 위한 창작공간은 100여개가 넘지만, 장애인을 위한 창작공간은 서울장애인미술창작스튜디오 한 곳 뿐이라고 전해 창작공간 확보와 장애특성에 맞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극히 부족함을 알 수 있었다.

김 회장은 “특히 장애인예술가들은 예술장착활동에 전념할 경우 따로 직업을 가질 수 없어, 이에 따른 창작활동비 지원이 시급하다”며 “예술성을 인정받는다 해도 작품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경제적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광부 권수진 사무관은 장애인문화예술확대활동 지원 강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할 것과, 장애인 관련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장애인문화예술 총괄부서 설치 검토를 약속했다. ⓒ2008 welfarenews
▲ 문광부 권수진 사무관은 장애인문화예술확대활동 지원 강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할 것과, 장애인 관련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장애인문화예술 총괄부서 설치 검토를 약속했다. ⓒ2008 welfarenews

문광부, ‘향유’에서 ‘창작활동’으로 변화할 것
“장애인문화예술 총괄부서 설치 검토에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장애계단체는 장애인문화복지를 위한 관련부처 간 협력체계 구축과, 장애인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예산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혜경 교수는 문화복지정책 추진방향을 장애인문화복지를 지역단위에서 실현, 장애인문화복지를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연결, 시간·공간·계층·연령변수에 따라 적합한 문화복지 대안을 산출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지역별 대도시형, 중소도시형, 농촌형 모델로 구분해 장애인문화복지 실현 모델 구축 ▲건설관계법률에 의해 금융지원 등 각종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개선 추진 ▲공연 및 전시 관람료 상시할인제도 도입 ▲장애청소년들의 취미생활이 진로나 장래의 직업과 연관될 수 있도록 전문 교육기관 설치 ▲장애유형별 집단의 문화적 정체성 및 다양성 보장 ▲정기적인 장애인 문화욕구 실태조사 ▲장애인 전용 문화복지 기반시설의 조성 및 문화공간 설치 ▲문화시설 내 장애인을 위한 차량 운행 등이었다.

오 교수는 특히 “예산 및 전달체계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부처 간 협력체계 구축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문광부 권수진 사무관에게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김충현 회장 역시 “장미협은 14년이 됐지만 아직까지 법인화되지 못했다. 장애인예술단체 육성 지원 등 장애인문화예술진흥기금조성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김 회장은 장애인체육이 보건복지가족부 산하에서 문광부 산하로 옮겨가면서 눈에 띄게 발전했다며, 장애인문화예술 역시 전담조직과가 신설돼 장애인문화예술활동 활성화를 위한 정책수립 및 예산확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장애인문화예술활동 활성화를 위한 정책수립 방향으로 ▲장애인예술가 창작 활동지원 ▲장애인예술단체 양성 지원 ▲장애인 전용아트센터운영 ▲장애인 미술창작스튜디오 ▲장애인전문예술가 양성 배치 ▲장애인문화예술프로그램 개발지원 등을 내세웠다.

편의연대 김남진 기획실장은 “한 체육시설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문제점을 제기하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따로 있으니 그곳을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운을 띄웠다.
체육활동을 주최·주관하는 기관이나 단체, 체육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체육시설의 소유·관리자는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되지만, 적용 대상과 시기에 대한 규정은 시행령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것만 규정하고 있다는 것.

김 기획실장은 “민간 체육활동시설에도 장차법 적용이 강제돼야 한다”며 “나아가 어떤 시설, 부처, 기관이든 간에 장차법이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장애누리 김철환 상임활동가는 장차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장애인문화예술활동에 대한 편의제공 및 문화예술사업자의 단계적 범위가 시행 시기가 너무 길고, 구체적인 시행내용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한계점을 비판했다.

그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국표준수화규범 정책 또한 거론하면서 “수화를 단순히 한국어 접근편의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이 규정하고 있듯이 하나의 언어로 자리매김하도록 해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환경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IPTV 등 새로운 형태의 방송이 출현하고 있지만, 전문방송 설립에 무게를 두는 것보다는 보편적인 접근권을 담보할 정책에 무게를 두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문광부 권수진 사무관은 “그동안 문광부는 장애인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중심으로 장애인문화복지 정책을 펼쳐왔다”며 “앞으로는 장애인문화예술확대활동 지원 강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사무관은 ▲장애인 관련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장애인문화예술 총괄부서 설치 검토 및 장애인문화예술 지원 종합계획을 마련 ▲장애인문화예술교육 신규분야 지원 확대와 장애유형별, 예술분야별 프로그램 개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장애인문화접근성 확대 지원 사업을 통한 장애인예술가의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장애인문화예술 창작 공간 지원 등을 약속했다.

세미나에는 학계, 언론, 장애계단체, 현장 실무자, 장애인 문화예술활동에 관심 있는 장애인 및 비장애인이 참여해 관련 주제에 대한 질의 및 응답이 이어졌다.

한 지체장애인은 “장애인예술가 발굴도 좋지만, 무엇보다 창작기금 지원이 장애인에게도 이뤄져 장애인예술가가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 청각장애인은 “주변의 청각장애인들을 보면 문화예술에 대한 끼가 많다. 공연 ‘난타’, ‘점프’ 등 비언어극처럼 청각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청각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한 사업 공모 등이 마련돼 청각장애인의 능력을 양성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권 사무관은 “많이 부족하고 많이 발굴해나가야 하는 부분인 만큼, 내년 복지부와 협력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문광부는 장애인문화복지와 관련해 복권기금을 통한 문화예술활동 지원, 장애인문화예술교육 지원, 함께누리 지원 사업, 장애인문화복지 관련 정책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복권기금을 통한 문화예술활동 지원으로는 장애인을 포함한 문화소외계층에게 공연▲전시 관람료의 일부 또는 전액을 지원하는 ‘사랑티켓’, 기초생활 및 차상위 수급자를 대상으로 관람기회를 제공하는 ‘문화바우처’ 사업 등이 있다.

함께누리 지원 사업으로는 기증을 통해 장애인에게 문화예술도구를 제공하는 ‘사랑의 문화예술 도구 보내기 사업’, 장애인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한 ‘대한민국장애문화예술대상’, ‘작은문화축제’, ‘문화시설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등이 있다.

오혜경 교수는 권 사무관에게 “현재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사업들의 중심은 문화소외계층이 아닌, 이른바 ‘신진문화인’들의 역량 강화에 있다”며 “전문인력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충고했다.

한편, 김철환 상임활동가는 오혜경 교수가 장애인노인등의정보통신접근성이 웹 접근을 중심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발제한 것에 대해 “온라인 정책에 무게를 둘 경우 정보접근이 취약한 지적·시각·청각장애인이 문화예술현장 참여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현장에서의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