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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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법관이 된다’ 모두들 의아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깨고 당당히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한 시각장애인이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시야가 좁아지는 후천적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최영(27·시각장애3급·남)씨가 그 주인공이다. 고등학교 3학년, 자신의 눈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지만 최씨는 좌절하지 않고 2000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입학당시만 해도 남들과 같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으나, 시력은 계속 떨어져 2005년에는 거의 앞이 보이지 못하게 됐다.

최씨는 장애의 벽을 넘어 법관이 되기까지 수많은 노력을 해왔다. 비장애인도 읽고 이해하기 힘든 법전을 매일 듣고 다니는 것이 그의 공부 방법이다. 타이핑을 통해 파일로 법전을 만들어준 복지재단의 도움으로 음성파일을 듣고 다녔던 것. 하지만 교재를 파일로 받아 화면낭독프로그램을 통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비장애인에 비해 두배, 세배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사법시험에 응시, 합격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지금은 그냥 잠도 자고 쉬고 싶어요.”

현재 최씨는 3,4년 동안의 고된 싸움에서 이기고 잠시 시골에서 쉬고 있다. 쉽지 않았을 시간을 견뎠지만 사실 그의 마음은 편하지는 않다. 내년 3월이 되면 사법연수원이 시작되지만 아직 모든 것이 어색하고 미숙한 사회생활의 시작에 얼떨떨하다고 한다.

변호사가 돼 정의를 실현하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라며 법조인이 되는 것에 대한 난관을 전했다. 우선 모든 재판과정에 대한 기록물을 국문으로 명시해야 하는 규정이 있고, 법정기록이나 자료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이를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며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면 꼭 성공 할 것”이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국가의 정책이 잘 마련되면 나보다 훨씬 뛰어난 장애인들이 사회진출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시각장애 응시자에게 컴퓨터를 제공하는 등 사법고시 응시방법을 개선한 지 3년 만에 이러한 결실을 보게 됐다. 장애인의 전문직 진출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해 사회적 약자의 권익보호 구현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최씨는 법조인의 시작에 발을 내딛으며 많은 난관을 알고 있지만, 인터뷰 동안 ‘괜찮아요’라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앞으로 밝은 사회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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