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주거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4일 국회선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주거는 의식(衣食)의 문제와 함께 인간의 1차적인 욕구이자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다.

한국장애안단체총연맹(이하 장총)은 현재 6만4,000명의 장애인가구가 아직도 비닐하우스나 움막 등과 같은 비주거용에서 생활하고 있고, 적절한 치료와 보호를 받아야 하는 유아기 장애어린이는 2.1%가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정부는 장애인가구의 특성을 고려한 주거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기존 주택정책을 통해서만 해결하려 했기 때문에 장애인의 주거문제가 현재와 같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 장총의 입장이다.

이에 장총은 장애인의 주거권과 관련한 정책적 변화 속에서 장애인의 주거권 실현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자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도시연구 서종균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구는 지난해 210만명, 그에 반해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주거복지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또한 “장애인의 필요에 맞는 주택을 제공하거나 자립생활을 하고자 하는 이들을 돕기 위한 주거복지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 책임연구원은 장애인주거현황에 대해 ▲극단적 주거 빈곤 ▲시설장애인 ▲지역사회의 장애인 총 세 가지로 분류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노숙을 비롯한 극단적인 주거 빈곤상태에 있는 이들 중에는 장애인의 비중이 비장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또한 그들은 이러한 주거 빈곤 환경 속에서 장애의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다.

시설장애인은 시설에 들어가는 과정은 다양하나, 대부분 자립생활의 욕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시설을 택하고 있다. 시설생활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누구나 스스로 선택에 의해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것처럼 장애인도 스스로 선택권과 결정권을 가지고 자신에게 맞는 자원을 활용하고 관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시설에서의 생활은 개인적 관리과 어렵다는 원인으로 능동적 생활을 하게하고 시설비리 등 시설장애인의 인권 침해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서 책임연구원은 선입견 및 편견이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재가장애인의 일상생활수행능력을 보면, 식사준비가 어려운 사람이 34.6%, 가까운 외출을 할 때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 23.0%정도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대부분은 가족과 친척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왔으며, 최근 활동보조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이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활동보조서비스 또한 1급 최증증장애인이 최대 월 180시간 이라는 한계가 있고, 서류상의 미충족 문제로 장애인이 필요한 만큼의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는 주거권을 탈시설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탈시설권리는 비단 주거권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그러나 주거권보장은 시설에 있는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오기 위해 아주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권리”라며 “장애인 모두가 지역사회 안에서 ‘집’ 걱정 없이 살게 되는 그날을 위해 함께 힘을 보태고 노력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대표는 장애인 주거권과 관련해 겪는 어려움의 이유로 ▲경제적인 문제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편견 ▲장애인에게 맞는 주택구조 미확보 ▲장애인 주거에 관한 사회의 관심부족 등을 지적했다. 또한 윤 대표는 “사회와 정부는 장애인의 주거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국토해양부 주거복지기획과 권대철 과장은 “장애인 주거는 장애인에게 맞추고 싸게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에 다양한 요구가 주목되는 상태에 있고, 다양한 주거 재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권 과장은 장애인과 취약계층을 포괄하는 ‘주거복지 기본법(가칭)’을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권 과장에 의하면 국토해양부에서 내년 10억원을 투자, 장애인 주거실태 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정돼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장애인과 가족, 관련 종사자들은 “조사에서 멈추지 않고 체계적인 정책이 제안돼 장애인의 주거가 안정되기를 바란다”며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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