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 기운이 없고 힘이 없어서 오신 환자분께 한약을 권하면 조금만 참았다 가을에 먹겠다고 하는 분들을 종종 본다. 또 ‘여름철에 보약 먹으면 땀으로 다 빠져나간다면서요?’하며 한약 먹기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 또 심지어 양의사들이 한약 먹으면 큰일 난다고 했다며 한약에 중금속이 포함되어 간이 파괴된다고 들었다며 한약을 기피한다. 그럴 때마다 답답하다. 제대로 된 정보를 알지 못하고…….

필자가 아는 의사분은 삼계탕 먹으러 가서 닭 안에 황기와 인삼이 안보이면 왜 그런 게 없냐고 주인한테 다그친다. 황기와 인삼은 한약이 아닌가! 이분도 환자들한테 한약 먹지 말라고 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왜 환자들한테 한약을 먹지 말라고 하는지 물어보면 한약에 대해 모르니까 그런다고 답한다. 우리 한의사들이 양약에 대해 무지하듯이 양의사들도 한약에 대해 무지의 극치를 달린다.

요즘 옥수수 수염차가 나와 인기가 있다고 한다. 옥수수수염은 한약으로 수천 년부터 이뇨작용에 도움이 되어왔다. 보리는 한약으로 대맥이라 하여 기를 올리고 설사를 제거하는데 쓰인다. 우리가 많이 먹는 밀가루는 소맥이라 하여 열을 제거하고 갈증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복분자는 한약 아닌가! 복분자는 신장 생식기를 돕고 여자의 잉태를 도우며 눈을 밝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 양의사말대로 복분자술도 한약으로 만들었으니 복분자술을 마시는 사람은 독술을 마시는 게 아닌가. 우리가 먹는 쌀은 한약이 아닌가! 묵은쌀로는 소화기능을 조화롭게 하고 번갈과 설사 이질을 다스릴 수 있다.

율무는 의이인이라하여 몸이 비습한 비만에도 쓰이고 사마귀에도 쓰인다. 우리가 먹는 결명자차는 눈을 맑게 한다. 이건 한약재 아닌가! 그럼 이 결명자를 먹어 간이 파괴되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파도 한약재 이다. 감기증상이 있을 때 파를 같이 넣으면 열을 끄며 발한시킬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자체가 한약인 것이다. 아니 둘러보면 한약이 아닌 것이 없다. 거리의 간판들은 보면 온통 한방이란 글자를 붙인다. 한방사우나 한방오리 한방삼계탕 한약먹인소 한약먹인돼지 한방화장품 ‘한방’이란 글자를 붙여야 매상이 는다고 한다. 이게 다 한약의 주성분으로 들어가는데 엉뚱하게도 환자들은 한의원에서만 한약을 쓰는 줄 안다.

반찬을 예로 들어보겠다. 무씨도 한약으로 쓴다. 무씨는 해수 천식 그리고 가래를 삭일 수 있다. 연근도 한약으로 쓴다. 연근은 여러 가지 혈질환 토혈이나 비정상적 출혈에 쓰이며 연밥은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심장을 안정시키는 작용이 있다.

보신탕에 들어있는 부추 역시 한약으로 남자들 아랫배가 찬 사람한테 오랫동안 써온 한약이다. 부추 씨는 구자라해서 소변불금에 써왔다. 이밖에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식들이 다 한약으로 이루어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애견센터나 동물병원에서도 침과 한약을 쓴다. 부작용이 없어 인기가 좋다한다. 과거에 대학 강의 나갈 때 한의대 조교선생님 중에 수의대를 나온 조교선생을 만난 적이 있다. 왜 한의대 조교에 입후보했냐고 물어봤더니 한약으로 다리가 부러진 개를 치료한걸 보고 관심 있어 한약에 대해 연구해보려 왔다했다. 요즘은 더 나아가 동물들에게도 침을 놓는 광경을 자주 본다.

필자가 부원장시절이었다. 애완견이 폐렴인가 아무튼 어떤 병에 걸려서 병원에서조차 치료 못하고 얼마 안 있어 죽는다고 했는데 원장님께서 불쌍하다며 한약 중에 녹용을 먹이는 걸 목격했다. 필자는 ‘저 비싼 녹용을 개에게 다줄까’했는데 정말 감쪽같이 그 강아지가 나아서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침과 한약에 대해 대체의학으로 정해놓고 열심히 연구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귀중한 자산인 한약에 대해 연구하기는커녕 순전히 독약이라 험담하는 현실이 되었다. 제발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

한약은 한의사의 고유영역이다. 환자들한테 제대로 증세와 맥에 맞게 처방을 하는 사람은 한의사지 양의사가 아니다. 한약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한의사만이 알 수 있다. 양약에 대해 부작용이 많은지 한약에 대해 부작용이 많은지 묻고 싶다.

여름철 한약도 그렇다. 그분들 말 대로면 여름철에 우리가 먹는 음식물은 다 땀으로 빠져나와야한다는 얘기다. 그런 엉터리 말을 하지 말고 당연히 여름철에 기운이 없거나 아프면 한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게 현명한 사람들의 선택일 것이다. 한약 먹으면 멍청해진다는 말도 있다. 참 아이러니컬하다. 그러면 앞에서 열거한 쌀, 보리, 밀가루, 율무 이런 것들을 먹어 멍청해지는지 과연 자료를 제시하라고 싶다.

간혹 유통과정과 관리과정에서 한약에 문제는 있을 수 있다. 그건 한의사가 관리해야할게 아니라 주무부서인 식약청 정부에서 관리해야할 문제일 것이다.
익산성원한의원 원장 강병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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