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은 장애인 주거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주거(住居)는 의식의 문제와 함께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자아실현을 위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할 기본적 욕구로 인권의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장애인의 주거현실은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이 장애계의 목소리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 주거 실태, 그 대책에 관련한 그동안의 주장들을 정리해 본다.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전국 4만가구와 1,000개 사회복지 시설을 대상으로 ‘2005년 장애인 실태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장애인 수는 215만명으로 인구 1만명 당 459명이 장애인이다. 이 중 재가 장애인은 2000년 140만명에 비해 69만명이 늘어난 209만명,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4만7,000여명이다. 장애인 출현율은 2000년 3.09%에서 4.59%로 늘었다. 또한 가구원 중 장애인이 있는 장애인 가구수는 194만 가구로 추정돼 전국 가구 1,586만 가구의 12.3%에 달한다.

이에 장총은 “그동안 정부는 장애인의 주거문제를 간과했다. 장애인주거실태조사를 제대로 진행한 적이 없으며, 주거상황은 파악조차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결국 장애인의 주거정책 부재로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현 상황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7일 대정부질문에서 정부는 ‘내년도 주거실태조사에서 장애인에 대한 주택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신영수 의원이 제278회 국회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장애인의 주거환경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장애인 주거실태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는 장애인주거실태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주거실태조사를 약속했다.

무엇이 진행됐고 무엇이 문제이며 무엇이 필요한가

주거복지연대 남상오 사무총장은 이처럼 장애인 출현율은 증가하지만 대체로 취업기회를 갖지 못해 소득은 매우 낮은 반면, 치솟는 집값으로 인한 주택구입 비용 및 월임대료의 부담은 과중한 상황에서 몇 푼 안 되는 정부 보조금에 의지해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또한 ‘장애인주거복지’라는 용어 역시 학술적으로 정의된 바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후속연구를 촉구 했다.

또한 장애인주거복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배경에 대해 ▲주거복지 주 대상중 하나가 장애인임을 정부와 공공부문이 인식하라 ▲정책 비수혜집단인 저소득 장애인을 목표집단으로 적절한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주거의 안정성을 보장하라 ▲지역사회 통합 및 자활을 촉진하는 주거서비스를 통해 장애인의 주거복지를 실현하라고 주장했다.

남 사무총장은 대다수 장애인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이 빈곤이라고 말했다. 전체 장애인 가구 가운데 국민기초생활수급가구는 13.1%나 된다. 비장애인 가구의 6.82%에 비해 2배 가까이 되는 수준이며 72% 정도가 무직으로 많은 시간을 주택 내에서 보내고, 가구당 소득수준이 100만원 정도의 저소득층이고, 월 수입이 평균 60만원에 주거비 지출은 약 31만원에 달해 조사자 78%가 주거부담이 높다고 전했다.

남 사무총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주거복지 지원제도 현황은 ▲장애인에게 가산점이 없는 일반공급 주택 ▲사업주체가 국민주택 등의 주택을 건설, 무주택세대주와 장애인복지법 제29조의 의거해 제공하는 특별공급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해 89년 시도 된 사회복지적 성격의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의 장애인 특별공급 20% ▲국토부가 서민주거복지 확대방안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실시한 그룹홈 ▲복지부에서 시행중인 공동생활가정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년도별로 시행중인 시범사업과 건설교통부와 복지부에서 시행중인 주택개조 사업 등이 장애인에게 제공되고 있는 장애인주거복지 관련 사항이다.

하지만 현행 장애인주거복지 지원에는 문제점과 개선점이 따른다. 우선 장애인 임대주택 재고의 양적 부족 문제가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장애인 공급호수가 극히 미미한 1차적 원인으로 공공임대 재고가 턱없이 부족하고, 특별 공급 물량이 10%에 지자체 재량 정도다. 또한 입주 자격조건을 소득기준 인정방식에 기인하고 있어 장애인에 대한 특별조치라고는 할 수 없다.

특히 그룹홈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관련해 남 사무총장은 몇가지 개선할 점을 주장했다. 그룹홈 운영특례개선, 매입임대주택정책의 운영특례로 시행하는 것이 장애인 그룹홈이다.  이는 관계법령에서 정신장애인을 규정하는 정신보건법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즉 정신보건법상 시설퇴소 판정을 받고 주거시설 입주를 희망하는 정신장애인의 그룹홈을 통한 지역사회 자립 유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의 기존주택 매입임대사업 업무처리지침중 ‘6-1 공동생활가정 입주대상자’항목에 정신보건법이 삽입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참여의 진입장벽완화 또한 주장했다. 현행 장애인 그룹홈 운영기관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관련 법령 등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나 등록된 단체로서 최근 3년간 관련 규정에 의한 입주대상자의 보호, 지원을 위한 운영 실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아 3년간의 운영실적이 미흡하다. 또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운영비를 받아 활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림생활의 이념과 실천전략을 현실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민간단체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규정에 합당한 조건을 만들기란 어렵다. 따라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그룹홈 참여에 필요한 진입장벽을 완화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남 사무총장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단신 및 2가구 동거형 입주방안 ▲청약저축 가입 및 활용 ▲국민임대주책의 장애인특별공급 개정과 정보 활용 ▲매입임대입주 순위부여 조정 필요 등이 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애인주거복지 개념의 확립과 양적·질적지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애인은 무엇을 원하는가?

“탈시설화 패러다임 속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자립에 도전하지만 상당수가 포기하고 돌아오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 주거의 문제가 있다”는 노적성해 IL자원센터 전정식 소장의 지적이 있었다.

전 소장의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에게 주거 준비 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대답자의 70%가 구입자금이 없다고 대답했다. 장애인에 대한 주거정책의 만족도에는 30%가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정책인지도는 50%가 넘었지만 활용도 부문에서 20%라는 조사결과가 나와, 가장 문제시 되는 것은 전달체계의 미흡이라고 전 소장은 전했다.

전 소장은 “장애인주거복지를 바라보는 시각은 당사자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정책은 장애인이 생활하기 불편이 없는 최소한의 시설과 기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있는 반면, 장애인이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기에 필요한 주거에 대한 지원은 미미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장애인의 탈시설 문제를 보면 “‘정부는 시설에서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으로 장애인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생각’ 하지만 장애인들은 탈시설의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논의하고 있으며 장애인이 시설을 나오고 싶을 때 필요한 주거공간 마련의 중요성을 주장했다”며 장애인 주거권운동은 이러한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소장은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주거정책전달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정책전달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으며, 피드백의 강화,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구축과 자리잡음이 빨라 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4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있었던 장애인주거권 실현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는 2007년 빈곤사회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가에서 주최한 장애주거빈곤 토론자료를 제시했다.

자료에 의하면 공공주거지원을 기다리는 6만여명의 대기자가 있으며, 유럽의 국가들이 공공주거공급률이 20%를 넘는 반면, 우리나라의 공공주거공급율은 2~3%에 머물고 있어 주거빈곤상황은 심각하다. 이에 김 활동가는 “실태조사조차 시행하지 않음으로써 장애인의 주거빈곤에 대한 국가책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 지금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2005년 장애인생활시설 생활인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제시하며 “‘퇴소를 원한다’는 50.7%며, 개선할 내용이나 필요한 사회적 지원에 대해 ‘연금·주택·보장구 등 정부지원이 됐으면 좋겠다’가 23.0%로 시설장애인에게 주거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2009장애인주거실태조사 실시

국토부는 올해 장애인주거실태에 관련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추진계획은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2006년부터 주거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2006년 일반조사를 시작으로 2007년 노인가구 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올해 장애인주거실태 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장애인주거실태 조사는 3만가구 정도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에 관련해 관계자는 “지난 실태조사의 샘플가구수가 2만5,000가구에서 2만7,000가구로 늘어난 것을 미뤄보아 3만가구 정도를 예상한다”며 “어떤 기준으로 조사를 실시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연구를 수행하게 될 국토연구원과의 논의를 통해 구체적 계획이 수립 되는대로 밝히겠다”고 전했다.

남 사무총장은 장애계가 장애인주거실태조사를 위해 조사항목 제시를 위한 연구협의체 마련을 제안했다. 정부의 예산을 들여 전문가를 동원, 과학적으로 조사 분석하는 것이기는 하나 장애계단체와 당사자 들이 주축이 돼 조사항목을 제시함으로써서 의견에 대한 협의 요청 혹은 정책건의가 가능하도록 내무과정을 거쳐 정부와 연구팀에 제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협조와 견제의 원리, 장애인주거권 운동의 대중화 위한 대안모색 등의 필요를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애인주거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기관이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수행을 혼자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장애계의 목소리를 전해달라. 그래야 올바른 조사를 통해 충실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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