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애차별, 제작 가이드 마련 요구돼
방송 장애차별, 제작 가이드 마련 요구돼
  • 최지희
  • 승인 2009.02.2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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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안사용자 모임인 ‘눈꽃사람들’ 회원들은 진정서 접수에 앞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와 함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SBS측의 공식적인 사과 ▲재방송 및 타사 방영 금지 조치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2009 welfarenews
▲ 의안사용자 모임인 ‘눈꽃사람들’ 회원들은 진정서 접수에 앞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와 함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SBS측의 공식적인 사과 ▲재방송 및 타사 방영 금지 조치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2009 welfarenews

공중파 방송이 장애인 보장구를 희화화하는 등 장애인 비하를 유발했다는 장애계단체의 비판이 제기됐다.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제32조(괴롭힘 등의 금지) 3항에는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학교,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집단따돌림을 가하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의안사용자 모임인 ‘눈꽃사람들(cafe.daum.net/brighteye)’ 회원을 비롯한 85명의 의안사용자는 SBS를 상대로 “시각장애인 보장구인 의안 사용을 혐오스럽게 표현, 방송에서 장애인 보장구 사용 희화화도 장애차별”이라며 지난 25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눈꽃사람들 회원들은 진정서 접수에 앞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와 함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SBS 교양 프로그램 ‘있다! 없다?’ 151회(2008.12.26) 중 ‘눈알이 카메라인 사람이 있다! 없다?’편의 한 장면. 자료제공/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2009 welfarenews
▲ SBS 교양 프로그램 ‘있다! 없다?’ 151회(2008.12.26) 중 ‘눈알이 카메라인 사람이 있다! 없다?’편의 한 장면. 자료제공/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2009 welfarenews

문제의 방송은 SBS 교양 프로그램 ‘있다! 없다?’ 151회(2008.12.26) 중 ‘눈알이 카메라인 사람이 있다! 없다?’편이다.
이 방송에서는 의안을 빼내고 눈 안에 작은 물체를 끼운 뒤 다시 의안을 끼우면 안구 없이도 앞이 보이는 인터넷 동영상의 실존여부를 알아내는 과정을 담았다.

눈꽃사람들 이황 대표는 “의안을 넣고 빼는 장면을 필요이상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그것을 보는 출연자들이 경악하는 모습을 연출 혹은 여과 없이 방송함으로써, 시각장애인 보장구의 하나인 의안을 혐오스러운 것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안사용자가 흥밋거리로 전락하는가하면, 많은 사람 앞에서 벌거벗김을 당한 것 같은 수치와 모멸감을 줬다”고 전했다.
SBS 교양 프로그램 ‘있다! 없다?’ 151회(2008.12.26) 중 ‘눈알이 카메라인 사람이 있다! 없다?’에 대한 시청자 반응. 자료제공/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2009 welfarenews
▲ SBS 교양 프로그램 ‘있다! 없다?’ 151회(2008.12.26) 중 ‘눈알이 카메라인 사람이 있다! 없다?’에 대한 시청자 반응. 자료제공/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2009 welfarenews

실제로 방송 후 있다! 없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혐오스럽다’, ‘역겹다’ 등의 시청자의 반응이 올라왔다.

이 방송을 본 눈꽃사람들 회원 권영주씨는 있다! 없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항의하는 글을 올렸지만,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게시판이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현재 문제의 방송은 방송다시보기 서비스가 중지된 상태다.

권씨는 “그 후 한국시각장애인연협회(이하 한시련) 등과 함께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하자, SBS측에서 한시련 앞으로 팩스 1장을 보내왔다. 재방송 및 타사 방영하지 말 것 또한 요구했으나, 제작진은 ‘외주제작물이다’, ‘회의 후 연락 주겠다’와 같은 말만 했을 뿐 정확한 답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눈알카메라의 모습.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은 “눈알카메라는 두 눈을 사용하는 사람이 망원경을 사용하듯 쓰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자료제공/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2009 welfarenews
▲ 눈알카메라의 모습.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은 “눈알카메라는 두 눈을 사용하는 사람이 망원경을 사용하듯 쓰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자료제공/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2009 welfarenews

방송은 진행자 노홍철씨가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굉장히 예민한 부부인데 눈알을 뺐다 꼈다 그러면, 돌아버리는 거예요. 저처럼 되는 거예요. 끝나는 거야”라고 말하는 모습도 담아냈다.

방송은 의안을 만드는 과정과, 망막이 파열된 시각장애인이 의안을 착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의안에 대한 정의와 필요성은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았다. 단지 방송사측의 ‘좋아 보인다’는 말과 자막만 있었다.
이어 의안사가 동영상을 보고 ‘눈알카메라’를 만들었다. 눈알카메라는 의안의 동공부분을 투명하게 한 뒤 실시간 촬영이 가능한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했다. 여기에 안경형 모니터를 부착해 완성했다.

이에 대해 장애우문화센터 김현미 활동가는 “방송은 단순히 ‘인공안구에 카메라가 달릴 수 있구나’, ‘이게 앞으로 가능하겠구나’하는 것만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은 “인간의 시신경은 척추신경과 더불어 신체장기 중 가장 어렵고 예민한 부분이다. 인공장기 등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고는 하나, 인공안구는 언제쯤 실현되고 활용될지 모른다”며 “모든 의안사용자는 사용하는 의안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시신경을 제거했거나 제기능을 전혀 못하는 사람들이다. 눈알카메라는 두 눈을 사용하는 사람이 망원경을 사용하듯 쓰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눈꽃사람들’ 회원을 비롯한 85명의 의안사용자는 SBS를 상대로 “시각장애인 보장구인 의안 사용을 혐오스럽게 표현, 방송에서 장애인 보장구 사용 희화화도 장애차별”이라며 지난 25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2009 welfarenews
▲ ‘눈꽃사람들’ 회원을 비롯한 85명의 의안사용자는 SBS를 상대로 “시각장애인 보장구인 의안 사용을 혐오스럽게 표현, 방송에서 장애인 보장구 사용 희화화도 장애차별”이라며 지난 25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2009 welfarenews

장추련 조은영 활동가는 “시청자들이 보이는 것 그대로 받아들일 시, 사회적 편견 및 장애차별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충분히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활동가는 “미국의 경우 ‘장애’에 초점을 맞추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영국BBC의 경우 방송제작 핸드북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가이드, 지표, 모니터 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눈꽃사람들 회원 외 단체들은 ▲SBS측의 공식적인 사과 ▲재방송 및 타사 방영 금지 조치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2009 welfarenews
▲ ⓒ2009 welfare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