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공익변호사그룹공감 염형국 변호사, 보건복지가족부 재활지원과 김동호 과장, 탈시설정책위원회 곽노현 위원장, 상지대학교 법학부 김명연 교수, 덕성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진우 교수,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정책연구실 장기성 실장. ⓒ2009 welfarenews
▲ (왼쪽부터)공익변호사그룹공감 염형국 변호사, 보건복지가족부 재활지원과 김동호 과장, 탈시설정책위원회 곽노현 위원장, 상지대학교 법학부 김명연 교수, 덕성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진우 교수,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정책연구실 장기성 실장. ⓒ2009 welfarenews

탈시설 권리의 법적 근거와 실현과제를 살펴보는 ‘탈시설 권리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탈시설 권리의 법적 근거와 실현과제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이 지난 24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탈시설 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받기 위한 헌법 소원을 제기하는 데 바탕이 될 계획으로 그 의미가 컸다.

탈시설정책위원회가 주관하고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동투쟁단)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장애계단체를 비롯한 학계교수,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 재활지원과장 등이 참여했다.

420공동투쟁단 박경석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탈시설이라는 주제는 어느 한 작은 곳에서 가장 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이 사회가 안아야 되고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하지 말아야 되는 문제”라며 “탈시설이 추상적으로 떠도는 유령이 아닌,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얼마 전 복지부 면담을 통해 탈시설 문제와 과제에 대해 협의했다. 그 중 하나가 자립생활을 위한 주거문제였는데, 이는 복지부 소관이 아니라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되는 사항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탈시설과 주거문제는 건교부나 지자체의 사항 및 책임으로 미뤄질 문제가 아니다. 복지부에서 책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1부 ‘장애인 탈시설 권리의 성립가능성과 그 실현방안’, 2부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탈시설을 통한 지역사회통합’으로 나눠 진행됐다.

1부 발제를 맡은 상지대학교 법학부 김명연 교수는 “탈시설 권리는 법학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개념으로 법령에 규정된 바도 없으며, 학문적으로 논의된 바도 없다”며 “현행 법체계에서 단순한 운동적 표어나 추상적 권리가 아니라, 사법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권리로서의 성립 가능한 것인지를 논증해보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김 교수는 “탈시설 권리는 소송법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헌법상 기본권이며, 법률상 구체적 공권”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헌법 제10조 제2문(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제37조 제1항(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않은 이유로 경시되지 않는다)·제10조(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 ▲헌법상 제11조 제1항(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헌법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은 지역공동체의 구성원과 소통하는 인간이다. 시설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 등을 미뤄봤을 때, 시설은 사회공동체와 그 구성과의 완전한 격리·배제를 말한다. 이는 발가벗겨진 날생명을 이야기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김 교수는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탈시설을 “시설에서 지역공동체로 나오는 것.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보장이자, 자기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사회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조(사회보장은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국민 개개인이 생활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조성해, 그 시행에 있어 형평과 효율의 조화를 기함으로써 복지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제9조(모든 국민은 사회보장에 관한 관계법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사회보장의 급여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사회보장에 관한 관련법령에 의해 사회보장수급권의 성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 △장애인복지법 제3조(기본이념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을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있다)·제4조(장애인은 국가·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그 밖의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제35조(국가와 지자체는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사회활동 참여를 높이기 위해 장애 유형·장애 정도별로 재활 및 자립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필요한 정책을 강구해야 하며,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원할 수 있다)·제53조(국가와 지자체는 중증장애인의 자기결정에 의한 자립생활을 위해 활동보조인의 파견 등 활동보조서비스 또는 장애인보조기구의 제공, 그 밖의 각종 편의 및 정보제공 등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 등을 주관적 공권으로서 탈시설 권리의 성립 가능성으로 들었다.

이밖에도 장애인복지법 제8조(장애를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해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를 ‘차별’로 규정)·제7조(장애인은 자신의 생활 전반에 관하여 자신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지며, 비장애인과 동등한 선택권을 보장받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 받을 권리를 가진다)등에 따라 공동체에서의 생활의사와 능력이 있는 장애인을 시설에서 보호하는 것은 부당하게 시설생활을 장기화해 장애인을 사회공동체와 분리·배제하는 것으로 장애를 이유로 하는 직접적인 차별에 해당,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의 자기선택권과 결정권에 탈시설 권리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탈시설에서 필요로 하는 비용이 전체 사회복지서비스에서 필요한 예산을 고려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예산에서 의해 정말 중요한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정당한 욕구는 충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에 따라 공동체 참여가 가능한 장애인의 적격성과 합리성 심사 및 탈시설에 필요한 통합적인 편의와 자립지원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사정체계의 정비, 전환부처의 신설 등과 같은 행정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재활지원과 김동호 과장은 “인간적으로 실현돼야 하는 문제는 비단 장애인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공적으로 의미 있고 실현돼야 한다”고 동의했다.

김 과장은 “이는 정부의 의무와 책임이 되는데, 예산과 배분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새롭게 만들어가는 작업들 자체를 시설정책 옹호 및 시설중심에 전제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만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다. 탈시설 정책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시작했다”고 긍정적인 시각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덕성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진우 교수는 발제자의 내용에 대해 ‘공동생활가정 및 자립홈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대안적 거주공간이 될 수 있다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또 ‘반드시 비시설이어야 하는가’라고 측면을 달리했다.

김 교수는 “장애인은 자신의 의사와는 달리 거주공간을 선택할 가능성이 없다. 현재 살아갈 거주공간이 없으면 시설로 간다. 그것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실현시킬 수 있는 주거급여가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동권, 활동보조서비스 등 거주이전의 자유를 실현시킬만한 실제적 여건을 국가가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교수는 “이와 같은 맥락으로 거주이전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 탈시설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다. 1차적으로 선택권이 없는 상태에서 자유권적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고, 그러한 선택권을 현실화하는 데 따른 제반 부수사항들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국가의 적극적 조치 부재에 따른 사회권적 기본권 보장의 박탈로 간주하면 어떨까 싶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공익변호사그룹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미국 ‘옴스테드(Olmstead) 판결(1999년 6월 22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미국 장애인법에 의해 국가가 장애인을 정신병원 등의 시설에 수용하는 것보다는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린 사건)’을 예로 들었다.

염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옴스테드 판결과 같은 소송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해당 법률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를 비롯한 제30조(가족·가정·복지시설 등에서의 차별금지-장애인을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면 안 되고, 사회활동 참여와 이동 및 거주의 자유를 박탈하면 안 된다)와 사회복지사업법상 제33조(사회복지서비스 청구권) 등이다.

염 변호사는 “시설 수용이 필요 없고 원하지 않는 사람을 부당하게 수용하는 경우, 장애인차별금지법 제8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에 의거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정책연구실 장기성 실장은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뿐만 아니라, 쪽방 등 최저 주거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대상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확대했다.

이어 발제자에게 “탈시설 권리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시설 내에서의 인권을 좀 더 보장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를 모색해야하지 않는가. 그룹홈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이 탈시설 권리를 요구하는 소원 제기에서 승소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나”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발제자 김명연 교수는 “결론적으로 탈시설은 선택의 문제다. 탈시설의 개념이란 자기의 선택과 결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선택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탈시설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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