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인권단체가 지적장애인 구속 사건과 관련해 ‘도를 넘어선 대한민국사법기관, 지적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구속을 규탄한다’는 현수막을 걸고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09 welfarenews
▲ 장애계·인권단체가 지적장애인 구속 사건과 관련해 ‘도를 넘어선 대한민국사법기관, 지적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구속을 규탄한다’는 현수막을 걸고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09 welfarenews

“그곳(서울구치소)에서도 맛동산과 커피를 사먹을 수 있겠죠?”

최근 지적장애인이 집회현장에서 연행된 뒤 수감돼 장애계단체 및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민주노동당장애인위원회 등을 비롯한 장애계·인권단체는 ‘부당하게 구속된 지적장애인에 대한 기소를 즉각 철회하라!’며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월 2일 개최된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 1주년 행사에서 경찰들의 ‘무차별 연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적장애인 지모(36·지적장애 2급)씨는 집회현장 인근인 서울 명동 밀리오레 앞 휴게장소에 앉아있었다.
지씨 역시 연행됐으며, 양천경찰서 조사를 거쳐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이번주 내 지씨에 대한 기소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씨와 함께 양천경찰서에 있다가 풀려난 안산노동안산노동인권센터 이승택 활동가는 “일본인 관광객도 연행됐고, 이를 말리던 시민 2명도 연행됐다. 또 이를 말리려고 했던 사람이 지씨다. 경찰들이 다가오자 위협을 느낀 지씨가 자기보호본능에 의해 손에 들고 있던 비타민음료수병을 던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씨는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됐다. 장애계·인권단체에서 제기한 가장 큰 문제점은 지씨가 장애인등록증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지적장애를 고려한 보호자 없이 조사가 이뤄졌다는 것.

이 활동가는 “지씨가 바로 뒤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유도심문이었다. 지씨가 장애인등록증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조력자, 변호사, 가족도 없이 조사가 이뤄졌다. 이것이 정당한 조사가 될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안산노동인권센터 이승택 활동가가 발언하던 중 울분을 터뜨렸다. ⓒ2009 welfarenews
▲ 안산노동인권센터 이승택 활동가가 발언하던 중 울분을 터뜨렸다. ⓒ2009 welfarenews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에서는 ‘사법기관은 장애인이 형사 사법 절차에서 보호자, 변호인, 통역인, 진술보조인 등의 조력을 받기를 신청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되며,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아니한 상황에서의 진술로 인하여 형사상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천경찰서와 통화를 시도한 결과, 양천경찰서 관계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진술보조인 등의 조력을 받기를 신청할 경우’라고 돼 있다. 지씨는 신청하지 않았고, 법적 절차를 따랐다”며 “자세한 내용은 왜곡 및 통화한 사람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전화상으로는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승택 활동가는 “나에게도 지적장애인 동생이 있다. 지씨와 말하는 방식이 똑같다. 지씨가 좋아하는 간식은 맛동산, 커피, 새우깡이다. 면회를 갔는데 해맑게 웃으며 ‘맛동산 사왔냐’고 물었다. ‘여기가 어딘 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어딘 줄 아는데 따뜻한 밥 줘서 좋다’고 대답했다. 면회가 끝나고 돌아서는 순간까지도 맛동산 타령을 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장추련 조은영 활동가는 “이번 사건은 지적장애인이 형사 사법 절차에서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또한 “지씨는 자신이 구속된 것은 알고 있지만, 자신이 조사받는 과정에서 어떠한 권리를 행할 수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상태”였다고 꼬집었다.
조 활동가는 “스스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가 만들어졌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헌법에서조차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음에도 말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구속됐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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