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들의 공개질의서가 전달되지 못하고 경찰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2009 welfarenews
▲ 인권단체들의 공개질의서가 전달되지 못하고 경찰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2009 welfarenews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현병철 신임 인권위원장의 취임식이 10층 회의실에서 강행됐다.

지난달 30일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이 임기를 4개월여 앞두고 돌연 사퇴한 이후 지난 16일 후임으로 현병철 한양사이버대 학장이 내정됐다. 이 후 바로 다음날인 지난 17일 취임식이 예정됐지만 인권단체들의 반발에 한차례 취임식이 취소된 바 있었으며, 계속되는 반발 속에서 인권위는 지난 20일 취임식이 치러졌다.

이날 공동행동은 현 위원장 취임을 저지하기 위해 인권위 진입을 시도했지만 미리 배치된 경찰이 이를 막아섰다. 이후 계단은 물론 경사로가 막혔고 승강기 전원까지 차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공동행동과 경찰의 마찰이 계속되자 공동행동 측은 “경찰들이 인권위에 출입하는 경사로를 막아 휠체어 장애인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며 “인권위 앞에서 어떻게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냐”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경찰에 시설보호요청을 한 적은 없다”며 “경찰이 인권위 건물 안까지 들어와 있어 철수 요청을 했다. 이에 건물 밖으로는 나갔지만 건물 밖은 자신들의 관할이기 때문에 철수 할 수 없다며 철수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경찰 측은 “인권위의 요청은 없었지만 위험을 대비해 경찰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오후 3시 경, 인권위 측은 공개질의서 전달을 위해 공동행동 측에서 대표단을 구성해 출입하는 것을 허락했다. 취임식장으로 올라간 공동행동은 현 인권위원장의 취임사가 이어지는 동안 ‘자진사퇴하라’고 외쳤지만, 현 인권위원장은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취임사만을 낭독한 뒤 공동행동의 공개질의서를 전달받은 후 퇴장했다.

현 인권위원장은 “전임 위원장 상퇴로 상심이 컸을 직원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로 취임사를 시작했고, 공동행동은 “날치기 임명이다”, “인권위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되려고 할 때 인권단체들이 함께 막았다. 인권위 축소를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함께 싸워줬다”, “그렇게 지켜낸 인권위를 인권을 모르는 사람에게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현 인권위원장이 취임사에서 ‘사회적 약자’라는 단어를 말하자 “사회적 약자가 앞에 있다. 지금 건물 아래 1층에서 약자가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공동행동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취임식을 강행한 것을 비판했다.

취임식이 끝난 뒤 공동행동은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다시 열고 현 인권위원장 취임 강행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공동행동은 “정부의 꼭두각시, 앵무새 역할만 할 까 두렵다”는 우려와 함께 “앞으로 인권위원장이 어떤 인권침해를 저지르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 관계자는 “전달 된 공개질의서에 대해 답변 유무는 논의를 해봐야 할 것” 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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