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경제신문J]

제주음식 전문가가 유명 고기국수집의 현주소를 추적했다!

고기국수 ‘진짜 맛집’을 찾아서

파도식당과 골막국수 이후 수많은 국수 전문점이 생겼다. 세간에 오르내리는 맛집들을 저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는데, 예전의 유명세에 미치지 못하는 전문점들도 더러 있다. 제주음식 전문가가 얻어맞을 각오를 하고 냉정하게 쓴 고기국수 맛집들의 실제와 허상! 사족같지만 다소의 비판은 애정이 있기에 가능했음을 밝힌다. 또한 맛에 비해 덜 알려진 집들도 발굴해 소개했다.

ⓒ관광경제신문J ⓒ2009 welfare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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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국수회관> ⓒ관광경제신문J ⓒ2009 welfarenews
▲ <삼대국수회관> ⓒ관광경제신문J ⓒ2009 welfarenews
[삼대국수회관]

삼성혈 맞은편에 있다. 정식 명칭은 삼대국수회관인데 ‘삼대’를 빼고 흔히들 ‘국수회관’이라 부른다. 1년 전만 하더라도 국수마당과 함께 선호도 1위라 할 수 있었다. 어느 집보다도 면발이 부드러워서 특히 소화력이 떨어지는 택시기사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구운 김가루를 손님이 맘 놓고 국수에 얹어 먹을 수 있는 것도 젊은층이 이 집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멸치국수는 깔끔해서 누구라도 거부감이 없다. 게다가 고기국수의 고명으로 얹는 삼겹 편육은 매우 부드러워서 그 자체만으로도 맛있다. 24시간 문을 열기 때문에 아무 때나 가도 부담 없는 장점이 있다. 특히 예전에는 주간의 면발과 야간의 면발이 약간 차이가 있음을 느꼈는데, 야간의 면발이 훨씬 부드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만약 주인장의 의도라면, 이 집은 상당히 내공이 높은 집임에 틀림 없다.

먹는 사람의 소화력의 정도 차이를 세심하게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만든 음식이라면 무엇인들 맛있지 않겠는가?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간에 그 점 때문에 필자가 비교적 즐겨 찾았던 집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방송에 출연했다고 현수막을 내걸고 가게 정비를 한번 하더니만 예전의 그 맛이 싸악 바뀌었다.

국수 면발은 제대로 빨지 않아서 밀가루 덧내가 폴폴나며, 부드러운 면발은 기대하기 힘든다. 특히 고기국수 국물은 육수를 뽑으면서 기름 제거를 제대로 하지 않아 느끼해진 느낌이다. 수육도 과거 부드러운 특유의 느낌이 사라지고 약간 퍼석한 느낌만 입안에 감돈다. 그런데도 지금도 유명세 덕분에 손님이 많은 편이다.

물론 지금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남들에게 권할 만큼의 맛이 아니라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더 늦기 전에 예전의 그 맛을 되찾길 기원한다. 같은 상호를 쓰는 국수집이 신제주 펄호텔 동쪽에 있는데, ‘삼대국수회관’이란 유명세를 이용해서 체인점을 냈지만, 차라리 이곳의 국수가 과거의 맛과 더 가깝다. 064)759-6644

<국수마당>  ⓒ관광경제신문J ⓒ2009 welfarenews
▲ <국수마당> ⓒ관광경제신문J ⓒ2009 welfarenews
[국수마당]

국수회관에서 동쪽으로 200미터 정도 올라가면 손님이 꽉 들어찬 집이 보인다. 국수마당의 손님을 보면 토박이에 40~50대 이상의 연배가 많다. 멸치 육수는 약간 비린 듯 하며, 고기국수 역시 투박한 편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집의 매력이다.

면을 삶은 정도를 보아도 예전 국수회관에 비하면 좀 단단한 편이다. 그런데 이 집의 특징은 곱배기가 없다는 것이다. 무한 리필은 철저히 지켜진다. 국수마당은 결국 주인 아주머니의 인심을 파는 곳이기에 단골이 끊이지 않는다.

이 집도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데 술꾼들의 마지막 순례지로서 푸근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집도 얼마 전 과거의 점포에서 동쪽으로 30m 정도 이동하여 확장 오픈했다. 그래서인가 예전의 그 투박하지만 정겨운 맛이 사라진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아마도 새 집기와 새 기물이 주는 낯선 분위기에 아직 적응을 못한 때문이리라. 064)757-5559

[삼대국수]

애월이 고향인 주인 아주머니가, 할머니 때부터 해먹는 방식이라고 만들어 주는 고기국수가 일품이다. 공항에서 신제주쪽으로 올라오면 마리나 호텔이 보이는데, 호텔 남쪽 골목으로 접어들어 동쪽으로 200미터 정도 들어가면 깔끔한 가게가 보인다.

이 집의 고기국수는 고명으로 금방 삶은 돼지고기 편육과 함께 양파, 배추, 당근 등 채소를 풍부하게 사용한다. 그래서 고기국수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비교적 거부감을 덜 느끼며 먹을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여러 차례 타지방에서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국수전문점들을 시험해본 결과도 예상대로였다. 요즘은 순대국밥도 팔고 안주거리도 조금 늘어난 상태이나, 다른 음식들은 그다지 권할 만큼의 내공은 엿보이지 않는다. 064)748-7558

[고성장수물]

삼대국수에서 남쪽(한라산쪽)으로 한 블록 더 올라가서 동쪽으로 100여미터 정도 가면 조그마한 식당이 보인다. 이 집은 제주의 전통적이며 토속적인 맛을 아직 많이 간직한 집이다. 그래서인지 세련된 느낌은 별로 없고 손님들도 제주 토박이 단골들이 대세를 이룬다.

약간 느끼한 느낌의 국물과 투박한 면발, 시골 잔치집에서 봄직한 돼지고기 몇 점이 옛 우리네 고기국수와 참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 접하는 분들은 기대 대신 생소한 문화를 경험한다는 마음자세가 필요할 듯. 064)749-0367

<올래국수>  ⓒ관광경제신문J ⓒ2009 welfarenews
▲ <올래국수> ⓒ관광경제신문J ⓒ2009 welfarenews
[올래국수]

신제주의 옛 참피온 백화점(현 밸리스 보석 불가마) 뒤에 테이블 다섯 개가 간신히 들어간 조그마한 가게였다. 신제주의 유명 국수전문점으로 몇 해 동안 명성이 자자했다. 이 집에서는 멸치국수와 고기국수가 비슷하게 팔리는데 필자는 주로 멸치국수를 선호한다. 고기국수 역시 깔끔하면서도 푸짐해, 초보자에게도 부담없는 맛이 장점이다.

계절메뉴 중에서는 냉국수를 손에 꼽을 수 있다. 냉국수는 멸치육수를 그대로 얼려 두었다가 사용하는데 정말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하다. 멸치 육수는 차게 식히면 멸치 비린내가 나기 십상인데 이 집의 멸치 육수는 차게 식혀도 멸치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멸치 육수를 잘 뽑는다는 증거도 되겠다. 또한 올래국수에 멸치를 납품하는 업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데, 이 집은 쥔장이 가격이 비싸더라도 항상 좋은 멸치만 고집한다고 귀띔해 준다.

현재 올래국수는 2년여 전 자리에서 북쪽으로 약 200m정도 내려온 먹자골목 중심에 약간 넓게 확장 이전했다. 그리고 영업시간이 조금 연장되어 새벽 1~2시까지 문을 연다. 야간에 국수를 만드시는 분과 주간에 만드시는 분은 다른 분이다. 그래서 맛도 당연히 차이가 느껴진다.

야간에 먹는 국수는 중부지방의 국수처럼 그저 깔끔한 느낌인데 반해, 낮에 먹는 국수는 깔끔하면서도 뭔지 모를 땅기는 맛이 느껴진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글쎄 그게 뭘까? 064)742-7355

[엄마손맛]

게이트볼 경기장에서 시외버스터미널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수영장이 보이고 수영장 뒤 도로변에 아마추어틱한 간판이 보인다. 그런데 간판만 아마추어가 아니고 음식도 아마추어틱 하게 보인다. 그러나 맛은 의외로 프로 뺨칠 만큼 훌륭하다.

이 집은 고명이 특이하다. 예전에 집에서 해먹었던 국수를 보면, 반찬을 따로 내지 않고 나물 무침, 특히 콩나물이나 시금치, 부추, 애호박 나물을 살짝 볶아 고명으로 얹어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집의 국수가 그렇다. 육수의 맛이 진하면서 고명으로 얹은 나물의 양념이 육수에 퍼져서 독특한 국물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독특한 맛은 이상한 중독성이 있어서 이 집을 떠올리면 그 맛이 덩달아 떠오르곤 한다.

고기국수의 고기 고명도 비교적 얇게 썰어져 있어 처음 먹는 사람들도 비교적 부담이 덜하다. 국수와 함께 먹는 김밥도 국수 고명 재료와 한두 가지가 중복이 되면서 국수 맛과 조화를 이룬다. 주방을 보면 프로 주방장같지 않은 아주머니 서너 분의 움직임이 경쾌해 늘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음식 맛도 즐겁다. 남춘식당의 맛과 유사하면서도, 각기 다른 매력과 개성을 가지고 있다. 064)753-1820

이 밖에도 제주도에는 국수 전문점들이 워낙 많아서 다 거론하는 것은 포기한다. 그러나 고기국수에 대한 관광객들의 경험담을 자주 접할 때마다 그들이 찾아가는 음식점들의 실체를 제대로 알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한다.

비단 고기국수뿐만이 아니다. 관광객들이 어쩌다 한번 먹어본 음식이 잘못하여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어버리고, 제주의 음식은 비호감이라는 일방적인 편견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고기국수도 여러 가지 맛과 특징이 있을 수 있음을 강조해 본다. 최소한 두세군데는 먹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옳지 않을런지.

<남춘식당>  ⓒ관광경제신문J ⓒ2009 welfarenews
▲ <남춘식당> ⓒ관광경제신문J ⓒ2009 welfarenews
[남춘식당]

골막식당에서 남쪽으로 개천을 건너 서너블록 올라가면 동광양 물통이라는 동네에 허름한 식당이 하나 있다. 겉으로 봐선 썩 잘할 것 같지 않은 식당인데, 점심시간에 지켜보면 쉼 없이 사람들이 드나든다. 마니아 사이에서 소문난 가게들만의 특징이다. 들어서 보면 동네 구멍가게를 개조한 듯한 마룻바닥 위에 덜 정돈된 듯한 식탁 배열 등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쥔장 할아버지와 할머니만 나름대로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음식이 늦게 나올 것 같은데 의외로 음식은 별로 밀리지 않고 나왔었다. 요즘은 쥔 할아버지의 아들 내외인 듯한 40대로 보이는 젊은 부부가 음식을 만들고 있다.

대부분 국수와 김밥을 시켜먹는데 음식이 모두 깔끔한 편이다. 김밥 속을 일일이 볶아내는데, 이때 조미료를 좀 강하게 쓰는 듯 국수나 김밥의 뒷맛에서 조미료 맛이 약간 느껴진다. 편안한 분위기이면서도 깔끔한 음식의 매치가 이채롭다. 적당히 삶아진 국수면발과 깔끔한 멸치육수이 기분 좋게 하는 집이다. 064)702-2588

[만세국수]

애향운동장 옆 게이트볼경기장 주차장 입구의 목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5년 전으로 기억한다. 처음 이곳에 만세국수가 들어서고 영업을 개시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워낙 목 좋은 곳에 이름도 잘 지은 가게가 있어서 무작정 들어갔다가, 국수 맛에 크게 실망하고 나온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러다가 3년 전쯤인가 친구의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재방문했는데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그 동안에 쥔장의 내공이 붙었다고는 할까. 그러나 사실 요모조모 따져보면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는 보통 수준이라고 필자는 평가한다. 일반적인 제주의 국수전문점들 가운데 중상위 수준 정도라고 보면 무리가 없을 듯하다.

물론 사람마다 판단기준이 다르니 필자와 의견을 달리할 사람들도 많겠지만, 우선 이 집의 육수는 특별한 비법이 없는 평범한 맛이다. 국수 면발도 그저 그렇다. 장사가 잘되는 것에 비해 고기국수의 고기도 미리 삶아놓은 듯 하다.

고기의 질감이 면과 함께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 고기가 씹히는 느낌이 강한 것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집의 국수는 위치상, 연세 많으신 노인분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이라 그런지 토속적인 느낌이 강하다. 064)702-7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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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용진(제주도 전통음식 연구가)
사진 / 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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