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린 겨울이었다. 연초부터 찾아 온 눈 때문에 지하철 대란까지 있었던 겨울. ‘춥다 춥다’ 하면서 지냈는데 벌써 봄이 찾아오고 있으니 세월이 지날수록 참 신기한 게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깨닫고 살게 된다.

요즘은 바빠 자주 찾아오지 못하는 지인의 투덜거림을 메신저에서 들었다. 지난 몇 년간 겨울보다 눈도 많이 오고 날씨도 적당(?)해 스노보드를 많이 타려고 했는데, 회사일 때문에 비싼 돈 주고 구입한 시즌권을 다섯 번도 채 못쓰고 끝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돈은 둘째치고 겨울에 운동을 제대로 못하다 보니 똥배가 유난히 튀어나오고 있다며 구시렁거렸다.

똥배. 2010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단어는 치욕스런 단어일 것이다. 특히나 최근 여자들이 환호를 하는 짐승남의 초콜릿 복근과 계속해 멀어지는 사람에겐 답답함을 대변하는 단어일 수도. 드라마 추노에서 짐승남들의 복근이 뜨면서 우리 한의원에도 비슷한 상담을 하는 남자들이 늘었다.

예전 같았으면 비만 때문에 똥배 고통을 많이 당했는데, 똥배 때문에 내원하는 남자 환자들 중 30%가 변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다. 보통 변비를 떠올리면 까다롭고 신경질적인 여자들의 반응을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남자들의 변비도 큰 문제였다. 하지만, 여자들보다는 그나마 운동량이 많고 알아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금 덜 나타났다고 해야 할까?

변비에 고통받는 남자들 중 대부분이 치질 걸리도록 앉아만 있는 사람들이다. 취업 준비생들은 물론이고, 고시생들까지…. 입시가 끝나면 심한 변비 때문에 이른바 '얼굴까지 노래져' 찾아오는 예비 대학생들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반응은 '이제 좀 상쾌하게 살고 싶다'다.

봄이 되면 따뜻한 날씨와 살랑거리는 봄 바람에 나도 모르게 둥실둥실 떠다니는 기분이 들곤 한다. 하지만, 화장실에서의 고통.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배설의 쾌감'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언제나 답답한 배를 안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봄은 과연 설렘의 계절일까?

만물이 소생하고 '시작'의 의미를 담은 계절이 봄이라고 한다. 이제 화창한 봄 속 살랑거리며 찾아오는 따뜻한 봄 바람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변비라는 무지막지한 놈의 고통 속에서 탈출하는 것은 어떤지?

서초구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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