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술고래들이 입에 늘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스트레스 땜에 힘들다.’, ‘저 사람은 날 잡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등등... 이렇게 하루 종일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 ‘그날의 피로는 그날 푼다’를 알코올과 함께 몸소 실천한다. 물론 좀 쉬어가며 가끔 한 번씩 마시면 좋을 텐데, 이상하게도 술 약속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그렇게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출근하면 온 몸에서 풍기는 술 냄새로 인해 본인이 힘든 것은 둘째 치고 주변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받는 수모까지 겪게 된다. 가끔은 어제 술을 함께 마신 장본인(?)이 ‘넌 술만 마시고 일은 언제 하냐?’며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어 이래저래 스트레스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필자는 숙취 때문에 내원하는 술고래들에게 언제나 주문하는 것이 있다. 다 좋으니 술 마시고 나면 사흘은 꼭 쉬어주라는 것. 하지만 이걸 듣는 사람들은 몇 명 없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한 ‘지인 술고래(?)’는 한술 더 뜬다. 즐거운 생활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이고, ‘즐거운 자리에 술이 빠지면 안 된다’를 강변할 때마다 벽과 씨름하는 것 같아 답답함은 더 가중이 되어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간 건강에 아주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간은 해독 작용을 하고 몸이 필요로 하는 각종 에너지원을 합성하고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술을 마시면 알코올 분해까지 담당한다. 이러한 간이 스트레스까지 받게 되면 점점 더 악화되어 돌이킬 수 없는 병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스트레스 받았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퍼 부으면?

간은 기능의 60~80%까지 떨어져도 왠만 해서는 표를 내지 않는다. 다만 평소에 이상 징후를 보이는데 그것이 바로 숙취다. 술 마시는 양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지고, 술 먹으면 하루 종일 아무 일도 못하는 것은 물론 꽉 죄는 듯한 두통과 구토 등이 바로 간이 주인에게 보내는 ‘초과 근로로 인한 산업 재해’의 신호다.

전문의지만 나도 술 좋아하는 사람 순으로 줄을 서면 중간은 간다. 아주 가끔이지만 필요한 자리에 가면 폭탄주도 마다치 않는다. 그러면서도 술자리를 하루가 멀다 하고 가지는 술고래들을 보면 정말 뭐라 해 줄 말이 없다. 자타가 인정하는 술고래 여러분. 술을 마실 때는 좋겠지만 그 뒤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간은 쉬고 싶으니 제발 쉬면서 술자리를 즐겨주길 바란다.

그러나 이런 술자리를 자주 즐기는 생활이 계속되어 숙취의 강도가 떨어지지 않고 자각 증상이 계속된다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가장 빠른 길. 검증되지 않은 자가요법을 하다 오히려 일을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의들의 진단은 필수다.

한방에서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잦은 음주를 하는 사람들은 ‘습열(濕熱)’이 생겨 지방간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술과 기름진 음식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료도 이에 근거를 두고 한다. 몸속에 쌓인 습열을 빼면서 간 기능을 살리기 위해 소변과 땀을 자주 나게 하는 처방을 내린다고 설명한다.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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