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불합리한 제도 개선 촉구를 위한 ‘제14회전국농아인대회’가 들뜬 축제분위기 속에 진행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지만, 수화로 대화하고 있는 현장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청각장애란 귀를 통해 들어온 소리를 뇌에 전달하는 과정에 손상이 있어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거나 무슨 소리인지 정확하게 구별할 수 없는 장애를 말합니다. 또한 평형기능의 이상이 있는 경우도 청각장애에 포함됩니다.

청각장애는 중이염, 외상성 고막파열, 바이러스에 의한 청각신경 손상 등의 원인으로 나타나며, 장애등급은 2급~6급까지로 나뉩니다.

청각장애의 등급기준을 살펴보면, 청각장애 2급은 두 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90데시벨(dB) 이상인 경우며, 이는 일상 환경에서 나이아가라 폭포와 맞먹는 소리 크기입니다. 청각장애 3급은 귀에 입을 대고 큰소리로 말해도 잘 듣지 못하는 정도로 두 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80dB 이상인 경우 판정받습니다.

그밖에 귀에 대고 말을 해야 들을 수 있거나, 두 귀에 들리는 보통 말소리의 최대 명료도가 50% 이하인 경우 청각장애 4급을, 혼잡한 도로 소음 크기인 60dB 이상의 소리만 들리는 경우 청각장애 5급을 판정받습니다. 한 귀의 청력손실이 80dB 이상, 다른 귀의 청력 손실이 40dB 이상인 경우에는 청각장애 6급이 판정됩니다.

이처럼 청각신경 손상 등에 의해 소리를 감지하는데 장애가 있는 청각장애인은 의사소통을 위해 ‘수화’를 사용합니다.

수화란 소리를 듣는데 장애가 있어 발성·발어가 어려운 청각장애인이 소리가 아닌 손의 움직임, 얼굴 표정 등을 이용해 뜻을 전달하는 청각장애인의 언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수화는 노년층에 익숙한 고전적 수화에서 최근 끊임없이 생성되는 수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이 혼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동일한 단어가 지역 마다 다른 수화로 표현되는 일명 ‘수화 사투리’가 생겨나 서로 수화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INT-주신기/청각장애 2급/전 국립서울농아학교 교사
Q.표준화된 수화가 없어 겪을 수 있는 불편한 점
한국 안에서 지역마다 같은 청각장애인이라도 수화가 조금씩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비청각장애인의 사투리처럼 달랐습니다. 같은 청각장애인도 서로 대화할 때 서로 원활하게 소통이 잘 안됐습니다. 대구에서 사용되는 수화에서는 화장실을 수화로 이렇게 표현합니다. 하지만 서울사람들이 보면 그 수화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서울사람들은 화장실 수화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2000년부터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수화는 물론 전문용어까지 표준화하는 ‘한국표준수화규범제정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표준수화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수화 단어 6,800개를 표준화한 ‘한국수화사전’과 수화의 문법 체계를 밝힌 ‘한국수화문형사전’ 등에 명시돼 있으며, 앞으로 전문 분야의 수화 연구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INT-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김승국 명예교수
Q.한국표준수화규범제정사업의 진행 현황
그동안 일반수화, 일상생활에 필요한 수화 단어를 표준화 하는 일을 했고, 또 전문어 수화를 표준화 하는 작업도 했습니다. 전문어는 굉장히 많아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52개 전문분야가 있는데, 그중에서 일부만 지금 표준화가 된 셈입니다. 수화도 자꾸 바뀔 수가 있는 겁니다. 과거에 쓰던 단어가 적절치 않으면 또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서 쓰게 되지요. 그것이 보편적으로 쓰게 되면 과거에 쓰던 것은 버리고 새로 만든 수화를 쓰게 되고 그럴 때도 표준화 작업이 따라야 하고요.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수화의 표준화뿐만 아니라 전문어에 대한 수화 표준화가 이뤄진다면, 향후 보다 많은 청각장애인의 다양한 사회진출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의미 있는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시작된 수화. 정확한 수화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을 이해하고, 진솔한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해봅니다.

WBC뉴스 이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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