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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권리옹호체계 확립을 위한 정책토론회 ‘우리사회 장애인 권리옹호체계 현황과 대안 찾기’가 지난 25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진행됐다.

권리옹호(advocacy)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변호, 지지, 주장, 장려하는 등의 활동을 뜻한다. 권리옹호의 실천단계는 ‘문제서술→정보수집→법률적 조사→클라이언트에 대한 해석과 환류→적극적 협상과 권리옹호→소송’ 과정을 거친다.

2008년 4월 11일 장애인에 대한 차별 및 인권침해로부터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다. 차별조사 및 권리구제 임무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조직 축소 및 개편 등으로 진정된 차별사건만 처리하기조차도 어려운 실정이고, 지역별 접근성도 떨어지며, 차별에 대한 판단 또한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유동철 교수는 ‘우리나라 장애인 권리옹호체계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발제를 통해 공적권리시스템인 인권위와 시민권리옹호시스템의 활동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살폈다.

인권위의 문제점으로는 접근성 부족과, 국가기구들에 의해 결정이 번복되거나 국가기구들이 크게 반발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라는 점이었다.

유 교수는 접근성 부족에 대해 “서울의 본부와 3개의 지역사무소만으로는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존재한다. 이러한 접근성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출장상담 및 진정접수를 하고 있긴 하지만 상식적인 시스템이 아니므로 접근성을 충분히 보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행정적 접근성에서는 대표적으로 조사인력의 부족을 거론할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1% 인원 축소 및 장애인차별조사과 조직개편을 지적했다.

현재 장애인차별조사과에서 장애인차별조사 업무를 맡은 인력은 4명으로 1인당 40~60건의 진정사건을 맡고 있고, 이는 진정사건 처리율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

반면, 민간단체들은 접근성이 높으나 법률적 권한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민간단체는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이라는 판단이 섰을 경우, 먼저 인권침해 사실확인을 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권한이 없기 때문에 피해당사자의 주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가해당사자가 사실확인에 협조하지 않으면 행정공무원이나 사법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확인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김희선 팀장은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한 장애인생활시설 등을 방문하면, 시설장을 비롯한 시설직원들은 절대 협조해주지 않는다. 한 번은 사실확인을 위해 방문했는데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문을 잠갔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는데, 경찰은 ‘신분확인도 안 된 사람들이 왔다’는 시설장의 말만 듣고 오히려 우리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그렇게 따졌을 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 씁쓸함을 전했다.

유 교수는 “장애인들은 자신의 권리구제를 위해 스스로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거나 권리가 없는 경우에는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특정 단체가 단체 구성원의 이익을 위하거나, 이익을 대변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공적권리시스템인 인권위는 시민권리옹호시스템인 민간단체의 자발성을 흡수해야 하고, 민간단체는 책임 있는 옹호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각계 전문가 “미국 P&A 시스템 도입 절실”

민주당 박은수 의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탈시설정책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우리나라 장애인 권리옹호체계 현황 및 미국의 장애인 권리옹호체계인 ‘P&A(Protection and Advocacy, 보호 및 옹호) 시스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P&A는 연방법에 의해 모든 주에 존재하며 ▲조사권 ▲접근권 ▲조사 이후의 조치 및 사례관리 ▲긴급전화 ▲대리 및 원고적격 ▲고용, 의료, 교통, 주거, 기타 서비스 제공 ▲각종 상담과 교육 ▲정보제공 및 의뢰 ▲서비스공급자·주 의회의원·기타 정책입안자 등에게 기술지원의 제공 ▲자기 옹호 훈련 실시 ▲대중의 인식 제고 등의 권한 및 역할을 갖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P&A기관들은 장애인을 대신해 법적·행적적·기타 적절한 구제책을 수행하도록 위임 받으며,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 시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 접근권을 부여받고, 장애인을 대신해 지정된 원고의 일을 맡을 원고적격이 있다는 것.

P&A 시스템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보호·옹호(PADD, Protection and Advocacy for Persons with Developmental Disabilities) △클라이언트 원조 프로그램(CAP, Client Assistance Program) △정신장애인을 위한 보호·옹호(PAIMI, Protection and Advocacy for Individuals with Mental Illness) △개인의 권리를 위한 보호·옹호(PAIR, Protection and Advocacy for Individual Rights) △보조기술을 위한 보호·옹호(PAAT, Protection and Advocacy for Assistive Technology) △사회보장수급자를 위한 보호·옹호(PABSS, Protection and Advocacy for Beneficiaries of Social Security) △외상성 뇌손상을 입은 사람을 위한 보호·옹호(PATBI, Protection and Advocacy for Individuals with Traumatic Brain Injury) △투표접근성을 위한 보호·옹호(PAVA, Protection and Advocacy for Voting Accessibility)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우선 PADD, PAIMI, PAIR 등 3개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PADD는 2007년 말 초안이 완성된 가칭 ‘지적장애인등의권리보장및지원에관한법률’에, PAIMI는 정신보건법에, PAIR은 장애인복지법에 각각 그 내용을 담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행정기관+민간단체가 이상적”

조 교수는 “민간단체가 P&A 기관이 된다 할지라도 중앙정부는 그 기관에 대한 충분한 예산의 뒷받침을 해줘야 될 것”이라며 “더불어 P&A 기관에 대한 감독 기능을 수행한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P&A 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선에서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중앙정부와 P&A 기관과의 긴장관계가 유지돼, 장애인의 권리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것.

법무법인 지평지성 임성택 변호사는 “미국의 P&A 기관은 ‘민간조직’의 역동성과 자발성, ‘행정기관’의 권한과 책임이라는 장점이 결합된 조직”이라며 “우리나라의 권리보호를 위한 조직들은 국가기관, 준국가기관(한국소비자보호원), 민간단체로 명확히 나눠져 중간적 성격을 갖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따라서 ‘반관반민기구’의 성격을 갖는 권리옹호체계가 이상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도 민간위탁이라는 형식을 통해 민간의 비영리단체가 어린이나 노인의 권리옹호기관으로 훌륭히 활동하는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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