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긴급출동SOS24'에서 '차고에 사는 노예'로 방영된 이한수씨의 모습 @sbs 화면캡쳐 ⓒ2011 welfarenews
▲ SBS '긴급출동SOS24'에서 '차고에 사는 노예'로 방영된 이한수씨의 모습 @sbs 화면캡쳐 ⓒ2011 welfarenews

지적장애 노인을 25년간 노예처럼 일을 시키며 세면시설과 화장실은 물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차고에서 생활하게 하는 등 학대한 혐의로 법정에 선 이모(71)씨가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장애계 및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장애인 인권 시민단체 등 228개 단체로 구성된 ‘노예할아버지 인권유린한 지역유지에 대한 무죄판결 바로잡기 대책위’(이하 대책위)는 “법원이 ‘학대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무죄로 결론 내린 것은 피해자의 정신적 상처와 박탈된 삶, 지적장애인이라는 취약한 사회적 위치를 고려하기는커녕 오히려 외면했다.”고 지적한 후 “지적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리고, 인간 이하의 삶에 처하도록 한 것이 명백히 드러난 사건조차 아무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지적장애인은 우리사회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없는 대상임을 법원이 만천하에 선언하는 꼴.”이라며 지난 24일 청주지방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노예할아버지’라는 별칭으로 더욱 잘 알려진 이 사건은 지난 2009년 5월 SBS ‘긴급출동 SOS 24’에서 ‘차고에서 사는 노예’라는 제목으로 방영돼 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일명 ‘노예할아버지’ 이한수씨는 30여 년 전 야산에서 방황하던 중 피고인 아버지에 이끌려 피고인의 집에서 생활하며 농사일을 하기 시작했으며, 2008년 가옥을 개조하면서 피고인 딸의 집 차고에서 생활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찾았을 당시 피해자 이씨는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차고에서 쓰레기더미와 뒤엉켜 생활하고 있었으며, 곰팡이가 낀 김치와 상한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제작진과 장애계 단체 활동가가 항의하자 피고인 부부는 “먹여주고 재워주면 됐지 뭘 바라냐.”고 화를 내 전 국민의 분노를 샀다.

이후 가해자 이씨는 ‘지적장애인 학대’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았으나 지난해 8월 청주지법은 “증인으로 출석한 마을 주민들은 ‘이씨가 자유롭게 일을 했고, 일을 하지 않고 주변을 배회하기도 했다’고 증언하는 등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정신적으로 차별대우를 하는 행위를 해 피해자의 인격에 대한 반인륜적 침해를 넘어 유기에 준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충북여성장애인연대 권은숙 소장은 “25년간 주민번호도 없이 살아온 한수씨는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낼만한 어떤 ‘꺼리’도 갖지 못했고, 노예처럼 생활해왔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주민들도 전혀 문제제기할 엄두를 못 냈으며, 특히 지역 유지인 피고인에게 입을 피해가 두려워 한수씨 입장을 변호하려고 하지 않은 것.”이라며 “국민이면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지만 한수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등 지나치게 가해자 편을 들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의견서에서 “한수씨는 심리검사 시 트럭을 보고도 ‘무’라고 답하는 등 대부분의 사물 형상을 농작물 및 농사일과 관련한 것으로만 인식하는 것을 미뤄 추측했을 때 30여 년간의 삶 대부분이 농사와 노동에 관해서만 자극받았고, 농사일로만 채워져 왔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며 “피해자의 손과 발에 생긴 상처와 굳은살, 오랜 노동으로 인한 척추기형과 하지정맥류를 보고도 그가 혹사당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대체 어느 정도가 돼야 혹사라고 할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어 “청주지법은 차고 내에 냉장고가 없으므로 상온에서 보관하다가 곰팡이가 생겼는데, 피해자가 이를 버리지 않고 먹었을 수도 있으므로 피고인이 식사를 주지 않은 것과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으로 추측한다.”며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임을 알고 있는 피고인은 적어도 피해자가 섭취하는 음식이 상해서 곰팡이가 핀 지경이 됐다면 그것을 치우고 상하지 않은 음식을 공급해줘야 할 보호의무가 있으며, 특히 조금만 따뜻한 음식도 먹기 힘들어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봤을 때 그가 얼마나 비참한 식생활을 영위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한 가족은커녕 한 인간으로라도 생각했다는 이렇게 그를 대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대책위는 “배가 고파 빵 하나를 훔쳐 먹어도 실형이 선고되는 상황에서 25년간 지적장애인을 더럽고 끔찍한 환경에서 인간 이하의 노예처럼 부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국민의 법 감정에도, 사회정의에도 반하는 부당한 처사.”라며 “이번 항소심 재판을 통해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실상이 더욱 낱낱이 밝혀지고, 사람이 사람을 노예처럼 부리는 반인권적인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정의에 근거한 엄중한 판결이 내려지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책위는 28일 오후 1시에 청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후 진행되는 재판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