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당시 건축하고 있는 H 시설 전경 ⓒ2011 welfarenews
▲ 2008년, 당시 건축하고 있는 H 시설 전경 ⓒ2011 welfarenews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지난해 6월 장애인의 장애수당 등을 가로채고, 강박 등 괴롭힘을 가한 장애인 개인운영신고시설장을 검찰에 고발해 기소된 최모 목사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인권위는 지난해 6월 브리핑을 열어 ▲2년간 장애수당 및 기초생활수급비 4억여 원 횡령 ▲유통기한 넘긴 음식제공 ▲출입문에 비밀번호키를 설치하는 등 출입제한 ▲행동조절이 안된다는 이유로 강박 등을 저지른 인천시 H장애인개인운영신고시설에 대해 시설장 최 목사를 횡령혐의로 검찰총장에 고발하는 한편 인천광역시장과 계양구청장에게 시설폐쇄 등 행정조치를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인 2008년 4월~2010년 3월까지의 수입 4억4천670여만 원 중 4억3천700여만 원을 최 목사 임의대로 사용했으며, 이중 1억1천300만원은 배우자 용돈, 자녀 학원비, 보험료, 건축비 등에 사용한 것을 비롯해 복지 컨설턴트 비용, 목사안수 준비 비용 등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 목사는 생활인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제공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밀가루 등 식재료를 보관하고 있었으며, 시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출입문에 비밀번호키를 설치해 출입을 제한시켰으며, 퇴소를 원하는 생활인의 퇴소를 막다가 개인운영신고시설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퇴소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이밖에 행동조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지적장애가 있는 생활인을 대상으로 임의로 강박하고, 기저귀를 뜯는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허리와 손목을 묶어놓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최 목사는 “생활인이 자해나 위험한 행동을 할 때 허리 또는 손목을 천으로 묶었다.”고 주장했으나, 인권위 측은 “24시간 생활인을 돌볼 수 없다는 이유로 평소에도 묶어놓는 등의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괴롭힘 등) 4항의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인권위 최경숙 위원은 “이번 사건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명시한 ‘괴롭힘’을 첫 적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으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최희정 활동가 역시 “인권위가 (미신고·개인운영신고시설 입소 시) 계약관계를 맺더라도 생활인을 위해 (돈을) 쓰지 않거나, 시설장 명의로 구입한 건물 비용에 대해 개인이 유용한 돈으로 해석한 점은 유사사례 진정이 쏟아질 것을 예고한다. 이로 인해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개인운영신고시설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17일 인천지법 형사3단독부는 “피고인이 신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인복지지설을 운영하면서 장애인을 위해 지출해야 할 자금을 일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엄히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고 있고, 일부 장애인이 처벌을 원치 않고 있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공탁한 사정 등을 참작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장애계단체 한 관계자는 “장애인시설에서 발생한 많은 학대·횡령사건이 ‘공탁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풀려나곤 했다.”며 “그곳에서 학대받으며 생활했던 장애인들을 생각했더라면 내려질 수 없는 어이없는 판결이다. 논의 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권위 권고 당시 “인권위가 ‘H시설에 대한 폐쇄조치 등 피진정인의 인권침해 또는 차별행위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는데, ‘상응한 조치’가 어떤 것인지 명확치 않아 인권위에 확인 후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던 계양구청 측은 지난해 시설폐쇄 명령을 내렸으나, 최 목사는 이에 불복해 ‘시설 폐쇄 취소명령’ 행정소송을 제기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에도 7여명의 생활인이 거주하고 있는 H시설은 2001년 12월 미신고 시설로 출발해 지적장애, 뇌병변장애, 지체장애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38명을 수용해오다, 지난해 4월 30일 지적장애인 개인운영신고시설로 전환하며 29명인가를 받아 20명을 수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 초기에는 비닐하우스 형태의 가건물로 운영해오다 2003년 인천 계양구 갈현동에 부지를 구입해 4층 규모의 건물을 지어 이사했으며, 1층은 사무실, 2~3층은 장애인이 거주하는 생활공간, 4층은 최 목사와 가족들이 생활하고 있다.

또 시설장은 최 목사가, 최 씨의 부인이 팀장을, 자녀 2명을 직원으로 등록시켜 놓는 등 전형적인 족벌 형태로 운영해왔으며, 외부 직원을 채용하더라도 4대 보험조차 가입시켜 주지 않았다고 인권위 관계자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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